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이동준 기자] 내년 초 우리금융지주가 출범할 경우 금융권에 일대 판도변화가 예상된다. 리딩뱅크 경쟁이 현재의 KB금융과 신한금융에서 3파전으로 확대되고 우리금융이 대규모 투자여력을 확보, 보험 및 증권서 인수 합병에 나서게 될 경우 금융시장이 요동칠 것으로 예상된다.
23일 금융계에 따르면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우리은행은 다음 달 이사회에서 지주사 전환을 의결하고 곧 금융위원회에 예비인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후 금융위원회의 심사와 본인가 승인, 주주총회 승인 등을 거쳐 내년 1월 지주회사를 출범시킨다는 일정이라고 밝혔다. 설령 일정이 다소 지연되더라도 1분기 중에는 설립될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
시중은행에서 유일하게 지주회사 체제를 갖추고 있지 않은 우리은행은 현재는 리딩뱅크 경쟁대상이 아니다. 카드와 증권, 자산운용, 보험 등 비은행 부문 경쟁력이 한참 뒤쳐져 있기 때문이다. 은행은 이미 선도은행에 뒤지지 않는 경쟁력을 갖춘 데다 M&A 등을 통한 비은행부분의 경쟁력을 강화하지 않는한 선도은행 경쟁은 꿈에 그칠 공산이 짙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연결기준 1조5301억원(계열사 포함)의 순이익을 거두었다. 이중 은행 포션이 1조2761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비금융 부분의 수익은 보잘 것 없다는 예기고 은행만 놓고 보아서는 다른 금융지주사에 결코 뒤지지 않는 실적이다.
하지만 우리은행이 지주사체제를 갖추게 되면 리딩뱅크 경쟁에서 무시할 수 없는 경쟁자로 부상할 전망이다. 지주사체제로 전환하면ㅅ 7조원 안팎의 투자여력을 확보하게 되면 이 자금으로 수익성이 높은 증권 보험사 등을 인수, 현 비은행 계열사의 경쟁력을 강화할 것 같으면 또 하나의 대형 금융지주사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우리은행은 이미 지주사체제 출범 후에는 대형 M&A를 한다는 방침을 굳힌 상태다. 금융권에서는 우리은행이 지주사전환을 추진하는 것이 본격적인 외연 확장에 의한 리딩뱅크가 되는 것인데 M&A시장에 ‘큰 손’으로 부상하는 것은 예고된 수순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은행을 제외하고 비은행에서는 경쟁력 열위를 면치 못하고 있는 만큼 은행과의 시너지 효과가 높은 자산운용사 등 수익성이 높은 비은행 계열사 사들이게 본격 나설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KB금융이 현대증권과 LIG손보를 인수하면서 비은행 부문 수익성이 개선된 것처럼, 우리금융도 이러한 과정을 거쳐 규모와 수익성에서 대형금융사 대열에 합류할 것을 관측했다.
과연 우리은행이 이런 꿈을 실현할 투자여력을 있는 것일까. 우리은행은 지주사 출범 후 출자 제한이 풀리게 되면 7조원 안팎의 ‘실탄’을 확보할 수 있게 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의 연결기준 자기자본은 지난 3월 말 기준 20조5400억원이다. 지주사 전환이 완료되고 우리금융지주(가칭)가 출범했을 때, 자회사 출자금액은 자기자본 대비 130%인 26조7020억원으로 늘어난다. 은행은 은행법상 자회사 출자한도가 자기자본의 20%를 초과할 수 없지만, 지주사로 전환되면 은행법이 아닌 금융지주회사법을 적용받는다. 출자 여력이 자기자본의 130%까지 늘어나면, 단순 계산으로 현 7000억원을 합해 출자 여력이 최대 7조원가량이 될 것으로 우리은행은 예상하고 있다.
문제는 과점주주가 출자에 쉽사리 응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데 있다. 우리은행 지분 27.22%를 소유 최대주주인 과점주주들이 출자를 하고 우리금융지주가 이 돈으로 과점주주소유계열사와 경쟁을 하게 되는 금융회사를 사들이는데 비협조적일 수 도 있다. 과점주주들이 투자은행이 자신들이 소유한 금융회사의 이익을 침해하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을 과연 묵인할는지는 두고 볼 일이다.
우리은행 측의 시각은 과점주주들과는 사뭇 다르다. 우선 인수합병을 하더라도 주주들의 이익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수익성 높은 자산운용과 캐피털 등의 인수와 합병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우리은행의 한 관계자는 “ 과점주주들의 이익침해를 최소하면서 이들이 투자한 은행의 규모와 수익성을 확대해 기업가치가 상승하는데 과점주주들이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