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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인석의 금융이야기] 최저임금 인상, 늪에 빠진 자영업자
[송인석의 금융이야기] 최저임금 인상, 늪에 빠진 자영업자
  • 송인석
  • 승인 2018.07.31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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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부족으로 자영업 늪에 빠진 중장년층, 최저임금 인상으로 영세자영업자들 생존 위협, 부작용 최소화해야

[송인석의 금융이야기] 지난 14일 내년(2019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0.9% 오른 8,350원으로 결정되자 인상 결정을 두고 노동계와 재계, 진보와 보수 진영 모두 반발하고 논란이 거듭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6.4% 급락하고 특히 최저임금 인상에 가장 민감한 직군인 자영업에서 현재까지 가장 큰 폭인 12.2%포인트 하락한 후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6·13 지방선거 이후 6주 연속 하락하며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 기준 61.1%로 취임 후 최저치에 근접한 것으로 30일 나타났다.

청와대의 '협치내각' 제안, '자영업비서관' 신설 등 긍정적 소식이 지지율상승을 견인하지 못한 채 6월 2주차 75.9%를 찍은 이후 6주연속 하락으로 취임 이후 가장 긴 내리막(리얼미터 조사 기준)이다.

문 대통령 지지율 기반이 적폐청산, 개혁정치, 남북문제였다면 경기 부진, 실업률 상승이라는 커다란 짐이 지지율을 밑으로 잡아당기고 있는 모양새다. 최대 역점을 둬온 일자리 창출이 아무 효과를 내지 못한 가운데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주당근로시간 단축 등을 통한 이른바 소득주도성장의 효용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밖으로는 미·중 간 무역 갈등과 유가 급등이 심상치 않다. 수출주도형 국가인데도 반도체를 뺀 수출은 정체되고 투자는 뒷걸음질 치는 형국이다. 지금부터 먹고 사는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지지율 하락주기와 폭이 더욱 길어지고 가파라질 전망이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으로 늪에 빠진 자영업자의 경영 애로에 공감하고, 이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근본적인 지원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매듭을 풀 수 없는 커다란 사회적 문제에 직면하게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 전 세계적으로 경제규모 대비 과다한 자영업자, 대책 마련 시급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3위인 것으로 조사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17 기업가정신 한눈에 보기'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수는 556만3000명으로, 미국·멕시코에 이어 OECD 회원국을 비롯한 주요 38개국 가운데 세 번째로 많았다.

한국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중은 21% 수준으로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지만, 10% 내외 수준인 선진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편이다.

√ 일자리 부족으로 자영업 늪에 빠진 중장년층

국내 자영업자의 절반 이상은 40, 50대다. 마땅한 대안이 없어 자영업을 하고 있는 경우가 대다수다. 노후 준비가 안 된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비교적 손쉽게 할 수 있는 음식점 등의 창업에 뛰어들며 자영업 시장이 포화에 이르게 됐다.

일자리가 부족해 자의반, 타의반으로 퇴직한 이들이 증가해 자영업자가 증가하고, 성장률이 낮아 소비가 잘 안 돼 자영업 수익률이 떨어지고 있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일자리를 찾지 못한 중장년층이 한계절벽의 자영업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기타사업자(외국인 등)를 제외한 남녀 개인사업자 총 604만7271명 중 40, 50대는 354만7747명으로 58.7%였다. 연령대별로 가장 비중이 높은 것은 187만8720명으로 31.1%나 되는 50대였다. 자영업자 세 명 중 한 명이 50대인 셈이다. 이어 40대(166만9027명ㆍ27.6%), 60대(100만8546명ㆍ16.7%), 30대(87만7101명ㆍ14.5%), 70대(40만7437명ㆍ6.7%), 30세 미만(20만6440명ㆍ3.4%) 순이었다.

전체 자영업자의 82.1%가 40대 이상으로 퇴직ㆍ은퇴 이후 개인사업을 영위하는 사람이 대다수인 것으로 분석된다. 2015년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최근 2년 동안 사업을 시작한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사업 동기를 물어본 결과 '이 사업이 아니면 다른 선택이 없어서' '임금근로자로 있을 수 없어서'라고 답한 비자발적 자영업자가 36.0%에 달했다.

소득은 임금 근로자들에 비해 적었다. 중소기업연구원 보고서에 의하면 2015년 기준 소상공인의 연간 평균 소득은 2514만원이었다. 이는 5인 이상 도소매업 사업체 근로자의 평균 임금인 연간 3191만원 대비 677만원 낮은 수준이다. 자영업자들의 이익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1990년대 자영업자의 영업잉여는 국민소득(국민순처분가능소득)의 22.2%였으나 2007년 15.8%, 지난해 13.0%로 계속 악화됐다. 그런데도 한국의 자영업자들은 선진국 대비 유독 많다.

결국 40, 50대의 일자리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커지는 내년이 더 걱정된다. 실직 후 일자리를 찾지 못해 자영업을 하게 된 중장년층은 회사에서 받아주지도 않는다.

조준모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학교를 졸업하고 노동시장에 진입해 짧고 굵게 일하다보니 수명은 연장된 상황에서 사회 안전망 노후 대책이 미비한 게 문제"라며 "노동시장 역량이 뒷받침되지 않아 번지점프용으로 자영업 저수지에 진입하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기본적으로 봉급 생활이 가능한 사람은 자영업을 잘 안 한다"며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에 자영업을 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무리해서 창업하지 않고도 어느 정도 생활이 가능하도록 사회 복지망을 갖추고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해소해 기업에서 생산성이 떨어지더라도 임금을 많이 받지 않고 계속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짚었다.

√ 한달 3일 밖에 쉬지 못하는 자영업자, 창업과 폐업의 악순환

자영업 포화상태에서 치열한 경쟁 탓에 자영업자는 휴일도 없이 일해 제대로 쉴 수조차 없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전국 소상인 7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은 한달 평균 3일 밖에 쉬지 못했다. 이처럼 힘겹게 일하지만 돈은 거의 모이지 않는 이유로 자영업자들은 임대료를 지목한다.일명 '둔기 폭행'이란 비극적 결말이 난 서울 종로구 서촌의 궁중족발집 사건도 임대료 문제가 발단이었다.

특히 임대료는 자영업자들이 주로 임차하는 소규모 상가에서 상승 폭이 컸다.서울지역 소규모 상가 임대료는 2015년 3분기 15만3700원에서 작년 3분기 17만3000원으로 2년 새 12.6% 올랐다. 같은 기간 중대형 상가 임대료는 20만300원에서 19만5600원으로 오히려 2.3% 하락했다.자영업자 상황이 좋지 않다보니 폐업률이 창업률을 앞지르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작년 하반기 전국 8대 업종 폐업률은 2.5%로 창업률(2.1%)보다 높았다. 특히 음식업종은 폐업률 3.1%, 창업률 2.8%로 창업과 폐업이 가장 빈번했다.영업잉여 증가율도 낮지만 손에 쥐는 소득 자체가 높지 않다. 2016년 자영업자 60%가 연평균 소득이 4000만원을 넘지 못했다. 20%는 한해 1000만원도 벌지 못했다

자영업의 3년 생존율은 2010년 40.4%에서 2015년 37.0%로 떨어졌다. 청년 실업난에 자영업으로 눈을 돌리는 2030대의 상황도 악화하고 있다.한국고용정보원이 작년 발간한 고용이슈 9월호를 보면 청년(23∼37세)의 자영업 지속기간은 평균 31개월에 불과했다. 창업 후 2년도 안 돼 폐업하는 비율은 절반 이상(55.3%)에 달했다.

√ 최저임금 인상은 중소·영세업체의 생존 위협

최저임금이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단숨에 29.1% 상승하게 되어 반발과 혼란이 심하다. 주 15시간 이상 근무 시 지급해야 하는 하루 치 임금인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실제 지급되는 최저임금은 1만20원이다. 정부가 목표로 하는 2020년 1만 원 선을 실질적으로 2년 앞당긴 셈이 됐다. 최저임금 인상이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등의 목적은 저임금 비정규직 근로자의 소득을 늘리려는 데 있다.

하지만, 오히려 근로자 소득을 감소시키거나 실업자로 만든다면 바로잡아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 정책은 노동생산성 증가율보다 높은 수준이다. 생산성 제고가 임금인상 수준과 비슷하지 않은, 시간당 최저임금만 더 높게 올리는 것은 합리적 해결방안이 아니다. 더구나 경제성장률이 2%대로 떨어지고 고용지표도 악화되고 있는 한국경제 현실을 고려하면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의 인상 폭이라고 지적하는 의견들이 많다.

2018년 최저임금 인상으로 영향을 받는 근로자가 462만 명, 이 가운데 84.5%가 30명 미만의 근로자를 둔 중소·영세업체 소속인데 이들 업체가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금액이 15조2000억 원이다. 그레고리 맨큐 미 하버드대 교수는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미숙련 육체노동자의 실업이 증가하고 노동자뿐 아니라 영세자영업자도 미숙련 노동자 이상으로 경제적 고통이 가중된다고 했다.

노동비용 상승으로 생산품 또는 판매상품의 가격 인상, 감원 또는 해고에 따른 ‘가족경영’으로의 전환을 초래하는 노동인력 감축 현상도 지적했다. 우리 현실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단순히 시간당 최저임금만 올린다고 소득 불평등, 양극화가 해소되고 근로자의 삶의 질이 개선되는 건 아니다. 임시·일용직 중심으로 비자발적 이직자가 급격히 증가하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 최저임금 늪에 빠진 자영업자, 사회적 비용 부담 덜어줘야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0.9% 오른 8,350원으로 결정되자, 이미 인건비 상승 타격을 받은 자영업자들의 곡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다.청와대 홈페이지에는 ‘700만명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최저임금 상승을 반대한다’는 제목의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이 글에서 청원인은 “최저임금이 오르게 되면 사실상 자영업자와 그들이 고용하는 근로자 간의 소득재분배가 이뤄지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문제는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결과적을 자영업자가 분담하게 되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실상 정부의 결정으로 인해 발생한 사회적 비용을 자영업자가 감당해야 되는 결과가 과연 정당한 결과냐”고 반문했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지원책으로 일자리안정자금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월급 190만원 미만 노동자를 고용한 3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노동자 1인당 월 13만원의 인건비를 지원하는 것으로, 정부는 올해 예산으로 2조9708억원을 편성했다. 국회 예산 편성 과정에서 야당 반대로 진통을 겪은 바 있다.이번에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경영계 반발이 커지자 차별적으로 일자리안정자금 상한액을 높여 진화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14일 류장수 최저임금위원장은 "영세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이 있다는 것은 너무나 명백한 사실이라 이 부분을 특화할 필요가 있다"며 "일자리안정자금에서 소상공인 지원 상한을 높이는 방법 등을 통해 지원할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으나 매번 혈세를 투입해 '땜질식 처방'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아 진통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 인상분의 절반이 넘는 9.0%만큼 정부재정자금으로 충당하겠다는 발상은 시장경제시스템에 반한다. 일자리는 기업이 만들어야 하고 임금도 정부 보조금이 아니라 기업의 돈으로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닌가? 중소·영세기업의 고용주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임금을 정부가 강요하고, 세금으로 걷은 재정자금을 한시적으로 동원해 기업 손실을 보상해 주는 것은 시장경제원리가 아니다.

◇ 최저임금의 부작용은 어떻게 최소화해야 하나

2019년 최저임금 결정은 사용자 위원 측 의견이 완전히 배제된 채 이뤄진 일방적 결정이었다. 첫째, 최저임금 적정 인상액과 인상 시기에 대한 공정한 사회적 평가와 결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공청회를 열어야 한다고 본다. 둘째, 최저임금위원회 구성을 놓고 말이 많은데 친(親)노동계 인사를 다수로 하지 말고 학계 대표, 소상공인 대표, 언론계 대표 등을 친노동계 인사들과 동수(同數)로 구성해야 한다.

또 산업별, 업종별, 규모별, 노동 강도별로 현금 대신 현물급여로 지급하는 방식과 지역별로 실시 시기와 실시방법, 저임금의 인상 폭 조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일정규모 이상 고용하는 사업장에 한해 적용하도록 적용 범위도 조정해야 한다. 특히 최저임금을 법으로 정하지 말고 권장사항으로 하되 처벌 대신 최저임금 인상을 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세제상 혜택을 주는 장려책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국내외 경제사정이 나빠지면 연기하거나 중지할 수 있도록 탄력적으로 운용해야 한다.

문재인정부가 소득주도 성장정책을 추진한지 1년이 지난 현재 일자리 창출대책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채 청년실업은 심각하고 50대 중장년층의 자영업 창업 과 폐업의 악순환은 되풀이 되고 있다.

정부가 일자리에 마중물을 투입한다며 공공부문 고용을 강조했는데 풀기 어렵다. 결국은 기업, 민간 부문의 고용증대 외엔 길이 없는 것 같다.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취업률과 소득을 늘리려면 결국 기업에 대한 각종 규제부터 없애야 한다.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강요하거나 중소기업의 활성화를 어렵게 하는 정책, 대기업의 업종조정 강요 등의 강압적 정책은 국내 시장이 완전히 개방된 상황에서 한국시장에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외국기업만 득을 보게 하는 우(愚)를 범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민간기업의 자유로운 활동을 억압하는 지나친 규제, 법인세 인상 같은 증세를 과감히 풀고 기업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규제나 간섭을 최소화하는 한편, 법인세 인하 등 기업 활성화 방안을 제공해야 한다. 기업들이 신바람이 나서 사업을 펴도록 기업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창업정책도 생계형에서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한 혁신창조형 으로 전환해야 한다.

준비된 '창업'과 현명한 '폐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폐업관련 예산이 창업의 1% 수준인 창업 지원에만 치우쳐 있는 정부정책을 바꾸어 폐업을 잘해야 재기도 잘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자영업자들의 재기를 위한 폐업 단계에서부터의 지원도 필요하다.

필자소개

송인석 (issong958@naver.com)

금융소비자뉴스 고문/논설위원

(전) 오케이저축은행 전무이사

(전) 하나저축은행 전무이사

(전)SC제일은행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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