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강민우 기자] ‘경제검찰’ 공정거래위원회의 신뢰가 급추락하고 있다. 공정위가 ‘재계 저승사자’라는 권한을 남용, 퇴직공무원의 재취업을 알선한 혐의에 대한 검찰수사가 진행되면서 공정위가 기업들을 마치 자회사나 내부조직 다루듯 했다는 점에서 과연 공정위가 필요한가라는 회의론마저 일고 있다.
특히 공정위의 이러한 의혹은 공정위가 시장의 공정한 심판자의 역할을 방기는 본질을 훼손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나아가 공정위가 시장의 룰을 공정하고 엄격하게 집행하는 과정에서 권위를 상실하고 영이 서지 않게 됐다는 것은 현재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재벌개혁 작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을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2010년께 작성해 실행에 옮긴 ‘바람직한 조직문화를 위한 퇴직자 관리 방안’에 따르면 재취업리스트를 작성한 후 기업들에게 정년을 2년 앞둔 58세의 퇴직예정 4급이상 간부들의 재취업을 압박한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검찰은 지난 26일 정재찬 전 공정위원장과 김학현 전 공정위 부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는데 정 전 위원장 등은 공정위 운영지원과가 4급 이상 퇴직자들 명단을 관리하게 하면서 민간기업에 퇴직자들의 취업을 강요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직자윤리법상 4급 이상 공무원은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 부서의 업무와 관련이 있는 곳에 퇴직 후 3년간 취업할 수 없다.
검찰은 공정위의 조직적인 퇴직간부 취업알선이 현재 김 위원장 취임 전까지 관행적으로 이뤄졌으며 운영지원과장과 사무처장, 부위원장을 통해 위원장에게까지 보고된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공정위 핵심 간부들이 브로커 역할을 맡은 셈이다.
공정위가 이 방안에서 불필요한 인력을 기업으로 빼내 내부 인사적체 해결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는 것은 기업들이 원해서 퇴직자들을 소개한 것뿐이라는 그동안의 해명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공정위는 재취업알선과 관련 국민들에게 거짓말을 해온 셈이다. 공정위는 그것도 기업들에게 후보를 단독으로 추천한 후 요구한 직위에 보직토록 민간기업을 마치 산하기관인 것처럼 취급했다는 점에서 감독기관의 ‘갑질횡포’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 문건에는 ‘국장급(2급) 퇴직자’→‘고문’, ‘과장급(3∼4급) 퇴직자’→‘임원’, ‘무보직 서기관(4급)’→‘부장’이라는, 이후 그대로 실행된 도표 형태의 계획도 등장한다. ‘고시(5급) 출신→2억5천만원, 비고시(7·9급) 출신→1억5천만원’ 식으로 퇴직자의 연봉뿐 아니라 채용 직급까지도 공정위가 조직적으로 계획하고 실행해 온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할 말이 없게 됐다. 재벌 규제 강화에는 적극적인 특위가 공정위 개혁 문제는 소극적인 결과를 내놓았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검찰과의 갈등으로 논란이 됐던 전속고발권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고, 기업과의 유착 등 의혹이 불거진 비상임위원 제도 역시 뚜렷한 개선책을 내놓지 않아 공정위가 자체개혁에는 미온적이라는 지적이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공정위의 신뢰가 무너질 위기에 놓이자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공정위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는 부분이 있는지 스스로 점검하고 반성하는 내부 노력을 더 하겠다”면서 “수사에 성실히 임할 것이고 결과가 나온다면 겸허히 수용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공정위가 공정거래, 당면해서는 재벌개혁이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고 더 이상 기업을 등치는 일을 안 할는지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