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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끝까지 '작업환경보고서' 공개를 꺼리는 까닭?
삼성이 끝까지 '작업환경보고서' 공개를 꺼리는 까닭?
  • 박홍준 기자
  • 승인 2018.04.18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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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반도체공장' 실상이 드러나기 때문…법원판결에도 행정소송 등으로 시간끌며 비공개 버티기
▲반올림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항소심 결심 공판이 열린 지난해 12월 27일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직업병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반올림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항소심 결심 공판이 열린 지난해 12월 27일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직업병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금융소비자뉴스 박홍준 기자] 삼성은 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반도체공장 ‘작업환경보고서’공개를 한사코 꺼리고 있다. 삼성직업병피해자들은 이 보고서는 삼성반도체공장 직업병피해 입증에 결정적인 자료인데도 삼성은 영업상의 비밀 등을 이유로 대전고법 판결에 따른 노동부의 공개결정에 행정심판과 소송을 제기하면서 보고서 공개를 필사적으로 저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18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 공개는 일단은 1,2개 월 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행심위)가 전날일 삼성전자가 제기한 온양·기흥·화성·평택 반도체 공장 및 구미 휴대전화 공장의 ‘작업환경 측정 결과 보고서’ 정보공개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고 행정심판 사건의 경우 통상 최종 판결까지 1~2개월가량 걸리기 때문이다.

행심위는 삼성전자가  이달 초 고용부의 작업환경 측정 결과 보고서 정보공개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행정심판과 정보공개 집행정지를 신청한데 대해 이같이 결정했다.이에 따라 고용노동부는 삼성반도체공장의 작업환경보고서 공개를 보류키로 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일단 행심위 결정을 받아들여 보고서 공개를 일단 보류하고 본안 판단이 내려질 때까지 기다려 보겠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대전고법의 판결에 따라 지난달 19~20일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한 산업재해 피해자들의 산재 입증을 위해 꼭 필요한 자료”라며 삼성전자 온양·기흥·화성·평택공장 작업환경보고서 공개 방침을 결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다른 30일간의 유예기간이 지나는 오는 19~20일에 보고서가 공개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이 보고서에는 영업비밀, 구체적으로는 국가핵심기술이 포함돼 있다면서 노동부를 상대로 정보공개집행정지 소송을 제기했다. 삼성전자측은 보고서가 공개되면 핵심기술·공정 노하우 등 영업비밀이 중국 등 경쟁기업에 유출될 우려가 있다”면서 △행정소송과 정보공개 집행정지 가처분(법원) △행정심판과 정보공개 집행정지(행심위) △작업환경보고서 내용이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정(산업통상자원부)을 신청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날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에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는 내용이 있는 것으로 판정했다. 산업부는 이날 낸 보도자료에서 "2009~2017년도 화성, 평택, 기흥, 온양 사업장 작업환경측정보고서 일부 내용이 국가핵심기술인 30나노 이하 D램, 낸드플래시, AP 공정, 조립기술 등을 포함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삼성이 당초 신청한 2007~2008년 보고서는 30나노 이상 기술과 관련돼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도대체 이 보고서가 무슨 내용이 들어있기에 삼성이 소송까지 제기하면 공개를 꺼리는 것일까. 삼성의 핵심기술이 중국 등으로 유출돼 영업에 치명적인 타격을 받게 되는 내용이 포함 된 것일까.

삼성은 무엇보다도 반도체 공장이 인체에 해로운 작업장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반도체 직업병피해자들이 말하는 ‘죽음의 공장’이라는 것을 결코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삼성 반도체 공장은 산안법(산업안전보건법)이 말하는 “인체에 해로운 작업을 하는 작업장”이다. 따라서 삼성은 산안법이 특별히 유해하다고 판단한 190여종의 유해인자가 공장 내부에 얼마나 노출되는지 정기적으로 측정해야 하고, 그 결과가 기재된 보고서를 고용노동부에 제출해야 한다.

삼성은 바로 이런 내용들이 공개돼 ‘죽음의 공장’ 실상이 드러나는 것을 결코 원치 않고 있다. 지금까지 직업병 피해자들의 처절한 요구에도 삼성은 산재나 직업병을 입증하는 자료가 공개되는 것을 로비 등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막아왔다.

그런 와중에서도 삼성 반도체 화성공장은 총 57종의 유해 화학물질이 복합적으로 노출될 수 있는 위험한 작업장이었다. 이  공장에서 노출될 수 있는 물질 중에는 5종의 1급 발암물질을 포함한 16종의 발암물질이 있었고 2종의 1급 생식독성 물질도 있었다.

이 보고서는 직업병 피해자들의 산재입증에도 매우 중요한 자료라는 점에서 삼성이 협상 등에서 자신들에게 지극히 불리한 자료를 공개할리 만무하다. 노동자가 직업병 피해를 인정받으려면 ‘업무 중 유해인자에 상당 수준 노출되었다’는 사실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산재보험법 시행령 제34조). 그런데 그러한 노출 상황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가 얼마 없다. 삼성이 관련기록을 숨겨왔기 때문이다.

임자운 변호사 (반올림 상임활동가)는 삼성는 작업환경 기록 요구에 대해  “1년이 지나면 다 폐기해 버린다”고 주장했고 감독기관이 요청할 때도 제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직업병 피해가족들이 공장 내부의 유해물질 노출 상황을 알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자료가 이 ‘작업환경 보고서’다. 그래서 최근 삼성은 법원판결 후 공개를 하지 않고 법망을 빠져 나갈 수 있는 구멍을 찾는데 안간힘이다.
 
다른 기업들과는 달리 삼성만이 작업환경보고서 공개를 반대한 이유에 대해 임 변호사는 “이 보고서가 반도체 사업장 내 유해물질 노출 상황을 알게 하고 노동자들의 직업병 발병 이유를 알게 하기 때문이다”이라고 주장했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등은 삼성이 공개를 반대하는 이유로  내세운 ‘영업비밀’은 타당치 않고 설득력도 없다고 지적한다. 삼성은 오랫동안 이 보고서의 내용이 영업비밀이라고 주장해왔다. 영업비밀여부를 두고 반올림과 삼성이 치열한 논란을 벌여왔지만 법원은 삼성 반도체 공장의 ‘작업환경 보고서’는 정보공개법상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렸다.

그런데도 언론 등에서는 이 보고서를 “삼성의 영업비밀”이라고 보도한다. 나아가 “반도체 핵심 기술”, “핵심 레시피”, “삼성의 30년 기술 노하우”라는 헤드라인의 보도들이 널려있다. 반도체 등은 그 이유는 삼성의 주장이 그러하기 때문이라고 단정했다.

삼성은 오랜 시간 여러 건의 산재 소송과 정보공개 소송에서 여러 번 다투어 졌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고 언론플레이를 해왔다. 삼성은 지금까지도 여전히 같은 주장을 하고 있고, 안타깝게도 우리 언론은 그 주장을 그대로 받아 적고 있다고 반도체등 시민단체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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