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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들 “금감원, ‘채용비리 0건’ 은행 전수조사해야“
시민단체들 “금감원, ‘채용비리 0건’ 은행 전수조사해야“
  • 홍윤정 기자
  • 승인 2018.05.16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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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수은-수협 등 국책은행 채용비리 없다는건 코미디..일부 은행 '무풍지대'"

[금융소비자뉴스 홍윤정 기자] 채용비리 여파로 4대 시중은행들이 홍역을 앓고 있는 가운데 NH농협금융을 비롯한 국책은행들은 그동안 금융감독원의 채용비리 조사 결과 별다른 특혜 의혹이 드러나지 않아 적잖은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시민단체와 금융권 일각에서는 애초 금감원이 신한금융의 채용비리 혐의가 없다고 발표했다가 번복한 사실을 들어 농협은행(행장 이대훈)을 비롯한 농협금융지주 계열사도 철저한 전수조사로 비리의혹을 밝혀내야 한다는 주장이 새롭게 고개를 들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3월 김기식 전 금감원의 특별지시로 재조사 끝에 다수의 채용비리가 드러나 현재 검찰수사를 받고 있다.

16일 금융권과 시민단체들에 따르면 농협금융은 지역 조합을 기반으로 한 데다 은행과 지역농협을 더해 5,500여개 영업망을 가진 국내 최대 금융기관인 점을 감안하면 한건도 채용비리 혐의가 없다는 것은 의외의 결과라는 반응이다.

                                          이대훈 농협은행장

시민단체, "채용비리 5개 은행만 있고, 농협은행 등은 없다는 것은 국민을 바보로 취급하는 '뻔뻔한 행위'"

이에 대해 농협 측은 “우리는 중앙회에서 분리된 2012년부터 100% 블라인드 채용을 고수, 비리가 개입할 소지를 차단했다”고 설명했다.이들은 “실제로 농협은행의 채용 과정을 들여다보면 필기 통과자의 경우 면접 단계에선 지원자들의 이름이 지워지고 번호로 표기된다. 여기에 더해 농협은행은 면접위원에 외부인을 포함시켜 감시의 강도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농협 측은 이런 과정을 통해 최원병 전 농협중앙회 회장의 조카가 농협 공채에서 면접조차 통과하지 못한 일화가 이번 채용비리 사태에서 새롭게 알려지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채용비리가 5개 특정 은행만 있고, 나머지 농협은행을 비롯한 12개 은행이나 금융공기업 등은 없다는 듯이 발표하는 것은 아직도 국민을 바보로 취급하는 '뻔뻔한 행위'가 아닐 수 없다는 반응이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비리의 온상이고, 적폐금융의 산실인데도 검사조차 안하는 등 금융공기업들에 대해서는 채용비리가 전혀 없다는 것을 누가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인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금융소비자원은 하나은행, 국민은행에는 채용비리가 있고, 농협은행, 수협은행은 하나도 없다는 것은 상식적인 국민이라면 믿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들은 금감원과 금융위, 청와대는 이에 책임있는 답변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청와대는 누가 보아도 엉터리이고, 불공정한 금감원의 금융권 인사비리 검사를 가만두어서는 안될 중대사안이라고 인식해야 한다”면서 “금융권 채용비리 검사를 지금과 같은 행태를 방치할 것이 아니라, 전면적인 재검사와 수사로 국민의 신뢰를 얻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농협선 채용비리 드러나..농협중앙회 '지역조합 임원 자녀 채용비리' 감사 결과 경남지역 3곳서 적발

농협은행이 채용비리가 없다고 하지만 지역농협에서는 채용비리가 사실로 드러나기도 했다. 과거 농협중앙회 '지역조합 임원 자녀 채용비리' 감사 결과 경남지역 3곳에서 적발되기도 했다. 농협중앙회가 지역 농축협의 임원 자녀 채용 비리를 자체 감사에서 적발하고도 채용 취소나 직무범죄 고발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해 10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간사인 황주홍 의원(고흥·보성·장흥·강진)이 농협중앙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역조합 임원 자녀 채용인원 216명 중 고시 채용 등을 제외한 특별전형으로 채용된 직원들에 대하여 지난해 10월24일부터 11월25일까지 농협이 현지 실태 감사를 실시한 결과 46명 중 12명이 공고 미실시, 채용 예정 인원 대비 2배수 이상 경쟁 미준수 등의 채용 비리를 적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체감사결과 경남지역은 3개 조합(4명)이 적발됐는데 2개 조합(3명)은 '문책'을 받았고 1개 조합(1명)은 '주의촉구' 조치를 받는데 그쳤다. 농협은 최고 견책 처분(경징계)만을 내리고 업무방해 등으로 직무범죄 고발은 하지 않았으며 채용 취소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농협중앙회의 자체 감사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황주홍 의원이 농협 지역조합의 고용세습이 심각하다는 것을 지적하고 전수 조사를 요구하자 실시한 것인다. 그런데 농협은 채용 절차 과정의 문제점만을 조사하고 지역조합 임원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감사를 하지 않은 채 ‘솜방망이’ 사후처리로 끝낸 것이다.

특히 지역조합 임원 자녀로 채용되어 지난해 농협의 자체 감사를 받은 전체 46명 중 아버지와 함께 근무하거나 아버지가 근무하던 곳에서 대물림해 근무하는 경우도 12명이나 되고, 인근 조합 간에 자녀 취업을 버젓이 '품앗이' 채용으로 돕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광수 농협금융회장

조사 형평성  잃은 금감원, 농협은행 채용비리 눈감은 채 시중은행 만 상대로 이잡듯이 뒤지는 등 '편파조사' 

황주홍 의원은 "형식적으로 채용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인근조합 간에 임원 자녀에 대한 '품앗이' 채용이 횡행한다면 특혜 의혹을 피할 수 없다. 고려말 음서제와 다를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성공한 채용 비리는 형사 처벌하거나 채용 취소할 수 없다는 식의 농협의 솜방망이 징계는 지역조합의 현대판 음서제 채용 비리를 오히려 돕는 셈"이라고 질타했다.

지금 우리나라는 청년실업률이 사상 최고를 기록하는 가운데 채용 비리 문제가 매우 중대한 사안이다. 사실상 금융기관들이 채용비리를 통해서 사회질서를 무너뜨리고 기강을 해이하는데 앞장을 서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따라서 채용 비리는 업무방해 등으로 형사 고발하도록 하고, 합격된 사람도 채용을 취소하는 등 일벌백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여기서 문제는 금융감독원의 태도다. 금감원은 자신과 권력기관 채용비리에 대해서는 회피하면서, 특정 금융사와 CEO만 겨냥한 편파 검사에 치중해 왔다는 지적이다.

농협은행 등 전 은행과 금융공기업을 하나은행 처럼 동일하게 전면적인 검사하는 것이 정도(正道)이다. 그런데 금감원은 농협은행의 채용비리는 눈감아 둔 채 시중은행 만을 상대로 이잡듯이 뒤지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금감원의 금융사 채용비리 검사는 아직도 국민과 시장을 우롱하고, 특정 금융사 상대로 한 조폭행태의 검사만을 하고 있다”면서, “새로 취임한 윤석헌 원장은 금감원과 금융위와 함께 청와대, 국회 등 권력기관의 채용비리 연루를 먼저 철저히 밝혀내고, 그 이후 전 금융권의 채용비리를 검사해도 늦지 않다”고 금감원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김광수 등 역대 농협금융 회장은 '모피아(MOFIA)' 낙하산..이 덕에 농협금융 '채용비리 무풍지대' 남았을 것"

금융권에서는 역대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옛 재무관료를 말하는 '모피아(MOFIA)' 출신들이 낙하산으로 내려온다는 점에서 농협은행 등 농협금융이 '채용비리 무풍지대'로 남은 사실과 이를 연관지어 해석하기도 한다. 현 금융위와 금감원을 장악하는 재무-금융관료들이 자신들의 관료선배가 재직중인 농협금융을 건드리지 못하고 사실상 조사 '치외법권'으로 방치한다는 관측이다. 김광수 현 농협금융 회장도 옛 재무관료 출신 '모피아 사단'의 일원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은 “이런 식의 편파적 수사와 검사라면 과거 세월호 조사와 무엇이 다르며, 박근혜 정부 행태와 전혀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청와대는 새로운 인식으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력히 요구했다. 그는 이어 "청와대 등 권력기관의 보이지 않은 후원이 이런 작태를 묵인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라며 "이런 정도의 '양아치'식 검사라면, 향후 정부와 관련자들의 부담으로 올 수 있다는 점에서금융당국의 채용 불법 개입과 권력자들의 개입을 먼저 밝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도 금감원 채용비리 조사와 관련, ”그동안 특정 5개 은행만 조사를 했다는 것이 과연 합당한 조치라고 생각하는지 의문”이라며 “금융당국자들의 비리 행위나 권력자들의 부당개입은 제대로 밝혀내지 않고, 특정 금융사와 CEO만 문제가 있다는 발표를 국민들이 이해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권의종 호서대 교수는 “농협은행을 비롯한 농협금융은 정부는 물론 외부 기관으로부터 채용청탁을 가장 많이 받을 수 밖에 없는 곳일 것”이라며 “그런데도 국민과 시장의 합리적 생각을 무시하고, 금감원이 아직도 자의적인 검사를 하면서 농협은행 등 국책은행을 비호하고 있다면 시민들의 '촛불혁명'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고 농협은행 등 국책은행에 대한 금감원의 전수조사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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