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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 윤종규 회장 ‘셀프연임’, 이래도 되나?
KB금융 윤종규 회장 ‘셀프연임’, 이래도 되나?
  • 이동준 기자
  • 승인 2018.05.08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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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이' 회추위 이어 주총서 '내 손으로 나 뽑기'식 회장 선출..수장 뽑는데 후보가 겨우 한 명

 

지난해 11월 20일 재임에 성공한 뒤 의사봉을 두드리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금융소비자뉴스 이동준-김영준 기자] 금융권의 주주총회는 간혹 시끄러운 일들이 많다. 미리 짜여진 각본에 따라 일사천리로 진행되는가 하면 주주들이 나와서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지난 해 11월 20일 KB금융그룹의 임시주주총회장. 제1호 의안인 윤종규 회장의 재선임안을 결정하는 자리에서 고성이 오갔다. 윤 회장의 연임을 찬성하는 주주는 “그가 임기 중 높은 성과를 달성했다”면서 “한번 더 회장직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임을 반대하는 주주는 “윤 회장의 연임에 절차상 공정성과 투명성이 떨어져 문제가 있다”고 반박했다.

이날 KB노동조합협의회는 윤 회장의 재선임을 ‘셀프 연임’이라며 날을 세웠다. 윤 회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선정한 KB금융의 이사회가 윤 회장이 직접 임명한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후보군 결정 과정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KB금융 확대지배구조위원회는 같은 해 9월 1일 23명의 회장 후보군을 확정했고 9월 8일 7명으로 압축했다. 그리고 9월 14일 윤 회장을 포함해 3명을 최종후보로 발표했다. 하지만 2명의 후보가 스스로 물러나면서 윤 회장이 단독 후보가 됐다.

2014년 회장 자리에 올라 KB금융지주 회장과 KB국민은행장을 겸직한 윤종규 회장은 KB금융그룹 역사상 가장 막강한 권한을 휘둘렀던 인물로 평가 받는다. 그런 윤 회장의 지난 해 11월 연임했다. 윤 회장은 절묘한 처세술로 막강한 권한을 활용해 연임에 성공한 것이다. 그러나 그의 연임배경을 보면 과거 역사 속에서 보면 박정희-전두환의 '셀프대장'과 '셀프대통령'을 연상케 한다는 지적이 많다. 연임과정이 거의 드라마처럼 짜여진 각본과 비밀 속에서 진행된 탓이다.

신임 회장을 뽑는 권한을 지닌 기관은 7명의 사외이사들이 포진한 이사회다. 문제는 이 사외이사 7인을 모두 윤종규 회장이 지목했다는 점이다. 윤 회장이 뽑은 사외이사들이 다시 윤 회장을 회장으로 뽑아주는 격이다. KB금융판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나 할까.

작년 9월 KB금융지주 회장 후보 최초 23명 이어 압축 7명도 비공개..비밀 속 완전 '깜깜이 선거'

이 판에 이른바 ‘들러리’들이 등장한다. KB금융지주는 국내에서 가장 중요한 금융회사다. 당연히 이 회사의 수장을 꿈꾸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런데 KB금융지주는 9월 1일 회장에 지원한 인물이 모두 23명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23명의 명단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후 KB금융지주는 후보자를 7명으로 압축했다. 이번에도 7명의 명단은 공개되지 않았다. KB금융지주의 회장 후보 명단이 그다지도 국가 기밀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23명이었다는 후보의 실체 자체가 없었던 것은 아닌지 하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 은행이 무슨 공산주의 조직도 아닌데 비밀주의 속에서 완전 '깜깜이 선거'라는 비난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그리고 마침내 KB금융지주는 3명의 최종 후보자를 선정한 뒤 명단을 공개했다. 한 명은 윤종규 본인이고 나머지는 김옥찬 KB금융지주 사장, 양종휘 KB손해보험 사장이었다. 모두 윤 회장의 최측근들이다.

물론 윤 회장의 측근이라고 KB금융지주 회장에 도전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문제는 이 두 사람이 곧바로 후보 자리를 자진사퇴해 버렸다는 데 있다. 면접도 안 보고 사퇴할 사람들이 왜 후보에 지원했으며, 그런 사람을 왜 최종 3인 후보에 올렸는지도 설명이 안 된다. 결국 윤종규 회장은 단독 후보로 떠올랐고, ‘셀프 연임’은 극본 그대로 성공하고 말았다.

우리나라 최대의 금융그룹인 KB금융지주의 수장을 뽑는데 후보가 겨우 한 명이었다. 그것도 후보가 현직 회장이다. KB금융 노동조합이 이 과정을 '윤종규 회장 연임을 위한 사기극'이라고 주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임시주총에 참석한 KB금융 노조측 인사는 “23인의 후보가 누구인지 자격 기준이 무엇인지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면서 “후보자 23인의 명단이 실제로 존재했는지도 알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이 인사는 또 “절차가 공정하게 이뤄졌는지 의문”이라며 “초등학교 반장선거도 이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지난 2월 서울남부지검이 KB금융 본사를 압수수색하고 있다.

윤 회장 선임안, 찬성률 98.85%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공산주의 국가 투표찬성률 보는 듯”

이런 논란도 윤 회장의 연임을 막지는 못했다. 윤 회장 선임안은 의결권 지분 76.22%가 참여한 가운데 찬성률 98.85% 압도적인 찬성을 받고 통과했다. “마치 공산주의 국가의 투표찬성률을 보는 듯 했다”는게 참관인들의 반응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대충 마무리되는 듯했던 ‘셀프 연임’ 논란은 금융당국으로부터 다시 불거졌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11월 29일 열린 정책브리핑 자리에서 “금융지주사 CEO가 본인의 연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 논란의 중심”이라며 “자신과 가까운 사람으로 이사회를 구성해 연임을 유리하게 짠다는 논란이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윤종규 회장을  겨냥한 것이다.

윤 회장의 셀프연임 문제는 해를 넘어서도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올해 3월 열린 KB금융지주 주주총회에 윤 회장은 ‘셀프연임’ 지적에 대해서 ‘오해’라고 선을 그었다. 한 주주가 "셀프연임 이사회 이사진들은 사퇴해야 한다"고 지적하자 윤 회장은 "셀프연임이나 이사회가 회장에게 종속돼 있다는 발언은 듣기가 거북하다"며 "(이사진들이) 지배구조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발언에 신중을 기해달라"고 받아쳤다.

이어 이사회가 노조 제안 안건에 반대 권유를 한 것에 대해 "이사회에 CEO인 제가 영향을 미친다는 오해가 있는데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며 "(이는) 사외이사들만의 결정이고, 앞으로도 사외이사들이 결정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날 주총장에서는 의결 방식과 안건 상정에 대해 노조측과 사측의 팽팽한 신경전이 이어졌다. 노조는 이사회가 주주제안건을 상정하지 않으려다 금융위 지적 이후 마지막 순서로 상정한 것과, 이사회가 노조측 제안에 부정적인 의견을 권고한 것을 문제삼았다.

박홍배 KB노조위원장은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 현직 회장의 참여를 배제하는 것은 셀프연임 논란을 일시적으로 피하고자 내부 규범만 바꾸는 꼼수"라며 "높은 보수를 받고 있는 이사진들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뭘 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국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안, 윤 회장 같은 ‘셀프연임’ 막아 CEO 승계과정 투명화 의도

금융당국이 최근 이례적으로 강력히 금융지주회사의 지배구조 개선에 나선 것은 윤종규 회장 같은 이른바 ‘셀프 연임’을 막아 최고경영자(CEO) 승계 과정을 투명하게 만들겠다는 의도다.

금융위원회는 현재 금융지주사의 ‘최고경영자(CEO) 추천 시스템’에 의문을 표하는 등 본격적인 금융그룹 지배구조 개선에 나섰다. 특히 ‘CEO 추천 과정’을 엄밀하게 들여다보고 본격적으로 개혁해 ‘셀프 연임’ 논란을 차단하겠다는 자세다. 이렇게만 된다면 앞으로 금융지주 회장이 변변한 경쟁자 없이 편하게 연임하는 구도는 사라질 전망이다.

이걸로 모든게 끝난 걸까. 결과를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셀프 연임’ 논란은 원래 KB금융에서 시작했다. 그런데 금융당국의 칼끝이 엉뚱하게도 하나금융 등 다른 금융회사를 향하고 말았다. 2018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3연임을 준비 중인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을 노린 조치라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뒤늦게 금융지주 지배구조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관치논란’만 키웠다”며 “특정 금융회사를 겨냥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셀프 연임’ 논란을 일으킨 윤 회장만 수혜를 봤다는 주장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금융당국의 뒷북 조치가 금융지주에 면죄부를 준 꼴이 됐다”면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금융혁신과 금융적폐청산이 무색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정인물과 금융당국 관계자 인사개입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며 “섣부른 조치가 ‘관치금융’ 논란만 일으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사실상 ‘셀프연임’에 성공하고도 별 탈 없이 KB금융회장을 즐기는 윤 회장을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이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지 벌써 1년이 다 되어간다. 그러나 우리나라 금융권은 아직 무풍지대다. 대형 금융지주에서는 현역 회장들이 셀프연임을 하고도 아무런 탈없이 ‘천수(天壽)’를 누리는 가운데 최흥식 전 금감원장은 하나금융지주와 대립하다가 과거 재직 때의 채용비리 혐의로 재임 6개월 만에 낙마를 하기도 했다. 모피아(옛 재무부와 마피아의 합성어)가 주류인 금융당국이 민간부문인 금융지주와의 '싸움'에서 진 것도 모자라 수장의 목이 '날아가는' 처참한 꼴이 연출된 것이다.

지난해 11월 윤종규 KB회장이 허인(왼쪽) 국민은행장과 악수하며 웃고 있다

'격랑' KB금융..작년 윤 회장 연임 찬반 때 80% 조합원들 '반대', 최근 '사퇴여론' 87.8% 

산업의 혈맥인 금융은 매우 공적인 영역이다. 인체에 피가 제대로 돌지 않고서는 몸이 움직일 수 없듯이 금융이 건강하지 않으면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금융의 위력은 곧 국민이 맡긴 돈에서 나온다. 그 돈을 불리는 일에만 골몰하는 월가형 자본은 '강한 금융'이라고 할 수 없다. 금융의 공공성은 무너지고, 한국의 미래는 도덕성을 결여한 탐욕적인 자본주의가 차지할 것이다. .

지난해 윤종규 회장 연임 찬반 설문 당시 약 80%의 조합원이 반대를 한 데 이어 최근에는 종손녀 채용비리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윤 회장이 ‘사퇴해야 한다’는 응답도 87.8%에 달하는등 KB금융이 격랑 속에 휩싸여 있다. 노조와 행원들의 경영진을 향한 분노가 대단하다.

KB금융 노조와 행원들은 새로이 취임한 윤석헌 금감원장에게 큰 기대를 거눈 눈치다. 그가 금융행정혁신위원장으로서 다양한 금융개혁을 권고한 가운데 채용비리 척결과 와 셀프 연임 규제를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먼저 관심을 모으는 분야는 채용비리와 셀프 연임이다. 지난해부터 KB국민은행을 비롯해 KEB하나은행, 대구은행, 부산은행 등 은행권에서 전방위적으로 채용비리 의혹이 터지고 있다. 일부 인사는 이미 구속되거나 불구속으로 재판에 임하고 있다. 일단 채용비리 근절을 위해 이번달 중순경 은행연합회에서 은행권 채용 모범규준 초안을 이번달 중순경 내놓을 예정이다.

아울러 윤 내정자는 "최고경영자(CEO)가 사외이사들을 선임하고 그 사외이사들이 또 CEO를 재선임하는 식으로 셀프 연임이 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미 금융위가 △금융지주 회장의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추천위원회 참여 금지 △CEO 후보군 관리내역 보고 의무화 △사외이사 연임 시 외부평가 의무화 등의 내용을 담은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 및 감독규정안 개정을 추진 중이다.

윤 원장은 금융위와 함께 더 강도 높은 개혁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가 과거 임원후보추천위원회 구성의 다양화를 권고했던 만큼 금융지주사에 외부 추천 사외이사 및 근로자 추천 사외이사 참여를 의무화하는 안이 거론된다. 그는 “금융공공기관부터 노동이사제를 도입하되 궁극적으로는 민간 금융사에도 도입해야 한다”며 노동이사제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었다.

촛불혁명 후 집권한 현정부서 KB금융 ’셀프연임‘ 사례..'정통성 부재' 금융현실 안타까움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관계자는 “셀프연임 의혹에 휩싸인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모두 노조가 반대한 인사”라면서 “노동이사제가 도입되면 셀프 연임이 근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고소영, 서금회 같은 낙하산을 내려 보내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노동자 80%가 윤 회장의 연임에 반대를 하는 이유를 정부가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국민은행 여론조사(윤종규 회장 ‘사퇴해야 한다’ 응답 87.8%) 결과를 보면 윤 회장이 이미 KB금융에서 신임을 많이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 행원들은 “정부도 윤종규 회장의 과거 연임 과정을 가만 두고 봐서는 안 된다”면서 ‘셀프연임’을 채용비리 문제와 함께 강력히 처벌하고 시정할 것을 희망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학 교수는 “우리는 이미 군사독재정권 시절 박정희와 전두환이 총칼로 ’셀프대통령‘에 올라 정통성 없이 행한 정치와 실패를 경험했다”면서 “촛불혁명으로 집권한 현 정부에서도 KB금융처럼 적당히 회장추천위원회(회추위)를 구성해 스스로 ’셀프연임‘을 하는 사례가 있다는 것이 기가 막힌다“고 '정통성 부재'의 금융지주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호소했다.

금융소비자연맹 당국자는 “금융당국의 거부감 표시에도 CEO의 연임을 강행한 KB금융과 하나금융지주가 윤석헌 금감원장의 주요 타깃이 될 것”이라며 “특히 KB금융은 금융당국의 감사 결과를 토대로, CEO 선임과정을 솔직히 해명한 다음 공정한 절차를 마련하는 등 최선의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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