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 ‘출생의 비밀’] 태생적 ‘하이에나 이미지’가 '주홍글씨'
[한화생명 ‘출생의 비밀’] 태생적 ‘하이에나 이미지’가 '주홍글씨'
  • 이동준 기자
  • 승인 2018.06.11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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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생명 인수 로비 의혹 '적폐청산' 차원서 재공론화 가능성..김상조, 과거 "알짜자산 '헐값 매입'" 주장

오는 7월부터 시행되는 금융그룹 통합감독은 금융지주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리·감독 사각지대에 있던 대기업 금융사를 세밀하게 규제하기 위해 마련됐다. '핀셋 감독'을 통해 대기업 금융계열사의 자본 뻥튀기를 없애고 '실상'을 밝히겠다는 포부다.한화금융그룹은 한화생명한화손해보험한화투자증권한화자산운용한화저축은행 등의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한화생명을 중심으로 출자 구조가 구축돼 있다. 우리나라 생명보험업계 랭킹 2위인 한화생명은 관련 지배구조 리스크가 있다는 점이 '옥의 티'로 꼽힌다. 한화생명의 최대주주인 한화건설(지분율 25.09%)은 한화생명 주식 211944467주를 담보로 대출받은 상태다. 이는 한화건설이 보유한 한화생명의 주식 217919239주의 대부분이다.만약 한화생명의 주가가 급락해 반대매매를 해야 하거나, 한화건설에 유동성 위기가 발생해 이자를 지급하지 못할 경우 지배구조 문제가 부각될 수 있다. 여기에 평판리스크부문 평가과정에서 오너리스크 등이 포함될지 여부도 주요 변수다. 평판리스크 평가요소에 오너리스크가 포함되면 평판위험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탓이다. 한화생명의 탄생에 얽힌 숨은 이야기부터 살펴본다.

[금융소비자뉴스 이동준-김영준 기자] '하이에나들의 사냥이 본격화했다'. 하이에나는 주로 동물의 썩은 고기를 먹고 산다. 발가락이 4개이고 앞발이 긴 편이다. 발톱은 오므릴 수 없고 튼튼한 이빨과 턱을 가졌다. 밤낮 없이 활동하며 사자 같은 큰 육식동물들이 먹다 남긴 먹이를 먹고 산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대형 금융회사들이 잇따라 쓰러져 가는 가운데 이들의 알짜자산을 인수하기 위한 경쟁에 불이 붙었다. 금융시장에서는 아직 피비린내가 나지만 국부펀드, 사모펀드, 현금자산이 많은 금융회사들은 오히려 우량기업의 알짜자산을 헐값에 사들일 적기라고 판단, 가차없이 달려드는 모습이다. 마치 ‘하이에나 비즈니스’를 연상케 하는 장면이다.

우리나라에서 한화생명(대표이사 차남규 부회장)은 삼성생명에 이어 생명보험사 랭킹 2위(자산규모 105.3조)의 거대 기업이다. 대한생명은 한화생명의 전신이다. 한화그룹이 2002년 대한생명을 인수한 다음 운영을 해오다가 2012년 10월 9일 대한생명에서 한화생명으로 이름을 바꿔서 새롭게 출범했다. 1946년 우리나라 최초의 생명보험사로 출발한 대한생명의 역사를 그대로 이어받아 사령(社齡) 72년을 기록중이다.

2002년 한화그룹의 대한생명 인수 놓고 "대표적인 ‘하이에나’식 기업사냥 아니냐" 사회적 논란 일어

그러나 2002년 한화그룹의 대한생명 인수를 놓고 대표적인 ‘하이에나’식 기업사냥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한화그룹이 대한생명 인수과정에서 ‘특혜시비’와 ‘불법매각’ 논란이 끊이지 않은 가운데 공적자금 3조 5500억원이 투입된 대한생명이 결국 한화그룹으로 넘어간 탓이다.

지난 2008년 대한생명 인수 절차가 끝날 때까지 과정과 단계마다 한화그룹의 인수자격을 의심케 하는 일들이 생겨나며 ‘불법매각’ 논란이 많았다. 논란의 첫 시발점은 대한생명 인수자격 심사 과정에서 한화그룹이 과거 부실 금융기관의 대주주였다는 점이다.

또한 보험업법상의 주요출자자 요건을 갖추고 있는지의 문제가 논란이 됐다. 당시 보험업법령 및 금융기관 설립인허가 지침에 따르면 부채비율 200% 이하 등의 재무건전성 기준에 충족하지 못할 경우 금융업 진출을 제한할 수 있는데 한화그룹이 여기에 해당됐기 때문이다.

특히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한화그룹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는 과정에서도 ‘인수자격’ 문제가 발생됐다. 이밖에도 한화그룹의 인수자격과 매각가격이 모두 부적절하다는 매각심사소위의 의견을 무시 한화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2005년 당시 한나라당 이종구 의원은 전윤철 감사원장에게 보낸 공개질의서에서 “대한생명은 한화그룹에 불과 8236억원이라는 헐값에, 그것도 2회 분납으로 매각했다. 이로 인한 손실은 6조4165억원에 달한다. 이는 김대중 정권 말기에 자행된 권력형 비리가 아니고는 설명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종구 의원 등 국회의원 14명은 2008년 11월 국회에 대한생명 매각에 대한 감사원의 특별감사청구안을 다시 냈다.

이에 2011년 7월 감사원은 특별감사 끝에 2002년 한화그룹의 대한생명 인수 과정에서 예금보험공사 측의 업무 부실로 매각 가격이 수천억원 정도 낮게 책정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감사원은 '대한생명 매각 관련 공적자금 운용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 예금보험공사가 기업가치 산정 과정에서 불필요하게 4645억원을 차감하는 한편 63빌딩도 감정가에서 500억원 가까이 낮게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감사원은 또 기업가치에 경영권 프리미엄 1,400억원이 포함돼 있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매각 협상에서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렇게 누락된 금액을 합치면 총 8,000억원에 이른다.

감사원, "한화의 대한생명 인수 특혜 아니다" 발표  vs. 최순영 전 회장 "신동아그룹 강제로 해체" 주장

다만 감사원은 한화그룹의 대한생명 인수는 특혜로 볼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인수가격이 적정가보다 낮게 산정되긴 했지만 당시 상황과 기업가치 평가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헐값 매각'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 숱한 의혹과 억측을 불러일으킨 한화그룹의 대한생명 특혜논란은 이렇게 해서 일단락됐다. 당시 감사원의 결정을 놓고 비판여론도 적지 않았다. 어떤 경제평론가는 "마치 '술을 마셨으나 음주운전이 아니다'라는 판결과 비슷한 인상"이라고 말했다. 인수가격이 많이 낮았는데도 헐값이 아니라는 것은 사실상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설명이었다.

이로부터 세월이 흐르고 흘러 벌써 6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대한생명 인수에 얽힌 의혹은 끝나지 않은 느낌이다. 마치 현 한화생명의 지워지지 않은 '주홍글씨(The Scarlet Letter)'라고나 할까. 김대중 정부 당시 그룹해체 수모를 당했던 신동아그룹의 최순영 회장이 지난 해 4월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그들(DJ정권 실세)은 굶주린 이리떼처럼 달려들어 (대한생명이라는) 20조원짜리 회사를 뜯어먹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당시 신동아그룹이 해체된 것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자금을 안줬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법적 절차와 형평성이 무시한 채 신동아그룹은 강제로 해체됐습니다. 한마디로 공중분해된 것입니다. 이는 명백한 정치 보복 사건이었습니다.”

1999년 그가 구속될 당시 대한생명은 자산 규모 14조6800억원의 대규모 생명보험회사였다. 그러나 1999년 9월 금융감독위원회는 대한생명을 부실금융기관으로 결정했다. 예금보험공사가 신주를 인수토록 하는 자본금 증가 명령과 기존주식을 무상 소각하는 자본금 감소 명령도 동시에 내렸다.

금감위는 “부채가 자산을 2조9080억원(98년 12월말 기준) 초과해 정상적인 경영이 어려울 것이 명백하고, 해약 증가·수입보험료 감소·영업조직 동요와 이탈·유동성 부족 등으로 영업을 지속하기 어렵다”며 부실금융기관 처분이유를 밝혔다.

“예금보험공사가 작성한 자료에도 나와 있듯이 당시 대한생명은 매년 수천억원의 이익이 났어요. 그런 회사에 3조원이 넘는 세금을 쏟아부은 후 한화가 인수했으니 잔치를 벌일 충분한 여건이 돼있었던 겁니다. 이거 기가 막힌 얘기예요. 관련자들을 모두 업무상 배임죄로 처벌해야 해요.”

최 회장은 앞으로 대한생명 등 기업을 되찾기 위해 감사원 감사 청구를 계획하고 있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지만 감사원 감사 청구를 생각하고 있어요. 이런 일들이 마음대로 되는 거는 아니죠. 제가 하나님을 믿지만 어떻게 사람이 하나님 말씀대로만 삽니까. 죄도 짓고, 잘못된 일을 하기도 하죠. 그래도 큰 길로 인도하시는 분은 하나님이라고 생각하고 제가 올바른 마음을 갖고 있으면 그분이 바른 길로 인도하시리라 믿습니다.”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

최순영 전 회장, 대한생명 등 옛 신동아그룹 되찾기 위해서 감사원 감사청구 낸다면 한차례 파문 일 듯

만일 최순영 회장이 대한생명 등 기업을 되찾기 위해서 감사원 감사청구를 낸다면 또 다시 큰 파문이 일 전망이다. 감사원이 이를 받아들일 것인지 여부와 함께 그동안 정권이 여러번 바뀌어 어떤 결론이 나올지 속단하기 어렵다. 다만 문재인 정부 들어 과거 정부에서 일어난 일들이 ‘적폐청산’이란 이름 아래 뒤집히는 사례가 있는 것처럼 ‘평지풍파’가 일어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여기서 과거 경제개혁연대 등 시민단체들에서 한화그룹의 대한생명 인수과정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내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과거 경제개혁연구소 소장으로 있던 지난 2010년 이 문제를 중점 거론한 적이 있다. 당시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한화그룹의 대한생명 인수 과정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일침을 날렸다.

경제개혁연대는 그해 11월9일 발간한 경제개혁이슈 8호를 통해 한화의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2002년 대한생명 인수과정에서 논란이 됐던 정관계 로비 의혹 재수사 여부가 관심을 받고 있다고 전제, 그해 10월 국회에서 대한생명 매각과정 특혜의혹을 포함한 공적자금 운용에 대한 감사요구안이 통과됨에 따라 감사원 감사도 진행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경제개혁연대는 2002년부터 2008년까지 한화의 대한생명 인수과정은 금융감독위원회의 대한생명 인수자격 심사, 공자위의 대한생명 매각결정, 한화그룹의 정관계 로비의혹 폭로 및 검찰수사, 맥쿼리생명과의 이면약정 폭로, 매각계약 무효논란 등으로 진행됐지만 이 과정에서 불법매각 의혹은 끊임없이 제기돼왔다고 밝혔다.

특히 2002년 당시 부실금융기관 대주주로서의 책임문제나 보험업법상 대주주 자격문제와 관련해 금감위의 판단은 정당했는지, 공자위의 매각결정 과정이 공정한 절차에 의한 것이고 정부의 부당 개입은 없었는지 면밀히 재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경제개혁연대는 최근 한화그룹 비자금이 수백억원대로 알려진 것에 비춰보면 2002년 당시 한화가 관리한 비자금이 과연 77억원에 불과했는지와 2004년 불법정치자금 수사 당시 용처가 확인되지 않은 채권의 행방 등에 대해서도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전윤철 전 재경부 장관에 대한 로비시도 외에 다른 로비시도는 없었는지도 다시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늦게나마 검찰 수사와 감사원 감사를 통해 진상규명할 계기가 마련된 만큼 철저한 조사가 진행돼 대한생명 매각 관련 의혹을 모두 해소하고 앞으로 이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정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과거 경제개혁연구소장을 지낸 김상조 현 공정거래위원장

'썩은 고기' 탐하는 '하이에나 투자' 여전히 성행.."'적폐청산' 등 계기로 대한생명 문제 공론화할 수도"

그렇다면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당시 한화그룹의 대한생명 인수과정의 의혹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고 봐야 한다. 김 위원장은 더구나 재벌개혁에 관한 한 저승사자로 불릴 정도로 재벌의 비리나 금융권의 부정부패 문제에 정통하다. 최 회장의 감사원 감사청구에 이어 김 위원장이 이에 동의한다면 정부차원에서 재조사가 가능할 수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심스런 분석이다.

실제로 신한금융의 남산 3억원 뇌물전달 의혹 사건이 최근 검찰 과거사위원회(위원장 김갑배)의 재조사결정 리스트에 들어가 검찰이 뒤늦게나마 조사에 착수하기로 한 바 있다. 과거사위는 신한금융 관련 사건(2008년, 2010년, 2015년)에 대한 본조사에 착수키로 하고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중이다. 남산 3억원 의혹은 신한은행 사태로 불린 신상훈 전 신한지주 사장과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의 횡령 사건 수사, 재판 과정에서 처음으로 불거졌다.

의혹 내용은 ‘이명박 정부 출범 직전 라응찬 전 회장 측이 대통령 당선 축하금 명목으로 정권 실세에게 3억원을 건넸다’는 것이었다. 정권 실세로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의원이 지목됐다. 당시 검찰은 이 전 행장이 서울 남산 주차장 입구에서 누군가를 만나 3억원을 전달한 사실까지만 확인했다. 이에 경제개혁연대는 ‘남산 3억원 의혹’에 연루된 혐의로 라응찬 전 회장을 지난 2013년 2월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지금 세계적으로 ‘하이에나 비즈니스’가 활개를 치고 있다. 눈물 속에 팔려 나온 회사 지분이나 부실채권(NPL), 정크본드(투기등급 채권), 경매 물건을 찾아 헐값에 사들이는 '하이에나 투자자'들도 늘고 있다. 부동산이나 금융회사도 마찬가지다. 미분양이나 대물로 나온 매물, 공매로 나온 급매물 자산은 머지않아 시장이 살아나면 최소한 본전은 건질 수 있다는 '자산불패 신화'가 뿌리 깊다.

이들이 ‘썩은 고기’를 마다치 않는 데는 모두 이유가 있다. 정부나 채권단이 구조조정을 하더라도 빚으로 연명하는 한계기업(좀비기업)을 한꺼번에 망하게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다. 이른바 '대마불사(大馬不死·큰 기업은 절대 망하지 않는다)'의 논리에 '도박(gamble)'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재계와 금융권에서 하이에나 비즈니스가 여전히 성업 중인 것이다.

한 전직 한화 관계자는 "한화는 신규 사업을 개척하기보다는 기업인수(M&A)를 통해 성장한 그룹이다. 많은 회사를 인수하다보니 한화는 늘 자금사정에 여유가 없었다. 특히 새로운 업종의 기업을 인수할 때마다 그 업종을 주력사업으로 삼겠다며 투자를 집중했다. 덕분에 피인수 기업은 성장했을 지 몰라도 인수 여파로 기존 계열사들은 축이 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한화생명 등 금융계열사들의 주가가 떨어진 것을 그룹 지배구조 개편문제와 연결해서 해석했다.

다른 시민단체 금융전문가는 “이미 한화생명이 돼 버린 대한생명 문제가 이제 와서 다시금 이슈화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신한금융의 남산 3억원 뇌물전달 의혹 사건처럼 정치권의 문제제기 또는 적폐청산 등 일정한 계기로 여론의 공감대를 얻을 수 있다면 경제사회적 공론화가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한화생명 관계자는 대한생명 인수 로비 의혹과 관련한 본지의 취재에 대해 "10년도 훨씬 넘은 일이라서 답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했다. 이어 이 사안이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차원에서 재공론화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따로 할 말이 없다"면서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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