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 ‘봄’이 온다지만 경제는 겨울
한반도에 ‘봄’이 온다지만 경제는 겨울
  • 류동길
  • 승인 2018.05.21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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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동길 칼럼] 평창 동계올림픽과 남북회담을 계기로 우리 사회는 어느새 한반도에 ‘봄’이 온 것 같은 분위기에 빠져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달라진 건 없다. 북은 변화가 없는데 우리만 김칫국을 마시는 모양새를 보인다. 경제는 겨울로 들어서는 징표들이 곳곳에서 나타난다. 그런데도 경제는 회복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게 기획재정부의 평가다. 이와는 달리 대통령 직속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 김광두 부의장은 한국경제는 침체국면의 초입에 들어서고 있다고 하자,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월별통계로 경제상황을 성급하게 판단할게 아니라고 했다. 또한 김 부총리는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는데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고용을 줄이는 효과는 없다고 주장했다.

정책을 다루는 책임 있는 당국자들의 진단과 평가가 이렇게 엇갈린다. 그러니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올 리가 없다. 정부는 지난 해 3.1% 성장했다고 자찬한다. 세계 평균성장률은 3.8%였고 세계경제는 호황을 누렸다는 점에 비추어보면 자찬할 일이 아니다. 올해 세계 평균성장률 전망치는 3.9%인데 한국은 3%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반도체가 호황을 누리고 있을 뿐 산업동향을 나타내는 생산과 투자지표들이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고 수출도 감소세다. 공장 30%가 멈춰 섰다. 올 들어 4월까지 3개월 연속 취업자수 증가폭은 12만 명 수준에 불과하다. 증가폭이 최소 30만 명을 넘어야 고용을 안정시킬 수 있는데 이 수준에 크게 미달한다. 특히 제조업 취업자수는 감소세로 전환됐다. 미국과 일본은 완전고용에 가깝고 세계경제는 호황을 누리고 있는 데 우리만 역주행이다.

비록 실적이 저조하더라도 구조조정 등 멀리 뛰기 위해 준비를 한 결과라면 참을 수 있다. 뛸 준비도 않고 뛸 힘을 기르지도 않는데 이렇다면 문제는 심각하다. 산업현장의 분위기와 경제의 흐름을 보면 월별통계로 경제상황을 판단할 게 아니라는 김 부총리의 판단에 동의하기 어렵다. 일자리와 성장의 축인 기업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개혁의 필요성은 절실한데 지난 1년 간 노동개혁을 시도한 적이 없다. 대기업은 경영권을 위협하는 지배구조를 강요받거나 영업 비밀을 공개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기업이 뛸 힘을 어디서 찾겠는가.

노동약자를 위한다는 선의로 포장한 최저임금 인상은 신규채용을 기피하고 저임금 근로자를 일자리에서 몰아낸다. 또한 근로시간 단축으로 소득이 줄어든다면 저임금 근로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최저임금 인상이나 근로시간 단축의 최대 피해자는 저임금 근로자라는 역설이 성립되고 있는 게 오늘의 한국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직후 인천공항공사를 방문, '비정규직 제로' 약속을 했지만 정규직 전환은 현재 11% 수준에 머물고 있고 기존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갈등에다 양대 노총 간의 기(氣)싸움 등으로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근로시간 단축·정규직화는 기존취업자에게 혜택이 돌아갈 뿐 일자리 찾는 실업자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노동자를 위한다는 설익은 정책으로 기업이 어려워지면 노동자는 더 어려워진다. 친(親)기업은 친(親)노동이다. 기업이 살아야 노동자도 산다. 모든 나라가 기업에 혜택을 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부작용이 나타나는데도 공약사항이라고 밀어붙이거나 정치논리와 선심 베풀기 또는 보여주기 방식으로 경제를 운용해서는 안 된다. 경제는 정치인이 잠자는 밤에 성장한다는 말이 왜 나오겠는가. 탈(脫)원전정책을 보라. 원전 가동률을 떨어뜨리면서 한전은 작년 4분기에 이어 올 1분기에도 1200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할 것이다.

일자리 만들고 노동약자를 위하겠다면 국정의 최우선과제를 경제 활성화로 돌려야한다. 기업을 뛰게 하고 성장 동력을 확충해야 일자리가 생기고 국민의 삶은 풍요로워진다. 저조한 경제실적이 한반도 ‘봄’ 분위기에 가려져서도 안 된다. 남북교류가 어떻게 진전되든 경제는 제대로 챙겨야한다. 남북교류는 남북교류이고 경제는 경제다.

#이 칼럼은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의 '선사연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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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류동길 ( yoodk99@hanmail.net )

숭실대 명예교수
남해포럼 공동대표

(전)숭실대 경상대학장, 중소기업대학원장
(전)한국경제학회부회장, 경제학교육위원회 위원장
(전)지경부, 지역경제활성화포럼 위원장

저 서

경제는 정치인이 잠자는 밤에 성장한다, 숭실대학교출판부, 2012.02.01
경제는 마라톤이다, 한국경제신문사, 2003.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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