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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구 금융위원장의 문재인 대통령 앞 '반성문'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문재인 대통령 앞 '반성문'
  • 최영희 기자
  • 승인 2018.08.08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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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치 않은 자기반성은 정치적인 '함의'...입에 발리는 아첨보다 진정성과 사명감이 중요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7일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방문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금융소비자뉴스 최형희 기자] "경직된 사고와 그림자규제 등으로 개혁의 장애물이 된 감독 당국의 행태에 대해 스스로 뼈를 깎는 반성을 합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7일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방문에서 그동안 금융당국 스스로가 금융혁신을 가로막은 장애물이 됐다고 반성하고, 앞으로 더욱 과감한 혁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급변하는 산업지형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일하는 방식도 바꾸겠다"며 "금융혁신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금융정책과 금융감독행정을 책임감 있게 이끌겠다"고 약속했다.

금융당국의 수장이 공개행사에서 이처럼 ‘반성문’을 쓴 것은 이례적이다. 이날 행사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해 출범 1년을 맞이한 인터넷전문은행의 성과와 향후 계획을 직접 들었다. 그래서 평소 자존심이 강한 최 위원장의 흔치 않은 자기반성은 혹시 정치적인 함의(含意)를 담지 않았는가 하는 것이 금융권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그가 규제혁신에 대한 국민적인 요구가 높지만, 여전히 기대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겸허히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최 위원장은 "금융혁신과제의 특성상 그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기는 어렵겠지만, 금융소비자나 국민의 눈높이에서 볼 때 금융혁신 추진의 성과와 속도가 여전히 미흡한 것이 사실"이라며 "금융산업의 진입규제를 완화해 경쟁과 혁신을 촉진하고, 금융규제 샌드박스 도입과 빅데이터 활성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이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의 보신주의와 규제일변도의 행태가 금융업의 혁신을 저해해 왔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인 것이라고 보는 시각은 많지 않아 보인다. 최 위원장이 앞으로 예상을 깨고 금융혁신에 박차를 가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다소 회의적인 느낌이다.

일각에선 최 위원장의 '반성' 언급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금융패싱론'까지 불거졌던 것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도 있다. 청와대가 사실상 금융당국을 외면하고 있다는 관측이 줄곧 나오면서 금융위가 체면을 구겼다고 봐야 한다. 그러다가 문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금융위 주관 행사에 참석하면서 금융위가 위상을 회복하는 계기를 마련한 만큼 문 대통령에게 '금융혁신'에 대한 ‘과시용’ 각오를 밝힌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문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에서 산업분야 중 유일하게 금융 산업을 '적폐'라고 규정하면서 "금융도 국민과 산업발전을 지원하는 금융으로 혁신해야 한다"며 '금융혁신'을 강조했다. 특히 문 대통령이 지난 6월 인터넷전문은행의 은산분리 규제완화 등에 대한 논의를 예정했던 규제혁신 점검회의를 회의 2시간 전에 취소하고 "답답하다"는 표현까지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금융당국의 혁신 의지에 대한 강한 질책을 보낸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왔다.

최근 금융당국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부쩍 많이 불거져 나온다. 최근 금융권은 물론 일반 대중들 사이에서도 금융당국의 ‘은행 쥐어짜기’가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모바일뱅킹이나 디지털금융 등 비대면 거래가 일상화되면서 시중은행의 영업점포 및 인력 감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일자리 창출부터 지점폐쇄 규제까지 금융시장 변화를 무시한 압박을 일삼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문재인정부 정책 이행의 부담을 시중은행에 전가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업계 안팎에서 금융당국의 은행 쥐어짜기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우리나라 금융시장 발전을 위해선 글로벌 금융시장의 추세에 발맞춰 모바일뱅킹 및 핀테크 등 디지털 역량을 키워야하지만 정부의 지나친 간섭으로 인해 역량을 집중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최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오늘 대통령님께서 금융혁신에 깊은 관심을 가지시고 금융혁신 현장을 직접 방문해 주심으로써 금융당국과 금융종사자들이 각오를 새롭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셨다"고 했다. 그러나 평소 금융위의 태도로 미뤄볼 때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뭔가 마음이 흔쾌하지 않다. 그들이 그동안 ‘금피아(금융위와 마피아의 합성어)’로 불리면서 금융권에 '갑질'부처로 군림해온 탓이다.

지금 국민들은 금융산업이나 금융당국, 감독당국이 행태가 일반의 기대 수준에 미흡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학생(금융당국)이 앉아서 반성문만 쓴다고 성적이 나아지는 것이 아니다. 더우기 선생님(대통령) 앞에서 입에 발리는 아첨을 늘어놓는다고 좋은 점수를 받는 것도 아니다.

원래 금융위는 영혼 없는 관료와 조직에 의해 좌우되는 행태를 보여왔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가 금융개혁의 갈피를 잡지 못하다 보니 금융위와 금감원이 소비자보호 운운하며 금융사만 무모하게 '때려잡는' 방식의 보여주기 실적쌓기에 치중하고 있다는 것이 시민단체들의 지적이다. 심지어 당국은 금융소비자국을 설치, 연예인 동원 홍보 등 어이없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진정성과 사명감이다. 최 위원장의 말마따나 “대통령이 이런 행사에 직접 참석하시면서 과감한 금융혁신을 주문하셨기 때문에 저희가 각오를 새롭게 다지겠다는 취지의 연장선상"이라면 그나마 다행이다. 제발 그들이 각오라도 제대로 다져서 ‘금융소비자 보호에도 만전을 기하면서 금융혁신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금융정책과 금융감독행정을 책임감 있게 이끌어 나가면’ 정말로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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