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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 회장, ‘공무원 체질’ 농협금융서 '관료문화' 고칠까?
김광수 회장, ‘공무원 체질’ 농협금융서 '관료문화' 고칠까?
  • 최영희 기자
  • 승인 2018.04.30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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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일성 "보수적ㆍ관료적 조직문화 고치겠다"..김병원 중앙회장과 '관계정립'이 1차 과제

[금융소비자뉴스 최영희 기자] "여전히 농협금융이 보수적이고 관료화돼 있다는 일각의 비판이 있습니다. 혁신을 위해서는 이러한 지적을 수용하고 내부 혁신의 속도를 끌어올려야 합니다.“

농협금융지주의 새 수장에 오른 김광수 회장이 30일 농협은행 본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보수적이고 관료적인 농협금융의 조직문화를 적극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업무 프로세스를 세부적으로 점검해 스마트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낡은 업무 관행이 있다면 전면적으로 혁신하겠다"면서 스마트 업무 환경으로의 개선을 통해 조직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제5대 김광수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30일 취임사를 하고 있다.

대법원 무최 판결 받은 김광수 회장 '동정론' 많아..지금은 ‘상전’ 농협중앙회 잘 ‘모셔야’ 하는 새 환경

김 회장은 변화의 방향과 폭을 가늠하기 어려운 경영 환경일수록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모든 것이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급변하는 시기일수록 변하지 않는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다른 금융그룹이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농협금융만의 고유한 경쟁력을 찾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김 회장은 오랜만에 금융권에 복귀하는 데 대한 심경도 토로했다. 행정고시 27회인 그는 지난 2011년 6월 저축은행 비리에 연루돼 구속기소 됐으나 2013년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제도권 금융으로 복귀한 것은 공직에서 물러난 뒤 4년 반 만의 일이다.

김 회장은 취임식이 끝나고 기자들과 만나 "오랜만에 현업 복귀가 감개무량하다"며 "앞으로는 현장 활동을 많이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과 비은행 간 협업을 통해 대한민국에서 잘 생긴 금융그룹 지주를 만들겠다. 지켜봐 달라"고 덧붙였다.

김광수 회장은 공직에 있을 때 업무능력이 뛰어나고 선후배 사이에 신망도 두터웠던 것으로 알려진다. 검찰 수사 당시에도 그가 저축은행 비리에 관여할 만한 자리에 있지 않았다는 세간의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무죄로 확정판결을 받은 후 검찰의 무리한 수사로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는 동정여론이 광범위하게 형성되기도 했다.

그러나 동정론은 동정론이고 김 회장은 지금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KB-하나-신한 등 막강한 힘을 가진 다른 금융지주 회장과 많이 다르다. 본업인 농협금융지주 경영이 만만치 않은 데다 ‘상전’인 농협중앙회를 잘 ‘모셔야’ 한다. 사실상 '상왕'격인 김병원 농협중앙회장 아래서 '1인 지하, 만인 지상'의 제한적 권력을 누려야 하는 구조이다.   

과거 신동규 전 농혐금융 회장은 사퇴 때 "농협은 밖에서 온 사람은 동화하기 어려운 문화"라며 "농협은 조합이라 그런지 약간 사회주의적인 문화가 있다. 나 같은 사람은 그런 걸 잘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한 적이 있다. 김 회장도 신 전 회장과 마찬가지로 이른바 모피아(옛 재무부와 마피아의 합성어) 출신이다.

농협금융지주 역대 회장들, 모피아 출신들이 대세..‘모피아’ 논란 따르지만 '악어와 악어새'의 공생관계

농협금융지주는 공적 성격을 띤 금융회사다. 역대 회장도 모피아 출신들이 대세였다. 임종룡 전 회장은 현직에서 곧 바로 금융위원장으로 옮겨가기도 했다. 악어와 악어새의 공생관계라고 할까. 항상 ‘모피아’논란이 따르지만 오히려 금융위 등 경제관료 출신이 금융당국, 정책당국과 긴밀하게 협의하고 회사를 잘 이끌었다는 평가가 내부에서는 나온다. 노조가 별다른 반발을 하지 않고, 김 신임 회장 선임을 반기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농협 조직은 또 아직도 관료적인 색채가 강하다. 김 회장이 이날 취임식에서 보수적이고 관료적인 농협금융의 조직문화를 적극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은 이러한 배경이 깔려 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농협에서는 안되는 것도 없고, 되는 것도 없다“고 말한다. 농협이 두루뭉술하고 불투명하며, 상당히 폐쇄적임을 보여주는 말이다.

어떤 사람은 ”‘귀곡산장(鬼谷山莊, 귀신 사는 골짜기에 있는 산장)’의 분위기가 묻어난다“고 귀띔하기도 한다. 농협금융지주 회장에 모피아들을 비롯해서 그동안 많은 인물이 도전했으나 중도에 하차한 '흑역사'가 존재하는 것이 이와 무관치 않은 듯 하다. 금융권에서는 농협금융회장을 ‘모피아의 무덤’으로 부르는 사람들도 있다. 따라서 모피아 엘리트인 김 회장이 끝까지 살아남을 것인가를 주목하는 사람들이 많다.

농협법에는 중앙회가 자회사와 손자회사까지 지도·감독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돼 있다. 따라서 농협금융 계열사에 대한 '지도·감독'의 범위를 놓고 충돌이 벌어진다. 농협중앙회가 법에 따라 지주사는 물론 농협은행과 농협 생·손보까지 지도·감독한다는 것이지만, 농협금융지주로서는 사실상 ‘경영간섭’에 준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신동규 전 회장은 사퇴 직전 “대주주인 농협중앙회장의 권한이 있고, (나는) 금융지주 회장으로서 한계가 있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는 후문이다. 또한 농협중앙회장은 주무부처인 농림부 시각에서 금융을 다루려고 한다. 반면 금융위쪽 입장인 농협금융지주 회장과는 업무상 갈등하고 충돌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농민대표들의 투표로 선출하는 농협중앙회장은 사실상 정치인이니 다름이 없다.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정치인이 대주주인 농협중앙회의 자회사 대표인 셈이다. 김광수 회장이 자존심 강한 모피아 출신이지만 앞으로 김병원 중앙회장과 사실상 상하관계로 존재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농협중앙회장 '지나친 경영 간섭'일쑤.."금융지주, 소신껏 일 못하고 항상 윗전에 ‘상왕’ 모셨다" 푸념

지난 2013년 5월 임기 1년을 남기고 전격 사퇴한 신동규 농협금융지주 회장도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의 경영 간섭을 사퇴의 이유로 밝혔다. 그는 당시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의 지나친 경영 간섭에 사의를 굳혔다고 밝혔다. 농협금융지주는 경영전략 수립, 인사, 예산, 조직 등에서 모두 농협중앙회와 부딪치는 구조다. 그래서 농협금융회장이면서도 소신껏 일을 하지 못하고 항상 윗전에 농협중앙회장이라는 ‘상왕’을 모시고 일했다는 푸념이다.

농협금융의 조직문화 개선도 김 회장 앞에 놓인 과제다. 농협이 특화된 특수은행 이미지를 벗고 시중은행과 경쟁할 수 있으려면 무엇보다 인적·물적 시스템을 속도감 있게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여전히 본사와 달리 지점에서는 느슨한 노동 강도, 떨어지는 심사 능력 등 고객으로부터 불만 사항이 적잖게 나온다.

김 신임 회장이 취임 후 외부 전문가를 적극 영입하고 내부인사들과 경쟁적 협력관계를 꾀할 지도 관심이다. 외부에서 지적하는 은행 편중 수익구조도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김 회장은 이 부분을 풀기 위해 적극적으로 고민 중이다.

그는 통합금융 서비스를 원하는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굳이 은행, 증권 등 벽을 막아두고 각자 영업할 것이 아니라 계열사가 고객에게 한 번에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개편할 수 없을 지를 연구중이라고 한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레 비은행 계열사의 역할 분담이나 시너지 효과가 배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계열사 간 협업을 통해 시너지도 확대하겠다고 했다. 김 회장은 "농협금융은 출발 자체가 상부상조라는 협업 정신에 기반을 두고 있다"며 "농협과 축협, 범 농협 계열사 등 다양한 차원의 협업채널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금융지주와 자회사 간 협업을 내실화해 개별 회사 만의 수익 극대화가 그룹 차원의 이익이 되지 않는 구성의 오류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금융지주를 중심으로 금융그룹 내 협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중앙회와 상호금융, 농업경제와 유기적 협업 네트워크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종 기업 간 융복합이 확산하는 추세에 맞춰 고객 확보와 마케팅에 강점이 있는 플랫폼 업체 등 외부 기업과 협업도 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 '저축은행 징크스'..과거 4000만원 받은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서 무죄

김 회장은 '전략은 변하지 않는 것에 토대를 둬야 한다'는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의 말을 인용하며 농협금융의 변화하지 않는 기본으로 혁신과 함께 농업인의 버팀목, 고객신뢰, 협업 네 가지를 꼽았다. 또 혁신 방향으로 "스마트 금융그룹"을 제시하며 이에 맞춰 관행을 타파하겠다고 했다.

김 신임 회장의 앞길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그는 저축은행 사건 때 홍역을 치른 바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축은행마다 PF(프로젝트파이낸싱) 자금을 무리하게 대출해줬다 부실에 빠진 바 있다.

당시 공직에 있던 그는 김양 부산저축은행 부회장으로부터 총 4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그 바람에 옷을 벗어야 했다. 공직에서 내려와 항소한 끝에 2013년에야 대법원에서 무죄를 받아 명예회복을 할 수 있었다.

정통 경제관료에서 민간금융사 경영인으로 변신한 그가 이번에 과연 제대로 명예회복을 하고 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서 성공할지 여부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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