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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지에 ‘김승연 회장님’ 곤경에 빠트린 한화생명 차남규 부회장
졸지에 ‘김승연 회장님’ 곤경에 빠트린 한화생명 차남규 부회장
  • 강민우 기자
  • 승인 2018.06.27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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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임금님’ 우화와 한화생명 ‘일감몰아주기’...마치 '술을 마셨으나 음주운전은 아니다' 격
      차남규 한화생명 대표이사 부회장

[금융소비자뉴스 강민우 기자] 옛날 어느 나라에 욕심 많은 임금이 있었다. 하루는 거짓말쟁이 재봉사와 그의 친구가 임금을 찾아와 세상에서 가장 멋진 옷을 만들어 주겠다고 제안하며, 입을 자격이 없고 어리석은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특별한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임금은 기뻐하며 작업실을 내주고, 신하들에게 두 사람이 작업하는 것을 살피라고 명령한다. 아무리 보아도 신하들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어리석음이 탄로날까 두려웠던 신하들은 모두 멋진 옷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거짓말을 했다.

시간이 지나고 재봉사는 임금에게 옷이 완성 되었다며 입어볼 것을 권했다. 옷이 전혀 보이지 않았지만 임금 역시 어리석음을 숨기기 위해 옷이 보이는 척 한다. 결국 임금은 입을 자격이 없고 어리석은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다는 새 옷을 입고 거리행진을 하고, 그 모습을 본 한 아이가 "임금님이 벌거벗었다!"라고 소리치자, 그제서야 모두 속은 것을 알아차리게 된다.

안데르센이 1837년 아이들을 위한 동화(Eventyr, fortalte for Børn. Første Samling.)를 통해 발표한 작품이다. 권력 앞에 진실을 이야기하지 못하는 어른들의 어리석은 모습을 꼬집어 표현한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대체로 바보들이 자신의 벌거벗은 몸을 본 뒤 나오는 반응을 빗대기도 한다.

한화생명은 ‘벌거벗은 임금님’?  회사측, 일감몰아주기 지적에 “상품권 좀 줬기로서니 뭐가 잘못됐냐” 반응

요즘 한화그룹 주력 금융 계열사인 한화생명이 ‘벌거벗은 임금님’처럼 보이는 일이 발생했다. 한화생명이 임직원들에게 연차휴가를 장려하면서까지 그룹 계열사인 한화호텔앤드리조트상품권을 지급해 일감몰아주기 논란이 일고 있는데 반해 회사측은 “회사가 상품권을 좀 줬기로서니 뭐가 잘못됐냐”는 반응인 탓이다.

하지만 한화생명의 반응은 ‘술을 마셨으나 음주운전은 안했다’는 말도 안되는 반론처럼 들린다. 특히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폭행과 갑질로 사회적 물의를 빚었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3남인 김동선 전 팀장이 물려받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김 전 팀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내부거래가 이뤄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한화생명은 2016년부터 휴가를 쓰는 직원들에게 7만원짜리 한화호텔앤리조트 상품권을 제공하고 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사업보고서(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공시)를 살펴보면 한화생명의 직원수는 3753명이고 1인당 최대 105만원을 지급했다. 내부거래만으로 연간 40억원 매출을 올린 셈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총자산 5조원 이상의 대기업 집단 소속 회사는 특수관계인과 자본금 5% 또는 50억원 이상 내부거래를 진행할 경우, 의사회 의결을 거치고 이를 공시하도록 돼 있다. 한화생명과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간 거래 금액은 50억원을 넘지 않아 공시 의무가 없었다. 한화생명의 리조트 상품권 지급은 법 사각지대를 활용한 꼼수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계열사 내부거래 이후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총 매출이 올랐다는 점에서 매출상승에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매출액은 2014년 1조46억원에서 이듬해 9718억원으로 감소했다가, 상품권 지급 이후인 2016년 1조584억원, 2017년 1조901억원으로 상승세를 보였다.

김승연 회장, 계열사 비정규직 해소 등 사회적 약자 돕기 나서...주력사 한화생명선 공공연한 '일감몰아주기'

이에 대해 한화생명 관계자는 “상품권을 지급한 것은 맞다”면서도 “직원 복지차원일 뿐”이라고 대답했다. 일감몰아주기 관련해서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연 매출이 1조다. 임직원 상품권 지급으로 인한 매출은 20억 원으로 전체매출의 불과 0.2%일 뿐”이라며 “경영권 승계를 위한 일감몰아주기라고 하기에는 터무니없이 적은 액수”라고 답변했다.

그는 2016년 이후 매출 증가 이유에 대해서는 거제 지역의 호텔 건설과 리모델링으로 인한 고객 수요 증가로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얼마 전 한화그룹은 몸 안의 ‘앓는 이(齒)’나 다름이 없었던 한화S&C 일감몰아주기 해소에 팔을 걷어붙였다. 일감몰아주기는 그동안 한화 오너 3세들에 꼬리표처럼 따라붙어왔던 논란이다. 특히 한화그룹은 경영기획실을 해체하고 ㈜한화의 그룹 내 역할을 강화하며 향후 지주회사 체제를 예고했다.

일감몰아주기 해소를 통해 오너 3세들의 경영활동에 힘을 보태는 동시에, 향후 점진적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통해 논란없는 경영승계를 이뤄내기 위한 정공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룹총수인 김승연 회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후 그룹 계열사의 비정규직 해소 등 사회적 약자 돕기에 팔을 걷어부치고 있다.

그런데 주력 계열사인 한화생명에서 공공연히 일감몰아주기가 일어나고 있다면 뭐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일이다. 회사측은 임직원에게 연차휴가를 장려하면서 계열사인 한화호텔앤드리조트상품권을 지급한 것이 무슨 저촉사항이냐고 항변하지만 주무부처인 공정위조차 일감몰아주기가 맞다고 일단 판정을 내렸다. 그런데도 한화생명은 혼자서만 “우리가 하는 일은 일감몰아주기가 아니다”는 이상한 논리로 맞서고 있다.

한화생명 ‘일감몰아주기’ 나비효과, 오너 지배구조 개선의지 '찬물'..3세 승계작업에 예상못한 역효과 날 수도 

때 마침 ‘벌거벗은 임금님’ 우화가 생각난다. 한화생명 대표이사인 차남규 부회장은 이 순간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다.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는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날씨 변화를 일으키듯, 미세한 변화나 작은 사건이 추후 예상하지 못한 엄청난 결과로 이어진다는 의미이다.

한화생명의 ‘일감몰아주기’ 나비효과가 김승연 회장의 그룹 지배구조 개선 의지에 찬물을 끼얹고, 3세 승계작업에 예기치 못한 역효과를 불러일으킨다면 이는 계열사 대표이사로서 오너에 대해 ‘불경죄’를 저지르는 꼴이 될 수도 있다. 국내 생명보험업계 랭킹 2위인 한화생명의 대표이사라면 단순히 실적경영을 위해서나 표피적인 직원사기 앙양책으로 별다른 생각없이 계열사 상품권을 뿌려서는 안될 듯 싶다.

차남규 한화생명 부회장이 지난 3월 4연임에 성공한 베테랑 경영인이다. 그는 지난 2011년 한화생명 각자대표로 부임한 이후 4번째 연임이자 단독대표로는 2번째 연임에 성공했다. 차 부회장은 2011년부터 7년간 한화생명을 이끌었고, 2015년 단독 대표이사가 됐다. 그는 각자 대표이사 기간까지 포함하면 생명보험업계 현직 최장수 최고경영자(CEO)이다.

생보업계 최장수 CEO라면 실적만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모든 일에 경륜과 지혜가 묻어나야 한다. 세상사람들이 모두 아는 일을 자기만 모르는 ‘벌거벗은 임금님’ 같은 행동을 하거나 무턱대로 잘 하려고 한 일이 자칫 엄청난 화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는 ‘나비효과’는 동화책이나 경제전문서적에만 나오는 일이 아니다. 한화생명같은 국내 굴지의 대보험회사 대표라면 이제는 단순히 경제수치나 외우고 직원선심을 쓸 것이 아니라, 한 차원 높은 정무감각과 센스를 갖고 일을 해야 하는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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