한화생명도 ‘반기’, 금감원에 “즉시연금 일괄지급 못한다” 통보
한화생명도 ‘반기’, 금감원에 “즉시연금 일괄지급 못한다” 통보
  • 최영희 기자
  • 승인 2018.08.09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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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보사들 '집단 항명'에 ‘영(令)’ 안서는 금감원...차남규 부회장도 정부와 맞서는 형국 되며 '파장'
                             한화생명 차남규 대표이사 부회장

[금융소비자뉴스 최영희 기자] 삼성생명에 이어 한화생명(대표이사 차남규 부회장)도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 결과를 거부했다.

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이날 오후 금융감독원에 분쟁조정위원회 결과 불수용 의견서를 제출했다.

한화생명은 '법리자문 결과 추가적인 법리해석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는 내용을 의견서에 담았다. 그러면서 법원 판결 후 지급 결정이 내려지면 모든 가입자에게 조치하겠다고도 덧붙였다. 또 "분조위 결정에 따라 '약관대로' 보험금을 줄 경우 즉시형(연금이 즉시 지급)이 아닌 거치형(일정기간 후 지급) 가입자는 결과적으로 손해를 본다"고 지적했다.

한화생명의 즉시연금 일괄지급 거부는 삼성생명에 이어 두 번째다. 분조위의 지급 결정이 '보험의 원리'에 맞지 않는다는 것으로, 삼성생명이 금감원의 '일괄지급 권고'를 거부했을 때의 논리와 일맥상통한다.

보험업계에서는 삼성-한화생명 등 대형 보험사들의 잇단 분쟁조정 결과 거부를 금감원에 대한 '집단항명'으로 보는 시각이 없지 않다. 물론 이번 사태를 놓고 금감원이 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만 가지고 무리하게 일괄지급을 밀어 부쳤다는 비판이 나온다.

보험업계 "삼성-한화 등 대형 생보험사의 분쟁조정 거부는 금감원에 대한 '집단 항명'"

그러나 금감원이 나서서 보험사들에게 ‘즉시연금 미지급금’ 일괄구제 권고를 했는데도 이를 즉각 거부하는 사례가 생겼다는 점을 주목하는 시각들이 많다. 과거 같으면 보험사들이 금감원의 권고를 '추상'처럼 받아들이는 것이 관례인데 이에 사실상 ‘반기’를 든 것은 금융당국의 권위와 위상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는 관측이다.

앞서 삼성생명은 지난달 26일 이사회를 열어 분조위 결과를 전체 가입자에게 모두 적용하라는 금감원의 권고를 거부했다.삼성생명의 즉시연금 미지급금 대상은 약 5만5천 명 4천300억 원이며, 한화생명은 2만5천 명에 850억 원으로 추산된다.

삼성생명은 즉시연금 가입자 1건에 대한 분쟁조정 결과는 수용했지만, 이를 전체 가입자 약 5만5천명으로 일괄 적용해 4천300억원을 더 주라는 금감원의 권고는 지난달 26일 이사회를 열어 거부한 바 있다.당시 삼성생명은 '가입설계서 상의 최저보증이율 시 예시금액'은 고객 보호 차원에서 주겠다고 발표했다. 이 금액은 금감원 권고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370억원으로 추산됐다.

삼성생명은 분쟁조정 결과를 수용했지만 법률적 근거가 없는 일괄지급 권고를 거부한 것이고, 한화생명은 분쟁조정 결과 자체를 거부한 것이다. 수용할 경우 삼성생명처럼 일괄지급 압박을 받는다는 점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사가 분쟁조정 결과를 수용하지 않은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기억으로는 거의 첫 사례인 것 같다"고 말했다.

"최흥식-김기식 전 원장, 불명예제대 이어 윤석헌 원장마저 체통에 흠 가고 말았다"

한화생명은 다만 이번 불수용이 지난 6월 12일 분쟁조정 결과가 나온 민원에 국한된 것이며, 법원의 판결 등으로 지급 결정이 내려지면 모든 가입자에게 동등하게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한화생명은 "추후 법리적 논쟁이 해소되는 즉시 동종 유형의 계약자들에게 불이익이 되지 않도록 조치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내용과 과정이 조금 다르지만, '빅3'인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이 즉시연금 문제로 잇따라 금감원과 맞서는 형국이 되면서 파장이 예상된다.

사태가 불거지자 금감원에는 84건의 즉시연금 미지급금 관련 민원이 제기됐다. 1만5천명에 700억원의 미지급금이 추산된 교보생명 등 다른 생명보험사들은 아직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현재 금감원의 공식입장은 생보사들이 권고를 따르지 않는다고 해도 별도의 제재를 가할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현재로서는 삼성생명에 대한 검사나 별도 조치 등은 당분간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어떤 구실을 대든 '보복성'으로 비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지난 달 25일 윤석헌 원장도 국회 업무보고 자리에서 “소송을 빌미삼아 금감원이 (생보사를) 검사를 하거나 불이익을 가할 수 없다”고 못 박기도 했다.

하지만 즉시연금 이슈를 감독혁신 과제로 제시했던 윤석헌 금감원장의 리더십에 타격이 불가피해진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 않아도 문재인 정부 출범후 최흥식-김기식 전 원장들이 차례로 불명예제대를 한 마당에 윤 원장마저 체통에 흠이 가는 일이 벌어지는 바람에 “앞으로 (금감원 하는 일에) 영(令)이 제대로 서겠느냐”는 자조적인 반응이 금융권 안팎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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