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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정의선 경영승계 '진실'과 1조원 사회환원 '함정'
정몽구-정의선 경영승계 '진실'과 1조원 사회환원 '함정'
  • 이동준 기자
  • 승인 2018.04.19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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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이면에 사익추구 ‘꼼수’..“MB식 기부? 왜 굳이 공익재단 만드나”
▲정몽구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왼쪽 뒷편)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왼쪽 뒷편)

[금융소비자뉴스 이동준 기자] 지난 2006년 4월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정 회장은 1심에서 실형을 받았지만, 2심에서 사회봉사명령 등이 포함된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났다.

정 회장은 자신의 비리 관련 수사가 한창이던 2006년 4월 19일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사과문에는 윤리위원회 설치, 계열사 자율경영 확대 등 현대차의 지배구조 개선안과 총수 일가의 1조원 규모 재산 사회환원 계획이 포함됐다.

그렇다면 정 회장이 사재를 털어 출연한 거금은 과연 어디로 갔을까. 정 회장은 2011년까지 자신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 6500억원을, 2013년 이노션 지분 20% 등 총 8500억원을 현대차 정몽구재단 설립을 위한 출연금 형태로 기부했다. 당시 출연금이 개인재산이고 최대 규모란 점에서 통큰 기부란 얘기가 많았다. 하지만 공익재단 기부방식을 취함으로써 편법 상속 또는 증여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19일 관련당국과 재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재벌들의 공익재단은 외관상 공익사업이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재벌총수가 특정인에게 자신의 재력 뿐만 아니라 경영권까지 넘겨줄 수 있는 ‘다목적 카드’ 역할을 한다.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을 동원해 삼성그룹을 지배하는 이재용 부회장도 있지만, 정몽구 회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나아가 정 회장의 1조원 사재출연이 무늬는 사회환원이지만 실제로는 뒤에서 재단을 쥐락펴락하는 것과 똑같다는 논리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재임중 전 재산 사회환원을 한다는 명분으로 청계재단을 만든 다음 사실상 운영을 좌지우지 해왔다는 지적과 마찬가지다. 

정몽구 회장, 2006년 현대글로비스 비자금 구속사건 후, 사회환원 위해 '1조원 사재출연' 약속

정 회장은 지난 2006년 이른바 현대글로비스 비자금 사건 직후, 기업이익의 사회환원을 위해 1조원을 사재출연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비자금 사건 판결문에 따르면, 정 회장은 자신의 장남 정의선 부회장과 공모해 후계구도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로 하고, 기아자동차 계열사와 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 등을 이용해 500억원대 횡령배임 범죄를 저질렀다.

이 사건으로 정 회장은 2008년 법원으로부터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1조원 사재출연 약속은 정 회장과 공범이었던 아들의 기소유예 처분과 무관하지 않았다. 또한 ‘3·5법칙(징역 3년·집행유예 5년)’을 적용받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경제개혁연대는 2017년 1월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공약과 그 이행 현황’ 보고서를 통해 재벌들이 그간 발표했던 기업 지배구조 개선 및 사회공헌안들이 실제로 얼마나 이행됐는지 분석한 바 있다.

그렇다면 정 회장의 약속은 얼마나 이행됐을까. 그룹 내 윤리위원회 설치의 경우 6개 상장계열사에는 설치됐지만 다른 5개 상장계열사에는 미설치돼 완전히 이행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조원 환원의 경우 현대글로비스 주식 등을 통해 현재도 환원이 진행 중인 것으로 평가된다.

계열사 자율운영 확대는 당시 기획총괄본부를 기획조정실로 축소개편하면서 달성된 것으로 경제개혁연대는 봤다. 다만 일자리 창출 및 투자 확대, 투명·선진화된 경영 도입 등에 대해서는 목표 달성의 구체적인 수치도 없고, 추후 그룹 차원에서 별도로 결과도 발표하지 않아 이행 여부가 불투명했다.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안, 정 회장 부자 욕 먹더라도 최대한 지분 붙잡는 목적과 다르지 않아

이에 대해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정 회장의 1조원 사회 환원 약속의 경우 재판을 거치면서 8400억원 규모로 조성됐다"며 "8400억원은 2013년 말까지 이노션 주식 환원 등을 통해 완납했으므로 약속을 이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3월말 현대차그룹이 발표한 지배구조 개편안은 후계구도와 관련해서 매우 주목된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이 정몽구 회장 일가의 사익추구를 위한 내용이라는 비판론이 나오는 이유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이 결국 정 회장 부자가 욕을 먹더라도 최대한의 지분을 붙잡고자 한 목적과 다르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 과정에서 현대차그룹의 지주회사은 물론이고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정몽구 재단의 역할이 중요하다. 재단의 사실상 주인인 정몽구 회장이 재단의 지배권을 정 부회장에게 넘기는 경우 상속세 또는 증여세를 피할 수 있다. 정몽구재단이 소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의 최종 목적지가 어디일지는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공익재단 설립을 통한 정 회장의 ‘통큰 기부’가 온전한 기부로 평가받지 못한 것이다.

공익재단은 상속세 탈루의 한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오너일가가 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하는 것도 편하다. 재단 이사회만 장악하면 되기 때문이다. 마치 이명박 대통령이 재임 당시 전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해놓고 청계재단을 만들어 뒷전에서 좌지우지한 것과 비슷하다. 한 관계자는 “정말 기부를 하려 했다면, 굳이 없는 재단을 만들어서 할 필요없이 다른 곳에 기부를 하든지 신탁을 하는게 차라리 사회환원 차원에서 가장 깨끗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지부장 하부영)는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과 관련,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 모듈/AS 부품 부문 합병안이 현대모비스, 현대차, 기아차의 기업가치와 주주 이익을 훼손한다고 비판했다. 지부는 이 같은 시도는 글로비스의 기업 가치를 높인 후 주가 상승을 유도해 매각하기 위한 수순이며, 글로비스 최대주주인 정의선 부회장에게 불법 특혜를 제공하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정몽구-정의선 부자의 기회 편취와 사익추구로 재차 귀결되면 안돼"

현대차지부는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 해소와 지배구조 개편이 황제경영 철폐와 재벌개혁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라며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의 회사 기회 편취와 사익추구로 재차 귀결되면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지부는 “청와대 등 정부와 공정거래위원회, 금융 당국은 현대차 재벌의 사익추구를 위한 순환출자 개편 시나리오에 강력히 대처하고 규제에 나서라”라고 촉구했다.

현대차지부는 현대차 그룹이 노조 동의를 얻지 않고 현대모비스 모듈-AS 부품 사업 부문을 현대글로비스에 합병하면 현대차 단체협약 39조(승계 의무), 40조(하도급 및 용역전환), 41조(신기술도입 및 공장 이전, 기업양수, 양도)를 위반하는 불법행위라고 밝혔다. 현대모비스는 현재 현대자동차와 2사 1 노조 형태로 현대차지부의 단체협약을 적용받고 있다.

정몽구 회장 일가가 2001년 설립한 현대글로비스는 중소 영세 물류 업체(신차 탁송업체)를 상대로 다단계 중간착취해 성장한 부도덕한 기업이다. 현대글로비스는 물류 부문 48.08%, CKD 부품부문 38.57%, 기타 13.35%의 사업을 영위하는 현대차그룹 계열사다. 현대글로비스의 2017년 기준 매출액은 16조 3천5백억 원, 영업이익 7,271억 원이다.

이들은 “현대글로비스는 재벌 일가의 회사 기회 편취를 통한 사익추구의 대표적 사례이며,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규제 입법을 촉발했던 대표 기업이기도 하다”면서 “한국 재벌 편법 증여의 상징으로, 악덕 기업이라는 낙인이 찍혔다”고 규정했다.

문재인 정부가 2018년을 본격적인 ‘재벌개혁의 해’로 선포했지만 앞날을 낙관하긴 어렵다. 재벌들이 그간 내민 ‘셀프개혁안’들을 보면 진정성보다는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뒤 내놓는 미봉책에 가까운 대책들이기 때문이다.

최근 '건강이상설' 정몽구 회장, 2009년 심장질환 수술 받은 뒤 매년 정밀 심장검진-고혈압 치료

정주영 회장의 사실상 맏아들인 정몽구 회장은 뚝심경영, 현장경영, 품질경영으로 현대기아차를 글로벌 5위 완성차회사로 키워냈다. 현대차 2세대 신화를 정 회장과 떼어놓고 평가할 수 없을 정도로 그는 그룹 내에서 신화적인 존재이다. 그러나 최근 '건강이상설'로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그는 지난 2016년 12월6일 박근혜 게이트 국정조사 청문회 증인으로 참석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게 질문이 쏠리면서 점심 정회시간 전까지 단 한 건의 질문도 받지 않았다. 이날 오후 6시50분 쯤 청문회가 정회하자 "머리가 아프다"면서 준비된 차를 타고 인근 병원으로 이송되면서 조기 퇴장했다.

그는 이 해 말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이어 지난해 5월 정권교체 이후 주요 행사인 청와대 '호프 데이'와 문재인 대통령이 사드도입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대차를 위로하기 위해 중국의 생산공장을 방문하는 자리에도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또 지난 해에 이어 올해 2년 연속 시무식에도 불참했다. 올들어서는 지난 3월 현대차 주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재계 주변에서는 만일 정 회장의 건강이상이 확인되면 그룹의 승계작업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며 우려한다. 정 회장은 2009년 심장질환으로 수술을 받은 뒤 매년 정밀 심장검진과 고혈압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들 정의선 부회장이 주목받는 것은 현대글로비스 통한 편법증여 논란과 깊은 관련이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2001년 설립된 뒤 계열사들이 물류관련 일감을 몰아주면서 급성장했다. 2004년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이후 안정적 매출 구조 덕분에 주가가 급등했다.

2006년 비자금 사건 검찰조사 정의선 부회장, 글로비스 최초 출자금 20억이 상장 후 2조로 증가

감사원이 2013년에 공개한 재벌들의 일감몰아주기와 편법 자산증여 실태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현대글로비스에 최초로 출자한 금액이 20억 원 수준이었지만 2004년 상장된 이후 보유 주식가치가 약 2조 원으로 불어났다. 정몽구 회장의 재산이 정의선에게 간접적으로 이전됐다는 의심과 비난을 받는 이유다.

현대글로비스는 2006년 현대차그룹 비자금 사건으로 또다시 관심을 받게 된다. 당시 검찰은 내부제보자 진술을 토대로 현대글로비스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이 때 수십억 원의 현금과 양도성예금증서가 들어 있는 금고가 발견됐다. 이 때문에 정의선도 검찰조사를 받았다. 그도 비자금 조성과 편법 증여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한 재계전문가는 “정부는 여전히 기업들의 자발적인 변화를 기다리겠다는 입장이지만 과거 재벌들이 자발적으로 경영개선안을 발표하고 이행해온 역사를 보면 무척 실망스럽다”면서 “현대차그룹이 자발적인 개혁안을 내놓았어도 그 안에 감춰진 정몽구-정의선 경영승계의 진실과 함정, 그리고 타당성-실효성을 정부당국이 면밀히 검토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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