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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성장' 외치는 남양유업, 대리점과의 '상생'노력에 더 힘써야
'동반성장' 외치는 남양유업, 대리점과의 '상생'노력에 더 힘써야
  • 임태순 대기자
  • 승인 2018.05.25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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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74억 적자 후 2년 새 811억 급감..약발 없는 자구노력에 소비자 반응도 '썰렁'
                                          ▲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

[금융소비자뉴스 임태순 대기자] ‘갑질’에는 ‘동반성장’도 약발이 먹히지 않는다.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대리점들에게 ‘밀어내기’ 등 횡포를 부리다 된서리를 맞은 남양유업(회장 홍원식)이 ‘갑질’사태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갑질사태’ 이후 대리점주들과 동반성장을 앞세워 상생을 추구하고 있으나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남양유업의 경영이 ‘갈지(之)자’ 횡보를 보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남양유업 갑질사태는 지난 2013년 5월 발생했다. 고질적인 ‘밀어내기’가 화근이었다. 전산프로그램의 데이터를 조작해 주문량의 2~3배에 이르는 물량을 점주들에게 전가하는 일이 빈번하다는 폭로가 터져나왔다. 이어 본사 영업직원이 대리점주에게 폭언을 일삼는 음성파일이 공개되면서 ‘갑의 횡포’가 국민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났으나 ‘갑질’의 후유증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2012년 637억원이던 영업흑자가 ‘갑질 원년’인 2013년에는 174억 적자로 돌아서 불과 2년 사이에 영업이익이 811억 급감했다. 이듬해인 2014년에는 적자가 261억원으로 불어나 남양제품 불매운동 등 국민적 반감이 얼마만큼 컸는지를 엿볼 수 있게 했다.

반면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은 계속 '즐기고' 있다. 갑질 사태 이후 경영상황이 크게 악화된 가운데서도 매년 20억원 안팎의 급여와 배당금을 받기 때문이다. 갑질사태 당시 남양유업은 홍 회장이 남양유업의 최대주주(51.68%)여서 등기임원에 등재한 것일 뿐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회사에도 나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경영에 관여하지도 않는 홍 회장에게 거액의 급여를 지급해 온 셈이다.

▲남양유업이 지난 2월에 가진 동반성장을 위한 '파트너스 데이 비전 선포식'. 이런 노력에도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남양유업이 지난 2월에 가진 동반성장을 위한 '파트너스 데이 비전 선포식'. 이런 노력에도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남양유업 '갑질' 대국민 사과 이어 대리점주 피해 구제 약속했으나 '별무효과'..영업실적도 뒷걸음질

남양유업은 대 국민 사과를 하고 대리점주의 피해를 구제하겠다는 등 자구책을 강구했으나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남양유업은 지난 2월 27일 동반성장 세미나인 ‘파트너스 데이 비전 선포식’을 가졌다. 오후 4시 30분부터 시작된 이날 행사는 대리점주 80명과 본사 영업 관계자들이 참석해 2시간 남짓 진행됐다.

대리점주들과 회사 관계자들은 ‘회사와 대리점은 상호 존중하는 태도를 기본으로 상호신뢰를 훼손하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등 4개항의 공동성장을 위한 실천서약서를 작성하고 영업정보를 공유하는 등 화합의 시간을 가졌다. 회사측의 이런 행사는 대리점과 회사 사이에 무너진 신뢰의 골을 회복하는 것은 물론 국민들에게도 상생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러한 자구노력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녹이기에는 역부족이다. 2015년부터 2년간 호전을 보이던 영업상태는 지난해 다시 뒷걸음질쳤다. 2015년 201억원의 영업이익 흑자를 내 분위기를 반전시킨 뒤 2016년에는 흑자를 418억원까지 끌어올렸다. 그러나 이는 매출확대의 효과라기 보다는 남양유업 사태와 관련, 공정거래위원회가 물린 과징금 119억원을 행정소송을 통해 돌려받고 인력감축 14.3% 등 구조조정의 효과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남양유업의 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 영업이익은 51억원으로 전년 대비 무려 87.7% 급감했다. 매출액 역시 1조 1670억원으로 5.8% 감소했다. 사측은 사드 보복으로 중국이 분유수입을 줄인데다 신제품 출시로 판매관리비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으나 갑질횡포에 대한 소비자들의 응어리가 여전함을 보여준다.

▲남양유업 대리점주의 눈물은 아직 마르지 않았다. EBS에 나온 한 대리점주는 여전히 빚더미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남양유업, 자사제품서 브랜드 숨기는 등 꼼수..대리점주들와 피해구제 정리 안돼 소비자 불신 키워

남양유업은 또 자사제품에서 브랜드를 숨기는 등 꼼수를 써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불매운동으로 프렌치카페 판매가 줄자 남양유업 제품이라는 것을 가리기 위해 커피믹스 제품 로고에 스티커를 붙였다. 지난해 말에는 냉장커피인 ‘프렌치카페’ 용기에 부착된 빨대로 남양 로고를 가렸다. 소비자들은 SNS에 “백미당도 남양유업 소유라는 것을 숨기고 있다”며 “불매를 이어가야 한다는 글을 퍼나르고 있다. 사측은 “‘어쩌다’, ‘우연의 일치’ 등 고의가 아니었다”고 해명하고 있으나 궁색하다.

남양유업과 대리점주들간 피해 구제가 말끔히 정리되지 않는 것도 소비자들의 불신을 키우는 대목이다. 장성환 피해대리점협의회 대표는 지난달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이 국회에서 연 ‘갑질 이제 그만! 대리점법 개정 토론회’에 나와 “남양유업의 밀어내기와 결제방식 미변경으로 많은 피해자가 발생했다”고 고발했다. 그는 또 “본사에서 청구한 금액과 거래내역서가 불일치하거나 엑셀값 조작으로 청구금액을 부풀리다 보니 대리점만 손해를 봤다”며 “이를 신고하면 회사측은 허위사실 유포나 모욕죄 등으로 맞고소를 해 정신적, 심적 부담이 크다”고 털어놓았다.

남양유업 사태는 얼마 전 EBS가 갑질을 고발하는 프로그램 ‘빡치미’에서도 다뤄졌다. 이 프로에 나온 남양유업 전 대리점주는 “당시에 진 빚을 갚지 못해 아직도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2013년 맺은 ‘앞으로 그 어떤 피해 보상에 대한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는 상생협약서 8항이 발목을 잡고 있다. 대리점주들은 “불매운동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회사를 위해 상생협약서에 도장을 찍었으나 이게 화근이 될 줄 몰랐다”고 말했다. 남양유업이 이런 파고를 딛고 어떻게 정상궤도로 진입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의 ‘69억 원’ 남는 장사에 쏠린 눈이 따갑다. 70억 원대 탈세를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대법원에서 벌금 1억원이 확정됐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재벌 오너 일가의 ‘비리척결’을 외치며 적폐청산작업을 진행중이나 홍 회장의 ‘1억’ 벌금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분위기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74억여원의 세금을 내지 않은 혐의로 2014년 불구속 기소..벌금은 고작 ‘1억’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지난 달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홍 회장의 상고심에서 벌금 1억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원심이 조세포탈죄와 횡령죄 등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검찰의 상고를 기각했다.

홍 회장은 남양유업 창업주인 부친 고 홍두영 명예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자기앞수표, 차명주식 등으로 유명화가의 그림을 사거나 다른 사람 이름으로 주식거래를 해 증여세 26억원과 상속세 41억여원, 양도소득세 6억5000여만원 등 74억여원의 세금을 내지 않은 혐의로 지난 2014년 불구속기소 됐다. 또 남양유업 직원 45명 명의로 회사 주식 19만 2193주를 보유하고서는 금융당국에 보고하지 않은 혐의도 받고 있다.

앞서 1심은 홍 회장에 대해 “조세 포탈이 치밀하고 은밀하게 이뤄졌고 포탈세액이 26억원에 달해 조세 질서를 어지럽히고 비난 가능성도 크다”면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벌금 20억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홍 회장이 적극적으로 차명주식을 숨기는 등 부정한 행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차명주식 모두 실명으로 전환돼 위법성이 회복됐다”면서 조세포탈 혐의를 전부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차명주식을 신고하지 않은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로 인정해 벌금 1억원을 선고했다.약 7억 원에 달하는 회사 돈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김웅 전 남양유업 대표에 대해 재판부는 “일부 혐의는 공소시효가 지났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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