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영(令)' 안 선다...금융회사들, 툭 하면 ‘반발’ 일쑤
금융당국 '영(令)' 안 선다...금융회사들, 툭 하면 ‘반발’ 일쑤
  • 김영준 기자
  • 승인 2018.07.29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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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시연금' 사태, 삼성생명 '반기'로 꼬이자 금감원 난처.. 윤석헌 원장 '리더십 타격' 불가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금융소비자뉴스 김영준 기자] 삼성생명이 ‘즉시연금 미지급금’ 일괄구제 권고를 사실상 거부하면서 금융감독원이 머쓱해졌다. 금감원은 내부 검토 후 공식 대응방안을 밝힌다는 입장이지만, 생명보험사들에 일괄지급을 강제할 수단이 없어 곤혹스런 표정이 역력하다.

이런 가운데 자살보험금 논란 때와는 다르게 교보·한화생명 ‘빅2’ 보험사들이 공동행보를 하지 않고 "공식입장이 없다"면서 일단 차별화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향후 금감원의 대응방향에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이 26일 삼성생명 이사회 결정 후 긴 침묵에 들어간 것은 당초 일괄지급 권고 자체가 법적 강제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즉시연금 사태는 결국 가입자와 생보사간 소송전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이미 금융소비자연맹은 즉시연금 가입자로부터 피해 접수를 받은 후 공동소송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한화-교보생명, 자살보험금 사태와 달리 삼성생명과 공동보조 취하지 않을 가능성

이 과정에서 금감원이 금융분쟁조정세칙에 등장하는 ‘소송지원’ 제도를 통해 후방지원에 나설 수도 있다. 금감원장은 금융사의 조치가 현저히 부당하다고 분조위가 인정해 소송지원을 요청할 경우 민원인을 위한 소송지원에 나설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즉시연금 사건이 과거 대법원까지 간 자살보험금 건과 유사하게 흘러갈 가능성이 있다”며 “법원의 판단을 구할 경우 최소 1~2년은 논란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생명이 금감원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다른 생보사들도 일단 금감원의 향후 행보를 지켜본 뒤 일괄지급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삼성생명과 함께 분조위에서 지급결정을 받은 한화생명은 다음달 10일까지 금감원에 의견서를 전달할 예정이다. 다만 이번 사태를 놓고 한화-교보생명이 삼성생명의 공동보조를 취하지 않을 가능성을 보인다는 점이 중요하다.

한 생보업계 관계자는 “법률검토 결과 약관의 결함 때문에 소송으로 가도 승산이 없다, 시간끌기밖에 안 된다는 의견이 적잖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금감원 권고대로 모두 돌려주고 신뢰를 얻는 쪽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다른 관계자는 “보험산업이라는 게 고객과의 신뢰로 먹고사는 것 아닌가”라면서 “가능성이 있는 얘기”라고 말했다. 이들이 소송에 승산이 없다고 보는 이유는 약관 결함 때문이다. 문제의 즉시연금 약관엔 “만기 보험금 지급을 위해 일정액을 떼고 연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없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만 갖고 무리하게 일괄지급을 밀어 부쳤다" 비판도

즉시연금 논란의 발단은 2012년 9월 삼성생명 즉시연금에 가입한 A씨의 민원이었다. 보험료 10억원을 예치한 A씨는 처음엔 월 300만원 이상이던 연금이 금리하락과 함께 100만원대로 뚝 떨어지자 작년 “약관에 명시된 최저보증이율(2.5%)대로 최소 월 208만원을 받아야 한다”며 금감원에 민원을 냈다.

금감원은 A씨의 손을 들어주면서 전체 즉시연금 가입자를 일괄 구제하라고 권고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단 사업비를 뗐으니 만기에 약속대로 원금 전액을 돌려주려면 그 만큼 채워넣어야 하는데 이를 고객 모르게 떼다가 저금리 탓에 들켜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생명 측은 일괄 구제는 법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한다. 배임이 될 수 있다고도 한다. 다만, 최저보증이율 밑으로 지급된 연금은 그 차액만큼 돌려주기로 한 것이다. 그러면 삼성생명 즉시연금 가입자에게 지급할 금액은 1인당 70만원 안팎으로 추산됐다.

이런 삼성생명 주장이 타당하다고 해도 문제는 있다. 삼성생명 이사회의 ‘일부 지급’ 결정이 A씨의 분쟁조정 결과와 형평이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A씨는 삼성생명이 지난 2월 분쟁조정 결과를 수용함에 따라 만기보험금 지급 재원으로 뗀 1500만원을 모두 돌려받았다. 또 향후에도 A씨의 즉시연금에서 만기보험금 지급재원은 차감되지 않는다.

그러나 삼성생명 이사회 결정대로라면 A씨와 똑같은 사례라고 해도 돌려받을 금액이 200만원도 되지 않는다. 금감원 관계자는 “A씨의 선례가 있는 만큼 A씨와 같은 즉시연금 분쟁조정 신청이 들어오면 (조정 결과가) 붕어빵 찍듯 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삼성생명은 같은 분쟁조정 결과가 통보된다 해도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결국 즉시연금 분쟁은 법정으로 무대를 옮겨 장기화할 전망이다.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놓고 금감원이 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만 가지고 무리하게 일괄지급을 밀어 부쳤다는 비판도 나온다. 그러나 금감원이 나서서 보험사들에게 ‘즉시연금 미지급금’ 일괄구제 권고를 했는데도 이를 즉각 거부하는 사례가 생겼다는 점을 주목하는 시각들이 많다. 과거 같으면 보험사들이 금감원의 권고를 '추상'처럼 받아들이는 것이 관례인데 이에 사실상 ‘반기’를 든 것은 금융당국의 권위와 위상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는 관측이다.

"최흥식-김기식 전 원장, 불명예제대 이어 윤석헌 원장마저 체통에 흠 가고 말았다"

현재 금감원의 공식입장은 생보사들이 권고를 따르지 않는다고 해도 별도의 제재를 가할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현제로서는 삼성생명에 대한 검사나 별도 조치 등은 당분간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어떤 구실을 대든 '보복성'으로 비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지난 25일 윤석헌 원장도 국회 업무보고 자리에서 “소송을 빌미삼아 금감원이 (생보사를) 검사를 하거나 불이익을 가할 수 없다”고 못 박기도 했다.

하지만 즉시연금 이슈를 감독혁신 과제로 제시했던 윤석헌 금감원장의 리더십에 타격이 불가피해진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 않아도 문재인 정부 출범후 최흥식-김기식 전 원장들이 차례로 불명예제대를 한 마당에 윤 원장마저 체통에 흠이 가는 일이 벌어지는 바람에 “앞으로 (금감원 하는 일에) 영(令)이 제대로 서겠느냐”는 자조적인 반응이 금융권 안팎에서 나온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삼성생명이 최초 민원인에게 했던대로 준비금까지 모두 돌려줘야 한다는 분쟁조정 결정은 앞으로 제기될 다른 민원에도 똑같이 적용된다"며 "원칙대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런 경우 기존의 분쟁조정 결과를 삼성생명에 그대로 통보할 방침이다.

금감원 내부에선 "당국으로서 할 일은 해야 한다"와 "무리해서 벌인 일을 더 키우지 말자"는 기류가 뒤섞인 혼란스러운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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