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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 정태영 부회장 '예술 사랑'에 LP판매 영세상인들 '폭망' 원성
현대카드 정태영 부회장 '예술 사랑'에 LP판매 영세상인들 '폭망' 원성
  • 손진주 기자
  • 승인 2018.07.26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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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기업의 상생 '실종'한 전형적 골목상권 침해..."음반소매업 진출은 생존권 짓밟는 재벌 갑질" 성토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이사 부회장

[금융소비자뉴스 손진주 기자]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이사 부회장이 개인적으로 문화예술에 관심과 애정이 많다며 현대카드 마케팅에서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문화예술사업을 지원하는 것은 좋지만 개인의 취향이 중소상인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현대카드의 음반소매업 진출로 골목상권 침해문제가 논란이 되자 김진숙 전 민중당 서울시장 후보는 얼마 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신창현 민중당 대변인, 전국음반소매상연합과 함께 연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정 부회장을 향해서 포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 “현대카드의 음반 소매업 진출은 영세한 음반 소매업의 특수성을 무시하고 영세상인의 생존권을 짓밟는 재벌 갑질”이라고 비판했다. 최근 정치권에서도 우려를 표명하고 나선 것이다.

"현대카드의 음악체험형 공간 ‘바이닐앤플라스틱', 영세 LP음반 상인들과의 상생안 일방적 파기"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이사 부회장은 금융권에서는 톡톡 튀는 인물이다. 사업 아이디어가 많다. ‘현대자동차 직원만 쓰는 카드’라는 얘기를 듣던 현대카드를 맡아 10년 만에 삼성카드와 2~3위를 다투는 카드회사로 키웠다.

올들어 인공지능, 핀테크 등 청년 스타트업 창업펀드에 50억 원을 출자해 2017년부터 주력했던 디지털전환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카드는 2017년 순이익 1538억 원을 거뒀다. 2016년보다 10.8% 줄어들었지만 신용카드업황이 좋지 않고 국내 카드회사 전체 순이익이 32.3%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실적이 나쁘진 않다.

그러나 현대카드의 음반소매업 진출을 놓고 재벌기업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뜨겁다. 현대카드가 운영하는 음악체험형 공간 ‘바이닐앤플라스틱(Vinyl & Plastic)'이 영세 LP음반 상인들과의 상생안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채 영업을 이어나가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24일 KBS-1 TV에서는 ‘재벌갑질 청산프로젝트 1편 회장님의 왕국‘이라는 제목의 특집프로그램을 방송했다, 이 프로그램 내용 가운데 눈길을 끈 것은 바로 현대카드의 음반소매업 진출 논란이다.

이 프로그램에 나온 회현상가 음반소매상인들은 현대카드 바이닐앤플라스틱 때문에 찾는 손님이 없고 물건도 팔리지 않아 음반을 들여오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한다. 이들의 주장대로라면 현대카드의 음반소매업 진출은 재벌기업의 전형적인 골목상권 침해 사례에 해당한다.

                            서울 이태원 바이닐 앤 플라스틱 전경. <현대카드 제공>

소매상인들 “현대카드서 회원에 20% 할인해 원가 이하로 음반 판매하면서 물건 안팔린다" 울상

회현 지하상가에서 음반매장을 운영 중인 한 소매상인은 “하루 매출이 아예 없는 날도 있다. 현대카드에서 음반매장을 운영하기 전에도 장사가 잘된 건 아니었지만 하루 매출이 아예 없는 날은 드문 일이다”며 “현대카드에서 회원에게 20% 할인제공으로 원가 이하로 판매하면서 물건이 팔리지가 않아 들여오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울상을 지었다.

전국음반소매상연합회는 올들어 몇 차례 현대카드 바이닐앤플라스틱 앞에서 집회를 열고 현대카드가 골목상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정부당국의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박정철 전국음반협동조합 이사장은 집회에서 “할인율은 상생안의 주요사항이었는데 현대카드에서 이를 어겼다”며 “상생약속을 위반하고 공격적 마케팅을 계속 진행한다면 겨우 명맥을 유지해오던 전국의 음반소매시장은 결국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매장철수를 촉구했다.

현대카드 바이닐앤플라스틱 때문에 음반소매상들이 곧바로 불황에 휩싸였다는 주장이 100% 꼭 맞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속을 들여다 보면 현대카드의 상생안 불이행이 이들을 단체행동으로 이끌게 된 단초가 된 것은 사실이다.

현대카드에서 지난 2016년 6월 음반매장을 개장할 당시 음반소매상인들은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라며 반발했다. 소매상인들의 반발에 현대카드는 그해 7월 상생안(음반 문화 저변 확대를 위한 Vinyl & Plastic 운영 기준 및 정책 안내의 건)을 내놓고 전국음반소매상연합회와의 갈등을 봉합했다.

상생안에는 ▲중고음반을 취급하지 않고 음반을 직접 수입하지 않음 ▲오프라인 매장의 추가 개설 및 온라인 판매방식을 도입하지 않음 ▲국내에 수입 또는 출시되는 음반당 수량의 20%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취급 ▲현대카드 회원 할인은 10%를 초과하지 않음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다만 시즌오프, 크리스마스 프로모션 등에 한해 연간 6회 이내, 총 120일 이하 기간 내에서는 현대카드 회원 혜택 조정이 가능하다.

바이닐앤플라스틱 개장 후  음반매장 수익 절반 이하로 '뚝'...현대카드 막강 마케팅에 경쟁 안 돼

전국음반소매상연합회가 약속을 어겼다고 주장하는 사항은 현대카드가 120일이 지났음에도 10% 이상 할인을 계속해서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지윤 전국음반소매상연합회장은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음반시장이 활성화되길 바라는 마음에 타격이 클 것을 알고서도 할인기간을 현대카드에서 요구했던 90일보다 더 길게 120일을 줬는데 현대카드는 이 조차 지키기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6년 6월 서울 이태원에 문을 연 바이닐앤플라스틱은 LP 4천 종, CD 8천 종을 보유하고 음반판매부터 각종기기, 카페까지 이용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오픈 당시 현대카드의 높은 인지도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논란이 일었다.

김 회장은 "현대카드측이 당초 90일의 할인 기간을 제시했지만 전체 음반시장 활성화 차원에서 할인 기간을 120일로 연장해주기로 합의한 것"이라며 "당연히 지켜지고 있을 것이라 믿어왔는데 할인기간을 연장한 것을 보고 농락을 당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현대카드의 음반소매사업에 진출에 항의 시위하는 영세상인들 <KBS-TV 방송 화면 갈무리>

연합회는 바이닐앤플라스틱의 오픈으로 신보를 다루는 매장들의 매장의 수익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현대카드의 막강한 마케팅으로 가격경쟁력에서 뒤쳐진 탓이다.

김 회장은 "카드수수료 등을 제하면 실제 20% 정도의 수익이 남는데, 현대카드는 20%할인에 포인트까지 적용까지 하면 원가에도 못미치는 가격에 팔고 있다"며 "시장 특성상 오래된 단골 손님들이 있었기에 이정도로 살아 남았던 것이지, 대형마트와 동네수퍼미켓 싸움이라면 이미 끝난 게임이었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두 달에 걸쳐 상생안을 만들었지만 현대카드는 상생안을 파기했다”며 “연합회는 현대카드 음반소매업 폐점 및 정태영 회장과 현대카드의 책임있는 추가 조치가 나올 때까지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몽구 회장의 사위 정태영 부회장이 대표이사인 현대카드서 골목상권 넘보는 것은 갑질-횡포"

이에 대해 현대카드 측은 이 같은 골목상권 침해 주장에 원칙적으로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전국음반소매상연합회장 측에 공정거래법 상 담합금지 조항과 관련해 문제 소지가 있어 할인율을 복원한다고 사전에 여러차례 말했다면서 사실과 다른 점이 많다는 것이다.

또 바이니앤플라스틱 때문에 음반이 안팔린다고 하는데 꼭 그런 것은 아니다는 반론이다. 기존 음반소매상과 고객군도 다르고 애초에 음반 판매를 목적이 아닌 체험 위주의 공간으로 방문자 중 구매 비중은 6%에 불과하고 현대카드에 의한 할인 구매는 더 미미하다는 것이다.

본지는 더 자세한 입장을 듣기 위해서 현대카드측에 여러 차례 전화를 했으나 받지 않았다. 

하지만 관련전문가들은 국내적으로 경기침체가 가속화하고 자영업자 폐업대란이 일어나는 시점에서 음반소매상들마저 골목상권이 무너지고 있는데 대해 우려를 표시한다.

한 시민단체 당국자는 “음반시장처럼 규모가 작은 시장에 현대카드 같은 대기업이 들어온 것은 전체 LP 레코드시장을 사실상 몰살시키는 것"이라며 "현대자동차그룹 오너인 정몽구 회장-정의선 부회장이 아무리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상생협력을 외쳐도 정몽구 회장의 사위인 정태영 부회장이 대표이사인 국내 굴지의 현대카드에서 골목상권을 넘보는 것은 업종을 떠나 대기업의 갑질이고 횡포가 아닐 수 없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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