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유감만큼 기대 큰 동산담보대출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유감만큼 기대 큰 동산담보대출
  • 권의종
  • 승인 2018.06.07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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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날 경험을 반면교사 삼아 제도적· 실무적 보완을 통해 명실상부한 상품으로 재탄생 기대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결혼 청첩장이 배달된다. 모바일 시대라지만 상대에 대한 예의를 고려해서인지 종이 청첩장이 아직 건재하다. 봉투 겉면 좌측에 혼주 내외의 이름과 주소, 휴대전화까지 자세히 적혀 있다. 보낸 사람을 확인하고 봉투를 열어본다. 그런데 겉봉투의 이름과 속지의 이름이 다르다. 봉투에는 부모의 이름인데, 내용물에는 ‘저희, 결혼합니다’로 되어 있다.

아이를 키워 결혼을 시키겠다는 부모가 ‘저희, 결혼합니다’라니.. 액면 그대로 해석하면 봉투의 발신자들이 재혼하는 모양새다. 예비 신랑신부가 청첩장을 제작하다 보니 생겨난 해프닝이다. 결혼식 하객은 부모 손님이, 장례식 조문객은 자식들 지인이 대부분인 현실과도 맞지 않는다. 겉과 속이 다른 표리부동이 주는 잠시의 황당함이다.

표리부동이라고 다 탓할 게 아니다. 외유내강은 겉과 속이 다르지만 긍정적 의미로 쓰인다. 표리부동이 좋게 평가받는 경우도 흔하다. 겉은 소탈하나 속이 꽉 찬 사람이 인정받는다. 남에게는 관대하나 자신에게는 엄격한 사람이 존경의 대상이다. 이 때 ‘표(表)’와 ‘리(裏)’의 차이가 클수록 평가는 후해진다. 다만 여기에 전제 조건이 하나 있다. 알맹이가 껍데기보다 실해야 한다. 결국 겉보다 속이 못한 외화내빈의 과대포장이 문제다.

과대포장은 금융상품에서도 자주 목격된다. 활성화가 발표된 동산담보대출에 대한 홍보가 표리부동의 청첩장처럼 느껴진다. ‘사물인터넷(IoT) 기반 스마트 동산담보대출’의 명칭부터 거창하다. 곧 죽어도 4차산업혁명 기술을 앞세운다. IoT를 여신상품과 결합시켜 동산의 담보가치와 안정성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내막을 들춰보면 별 다른 게 없다. 담보물의 위치정보, 가동상태를 실시간으로 관리하기 위해 동산담보물에 사물인터넷 기기를 부착하는 정도다.

부동산에 편중된 대출시장 시정 위한 회심의 새 카드..그럼에도 시장의 중론은 회의적

동산담보대출은 정부가 부동산담보대출에 편중된 대출시장을 시정하기 위해 내놓은 회심의 새 카드다. 기계설비와 매출 채권, 지식재산권 등을 담보로 대출이 이루어지면 기업의 자금조달 숨통이 트일 것으로 크게 기대하는 눈치다. 동산담보대출 시장을 2022년까지 6조원으로 늘리겠다는 금융위원회의 발표가 호기롭다.

실행 계획에도 애쓴 흔적이 엿보인다. 동산 가치를 정확히 평가할 수 있도록 은행연합회 주도로 은행권 공동 전문평가법인 공개 풀(pool)이 구성된다. 전문평가법인에서는 은행에 해당 동산 자산의 담보 적합성과 거래 가능 시장, 설정된 권리관계 분석 등의 정보를 제공한다. 신용정보원은 이 같은 평가정보와 관리정보, 회수정보 등을 은행이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한다.

담보물 관리를 위해 담보물에 사물인터넷(IoT) 자산관리시스템 센서를 부착, 담보물 이동이나 훼손, 가동 여부 등을 감지하는 시스템이 작동된다. 기업 신용평가회사(CB사)는 해당 기업의 영업활동 정보를 통해 동산 회전율이나 정상가동 여부 등을 확인한 자료를 은행에 제공한다. 중복 담보를 막기 위해 부동산처럼 등기 증명서를 제3자가 열람하도록 허용하고 불법으로 담보물을 반출ㆍ훼손하는 경우 제재 수단을 마련하는 등 법적 권리보장 장치도 강화된다. 지식재산권은 특허청을 통해 가치 평가와 수익화를 지원하고, 지식재산권 가치평가 비용 지원도 늘린다.

그런데도 시장의 중론은 회의적이다. 정부가 위험이 큰 동산대출 시장에 대해 단기 목표치를 설정하고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게 은행들로서는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출을 했다가 부실이 생기면 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해서다. 십중팔구 보증서를 담보로 잡아 부실책임을 신용보증기금으로 떠넘길 게 확실하다. 기계나 지식재산권(IP)에 대한 담보가치 평가 또한 말처럼 쉽지 않다. 장기간에 걸쳐 데이터가 수집·축적되고 과학적 평가시스템이 구축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동산대출의 성공조건.. 실적 강요, 부실 책임, 담보 평가, 사후관리 등에 대한 대책 시급

사후관리도 난제다. 센서 알림도 24시간 모니터링을 해야 하고, IoT 구동 비용도 만만치 않다. 은행권의 시범운영 결과, 동산담보관리를 위해 담보물에 부착하는 기술 비용이 동산 한개 당 연간 54만원 정도로 나타났다. 반출 등을 감지하는 센서 단말기 가격 30만원에다 통신료가 월 2만원을 더한 금액이다. 리스 등 임대방식으로 운용할 경우에도 매달 2만원 이상 들어간다. 동산 담보마다 별개의 센서를 달아야 함에 따라 공장설비 등 대량의 동산을 담보로 할 경우 은행의 자산관리 비용은 눈덩이처럼 커진다.

사물인터넷 기술을 적용한다고 해도 담보관리의 근본적 문제가 해소되기 어렵다. 담보로 잡힌 동산이 분실될 수도, 위치 추적기가 훼손되어 처분될 위험도 크게 줄지 않는다. 담보물의 훼손이나 무단 반출도 현실적으로 근절되기 힘들다. 자동차, 운동기구, 기계설비 등의 경우 핵심부품이 절취되거나 저가 부품으로 뒤바뀔 경우 담보가치 하락도 막을 수 없다.

2012년 동산담보법이 시행되면서 시작한 동산담보대출이 활성화되지 못했던 것도 이런 문제들 때문이었다. 초기 1년간은 금융당국의 푸시로 2400여개 업체에 6000억원의 자금을 공급하는 등 반짝 성과를 보였다. 하지만 담보물 실종, 중복 담보, 불법 반출, 훼손 등의 취약점이 드러나면서 취급액이 급감했다. 현재 잔액은 2051억원으로 초기 실적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지난 날 아쉬운 경험을 반면교사 삼아, 미흡한 법과 제도를 보완하고 발생 가능한 제반 문제에 대한 추가적 논의를 통해 이름과 실상이 서로 꼭 들어맞는 명실상부한 대출상품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아직은 마음에 차지 않으나 앞으로 동산담보대출에 바라는 바는 크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겸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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