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의종의 경제프리즘] 맥빠진 저출산 대책, 이대로 방치하다 재앙된다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맥빠진 저출산 대책, 이대로 방치하다 재앙된다
  • 권의종
  • 승인 2018.07.09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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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제도 확대,보완에 그친 단기 처방 수준...정부-기업-국민의 각성과 협력으로 대비 서둘러야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아기 울음소리가 사라지고 인구가 줄고 있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조만간 1.0명 아래로 떨어질 거라는 우울한 전망이다. 지구촌 유일의 '출산율 0명대 국가'가 될 거라는 경고다. 올해 출생아가 32만명 수준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지난해 36만명보다 더 추락할 게 확실시 된다. 이 추세라면 2022년 이전에 출생아 수 20만명 대 진입이 우려된다.

보다 못한 정부가 새 대책을 내놓았다. 정부가 아이 낳고 키우는 2040세대의 출산·육아 부담을 줄여 ‘워라밸’을 돕겠다는 취지다. 출산율 제고와 보육 위주의 기존 정책에서 탈피해 일과 가정의 양립 등 부모의 삶의 질 개선에 방점이 두었다는 해설이 그럴듯 하다.

고용보험 미적용자 5만명에 대한 출산지원금 지원, 1세 아동 의료비 제로화, 아이돌보미 지원대상 확대 및 정부지원 강화, 임금삭감 없는 육아기 근로시간 하루 1시간 단축, 아빠 육아휴직 보너스제 급여 상한액 인상, 배우자 유급 출산휴가 확대, 부모 양육비 지원액 확대, 비혼 출산·양육에 대한 제도적 차별 정비, 신혼부부 주거지원 강화 등이 주된 내용들이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발족되고 나온 첫 번째 대책치고는 초라하고 빈약하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고, 기존 제도를 확대 보완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지원 대상을 늘리고 금액을 올리는 단기 처방 수준이다. 게다가 형평성 문제를 불러올 설익은 정책도 눈에 띈다. 사업주와 근로자가 부담하는 고용보험기금으로 고용보험 미가입자들에게까지 지원금을 주는 방안은 기존 가입자들의 반발을 불러올 소지가 다분하다.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저출산... 대한민국 생존 위협하고 국가 명운 가를 중대사

현장의 반응도 시큰둥하다. 대책에 출산율 목표조차 언급되지 않은 채 아이 키우는 부모의 삶의 질 개선에만 치우쳤다는 중론이다. 청년층의 시선은 더 냉소적이다. 돈 몇백만원 더 주고 출산휴가 며칠 더 주는 것만 믿고 어느 누가 애를 낳겠느냐는 반문이다. 맞벌이 부부들의 반응 역시 싸늘하다. 국공립 어린이집, 보육시설 확대가 충분치 못하다는 볼멘소리다. 맞벌이 들이 진짜 힘들어 하는 것은 아이들 돌보는 문제인데 지원금만 늘리는 건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평이다.

갑론을박으로 소일하기에는 당면한 현실이 다급하고 절박하다.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저출산·고령화가 대한민국의 생존을 위협하는 위기 경보가 울리고 있다. 국가의 명운을 가를 중대사로 등장했다. 당장 청와대에 걸린 일자리현황판을 떼어내고 그 자리에 출산율상황판이라도 내걸어야 할 만큼 비상 국면이다. 더 이상 머뭇거렸다가는 큰일 날 상황이다.

이제 모든 정책의 중심에는 저출산 문제가 자리 잡아야 한다. 출산율 제고의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 제반 정책의 퍼즐들이 하나하나 빈틈없이 맞춰져야 한다. 종전과 같이 특정 분야의 개별 정책의 시행 만으로는 저출산이 몰고 올 쓰나미를 피하기 어렵다. 근본적이고 실효성 있는 예방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 바로 지금이다.

명의의 처방은 정확한 진단에서 비롯된다. 저출산의 이면에는 비혼과 만혼에 따른 혼인과 출산 지연, 가임 여성의 감소, 청년 취업난 등의 제반 요인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주거, 고용, 양육, 교육 등의 분야들과도 연관성이 매우 크다. 청년, 여성, 일자리, 주거, 노동, 의료, 교육시스템 등의 정책들이 저출산 정책과 연계되어 유기적으로 추진되어야 하는 이유다. 아동 및 가족 지출을 늘리고, 보육, 청년 지원, 일과 생활의 균형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균형적인 투자가 이루어지는 게 맞다.

한국 현실에 맞는 저출산 대책 마련 시급.. “준비에 실패하는 것은 곧 실패를 준비하는 것”

청년실업과 주거문제가 혼인 감소로 이어지고, 다시 혼인 감소가 출산율 하락을 심화시키는 현상부터 막아야 한다. 당장 혼인 건수가 매년 급감하고 있다. 2015년 30만2800건을 기록한 뒤 2016년에 28만1600건으로 확 줄었다. 지난해에는 26만 4500건으로 또다시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혼인 감소의 직간접 요인으로 작용하는 결혼 주 연령층의 실업률 증가와 부동산 가격 상승 등에 대한 특단의 조치가 나와야 한다.

어차피 재정 투입의 확대는 피할 수 없다. 정부가 2006년부터 2017년까지 저출산 해결을 위해 122조원을 쏟아 부었는데도 현실은 거꾸로 간다는 비판이 거세지만 현상을 모르는 소리다. 한국의 ‘가족정책지출’ 규모는 여타 선진국에 한참 미흡한 수준이다. OECD 평균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2.45%인 반면 한국은 1.38%에 불과하다. 저출산 극복의 모범사례국인 프랑스는 이 수치가 3.70%에 달한다.

대략 계산해도 한국이 OECD 평균 수준에 이르려면 연간 예산규모가 15조원가량은 되어야 한다. 프랑스 수준까지 되려면 30조원 내외의 예산이 필요하다. OECD국가 중 한국보다 가족정책지출이 적은 나라는 터키, 멕시코, 미국 세 나라뿐이다. 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야 없겠지만 실효성 있는 정책 추진으로 예산상의 제약을 극복해 나갈 수밖에 없다.

이제 와서 저출산 현상을 정책 탓으로만 돌리는 건 온당치 못하다. 애당초 저출산 문제는 정부의 노력만으로 해결이 어려운 사안이다. 정부, 기업, 국민 모두의 인식전환과 협력이 요구되는 지고(至高)의 난제다. 차라리 자업자득으로 받아들이는 지혜로움이 현상 타개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지금 취할 수 있는 그나마의 방책은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우리 현실에 맞는 솔루션을 찾아내 대비하는 길뿐이다. 그래야 발등의 불로 떨어진 저출산 재앙을 피할 수 있다. 준비에 실패하면 실패를 준비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필자 소개
권의종
(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겸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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