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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자문사에 '백기' 든 현대차..정의선 경영승계 ‘최대 위기’
엘리엇-자문사에 '백기' 든 현대차..정의선 경영승계 ‘최대 위기’
  • 강민우 기자
  • 승인 2018.05.2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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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스-글로비스 주총 '전격 철회' 배경..올해 안 지배구조 개편작업 마무리 어려울 수도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금융소비자뉴스 강민우 기자] 현대차그룹이 야심 차게 내세운 지배구조 개편안이 여론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결국 철회함으로써 향후 정몽구 회장에서 아들인 정의선 부회장으로의 경영승계 작업에도 적지 않은 차질이 우려된다.

이번 지배구조 개편안이 3세 경영의 포문을 여는 정 부회장의 승계 작업의 첫 발로 인식돼 왔다. 따라서 이달 29일 열릴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두 회사의 임시 주주총회는 취소됐다. 애초 두 회사는 각각 이사회를 열고 현재 체결된 분할합병 계약을 일단 해제한 뒤 분할합병 안을 보완·개선해 다시 추진키로 결정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이 주총 개최를 일주일 앞두고 전격 취소한 건 최근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 등이 잇달아 반대 입장을 내면서 지배구조 개편안의 부결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안, 엘리엇이 반대의사 표하며 난관 봉착..국내 자문사까지 가세하며 암초 

정의선 부회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이번 방안을 추진하면서 여러 주주 분들 및 시장과 소통이 많이 부족했음도 절감했다'며 "더욱 심기일전하는 마음으로 여러 의견과 평가들을 전향적으로 수렴해 사업경쟁력과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지배구조 개편방안을 보완하여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개편안은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엘리엇이 지배구조 개편안의 반대 의사를 표하며 보완을 요구하면서 난관에 봉착했다. 엘리엇에 이어 글로벌 양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래스 루이스를 비롯해 국내 자문사까지 개편안에 반대 의견을 권고하면서 지배구조개편안 통과는 암초에 부딪혔다.

특히 외국인 주주에 영향이 큰 것으로 알려진 ISS가 반대 의견을 권고하면서 외국인 주주들의 표가 대거 반대에 몰릴 수 있는 상황이 됐다. 현대모비스의 외국인 주주 지분 비율은 48.6%에 이른다. 여기에 서스틴베스트, 대신 기업지배구조연구소에 이어 국민연금의 의결권 자문기관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까지 반대 의견을 권고하면서 국민연금의 선택까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양사는 “국내외 의결권 자문기관들이 현대모비스 주주들에게 반대의견을 권고하고, 그에 따른 주주들의 의견을 고려한 결과, 현대모비스의 주주총회 특별결의 가결요건의 충족여부의 불확실성이 증대했다”며 철회 이유를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앞서 지난 3월 28일 두 회사의 분할합병을 골자로 한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았다. 현대모비스는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을 1대 0.7895305 비율로 분할하고, 현대글로비스가 현대모비스 사업부문을 1대 0.6148203 비율로 합병하는 것이 핵심이다.

참여연대, "현대모비스 가치 3조 이상 축소-분할합병 비율 적정 아니다"..현대차, 끝까지 원안 고수

아울러 분할합병 후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보유하는 현대글로비스 지분과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투자부문 지분(16.88%)의 교환을 하는 동시 정씨 부자가 현대제철과 현대글로비스의 모비스 투자부문 지분까지 매입하겠다는 계획이었다.

분할합병이 완료될 경우,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배력은 30.17%를 넘어설 수 있었다. 특히 지주사 격인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1주도 안 가지고 있던 정의선 부회장의 지분율은 약 16%까지 높아질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지배구조 개편안에 대해 참여연대는 현대모비스 사업부문의 가치를 3조원 이상 축소했고, 이로 인한 분할합병 비율이 적정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현대차그룹은 이에 굴하지 않고 끝까지 원안을 고수했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서 달갑지 않은 소식은 계속됐다. 국내외 주요 의결권자문사가 주주들에게 반대표를 행사할 것을 권고했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여론은 급격히 현대차그룹에게 불리하게 흘러갔다.

지배구조 개편안에 대해 ISS는 현대모비스 주주들에게 불리하다고 판단했다. 글래스루이스는 현대글로비스 주주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상당한 가치를 옮겨주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업지배구조원은 현대모비스 입장에서 합병 시너지가 명확하지 않아 주주가치 또는 회사가치 제고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현대차, 반대 여론 못 뚫고 개편안 철회 결정..정의선 승계작업 제동-순환출자 해소 문제도 새 '고민'

현대차그룹은 결국 이 같은 반대 여론의 벽을 뚫지 못하고 개편안 철회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정의선 부회장의 승계 작업에 제동이 걸린 것은 물론 이번 개편안을 통해 해소코자 했던 순환출자 문제에 대한 고민도 함께 빠지게 됐다.

재계 관측통들은 “현대차그룹이 임시 주주총회를 불과 1주일여 앞두고 지배구조 개편안을 철회한 것은 합병안 부결 가능성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라며 사실상 현대차가 ‘백기’를 든 셈이라고 풀이했다. 한 관계자는 “미국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엘리엇)가 개편안이 불공정하다며 반대표 몰이에 나선 이후 주요 국내외 의결권 자문기관들이 상당수 반대 의견을 권고하면서 주주 설득이 여의치 않게 된 데 따른 결정”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현대차의 앞길에는 여전히 난관이 자리한다. 현대차는 주주들을 설득하고자 기존 개편안을 어떻게 개선할지와 주주환원책을 얼마나 강화할지에 대한 답안을 마련해야 한다. 현대차가 지주사 체제가 아니라 현대글로비스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개편안을 보완하되 자사주 소각이나 배당으로 주주들을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가 지배구조 개편의 적기로 꼽히지만, 올해 안에 작업을 마무리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기존 개편안 검토에만 3~4개월이 걸리고 주주총회 소집도 6주 전에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개편안을 검토하는 데 3~4개월 정도 걸리기 때문에 빠르면 오는 10월 중으로 개편안을 의결하는 주주총회가 열릴 수 있다”면서 “현대글로비스·모비스의 합병 비율이나 사업적 시너지 효과를 점검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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