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류 삼성‘에 먹칠한 삼성증권, 이건희 사금고 ‘들통’나나?
‘일류 삼성‘에 먹칠한 삼성증권, 이건희 사금고 ‘들통’나나?
  • 강민우 기자
  • 승인 2018.04.10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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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이후 주가 10.7% 하락 속 '투매' 양상.."李 회장 차명 증권계좌 중 1133개 중 918개 개설"

[금융소비자뉴스 강민우 기자] 국내 주식 투자 '큰손'들이 '유령주식' 사태를 유발한 삼성증권과 일제히 거래를 중단했다. 불어나는 피해 규모와 감독 당국의 강경한 대응 방향에 따라 삼성증권 주가는 하락 일로를 걷고 있다. 장기투자 성향의 연기금을 중심으로 기관들은 연일 160만주 안팎의 기록적인 순매도를 이어가 투매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삼성증권 배당사고 이후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 이른바 '유령주식'이 유통되고, 주식을 매도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일고 있다. 그 규모는 2000억원에 이른다. 주식거래 중개자인 증권사를 앞으로 어떻게 믿을 수 있느냐는 분통의 목소리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신규 투자자 유입에 부정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은 이른바 '관리의 삼성'으로 불릴 정도로 시스템이 정착돼 있었다. 그런데 금융업계에서 보는 문제의 심각성은 당장의 수익 감소보다 부정적인 평판 효과로 인한 삼성증권의 신뢰 추락에 있다. 유령주식을 내다 판 직원의 도덕적 해이를 넘어 내부 통제 등 거래 시스템 전반에 관한 위기와 불신이 커지고 있다.

구성훈 삼성증권 대표이사가 10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삼성증권 사태와 관련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증권회사 대표 간담회'에 참석해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관리의 삼성' 최대 위기..당장의 수익 감소보다 부정적인 평판 효과로 인한 삼성증권 신뢰 추락

이에 따라 삼성증권이 10일 '유령주식' 사태의 여파로 사흘 연속 하락했다. 삼성증권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전 거래일보다 4.44% 내린 3만5550원에 장을 마쳤다. 삼성증권 주가는 이날에도 4.4% 급락했다. ‘유령주’ 사태가 터진 6일 이후 하락폭이 10.7%에 이른다.

앞서 삼성증권은 유령주식이 시장에서 대거 거래된 지난주 금요일인 6일 주가가 3.64% 떨어진 데 이어 이번 주 월요일인 7일에도 3.00% 하락했다. 이에 따라 삼성증권의 시가총액(종가 기준)이 3조1740억원으로 사태 전인 5일(3조5540억원)과 비교할 때 3800억원이 줄었다.

이와 함께 ‘유령 주식’ 사태가 터진 후 삼성증권이 “이건희 차명재산 관리를 위한 ‘사금고’로 기능했다”는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의 발언이 재조명을 받고 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차명 증권계좌 중 1133개 중 918개는 삼성증권에 개설된 계좌였다.1500개에 이르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차명계좌 대부분이 삼성증권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부분이 금융실명제 이후 개설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게서 받은 자료를 보면, 금감원이 현재까지 파악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차명계좌는 총 1229개로 나타났다. 이번 전수조사에서 32개가 추가로 발견된 것이다. 최근 경찰이 기소하면서 추가로 드러난 260개 차명계좌를 더하면 총 1489개에 이른다.

금감원이 파악한 삼성 차명계좌(1229개)의 연도별·증권사별 계좌 개설 내역을 확인해본 결과, 증권사에 개설된 계좌는 1133개이며, 96개는 은행에서 개설된 계좌이다. 특히 1133개의 증권계좌 중 삼성증권에 개설된 차명계좌가 918개에 이른다. 전체 차명계좌의 75%가 삼성증권에서 개설된 것이다. 경찰에서 드러난 260개도 모두 증권사 계좌이며 박 의원은 이또한 대부분 삼성증권에서 개설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건희 차명계좌의 75% 삼성증권서 개설..경찰수사 과정서 李회장 조세포탈 혐의 처벌 가능성

1987년부터 2007년까지 만들어진 이 회장의 차명계좌는 대다수(1202개)가 금융실명제법이 시행된 이후에 개설됐다. 이중 차명계좌 957개는 금융실명제법 위반으로 제재받았다. 앞으로 경찰 수사 과정에서 추가로 이 회장의 조세포탈 혐의로 처벌 받을 가능성도 있다.

박 의원은 “삼성증권은 이건희 차명재산의 관리를 위한 충실한 ‘사금고’로 기능했다”면서 “차명재산의 대부분이 차명주식인 상황에서 이를 관리하기 위해선 증권계좌를 통제할 수 있는 금융투자회사가 필수적이었고, 삼성증권은 다른 증권회사를 이용한 차명주식 운용이 어려워진 금융실명제 실시 이후 차명재산 운용을 거의 전적으로 담당한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차명계좌 문제는 그러나 삼성금융계열사에서 이 회장의 지배력을 유지하는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지배구조법)이 시행된 2016년 8월 이전 일이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이 회장이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등 금융계열사들의 대주주로 ‘적격’이라고 판단했다.

                  이건희 삼성 회장

박 의원은 계열 금융회사를 마음대로 이용해 차명재산을 운용한 재벌 총수에 법적 제재를 강화하기 위해 대주주 결격 요건에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을 추가하고, 대주주의 의사결정능력도 심사 대상에 넣는 등의 내용으로 지배구조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국내 연기금이 ‘유령주식’ 사태를 부른 삼성증권과 거래를 일제히 중단한 것도 시장에 충격을 더했다. ‘큰 손’인 각종 연기금이 사실상 삼성증권을 '폐품'처리하듯이 밖으로 내다버린 것이다.

‘큰 손’인 국민연금 등 각종 연기금, '유령주식’ 사태 부른 삼성증권 '폐품'처리 하듯이 내다 버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이날 “금융사고 발생에 따른 거래 안정성 우려로 삼성증권과 직접운용 거래를 9일부터 중단했다”고 밝혔다. 기금의 주식주문 창구로 이용하는 거래 증권사에서 제외했다는 뜻이다. 주식 운용을 맡긴 자산운용사를 통한 거래 제한은 금융당국의 검사 결과를 지켜보며 결정할 예정이다.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 교직원공제회 등 다른 연기금은 직접 운용과 위탁 운용 모두에서 삼성증권과 주식 거래를 중단하기로 했다. 사학연금 관계자는 “금융감독원 검사결과를 반영해 6월 분기 평가 때 거래 증권사를 다시 선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최대 큰손인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투자 규모는 136조3천억원(1월 말 기준)이다.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74조원가량을 직접 운용하고 있다. 연기금들은 주식 물량을 수십 개 증권사에 나눠 주문을 내고 있지만 거래 중단이 장기화할 경우 삼성증권의 타격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금감원 검사에서 삼성증권이 중징계를 받게 되면 연기금과 거래 재개는 어려울 수 있다. 펀드 이동 등 일반투자자들의 이탈로 이어질 경우 강점인 소매 영업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삼성증권은 고액 자산가 고객이 많아 금융상품 판매 등 자산관리부문에서 경쟁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삼성증권은 발행어음 등 단기금융업무를 할 수 있는 ‘초대형 투자은행(IB)’ 지정 시기도 더욱 멀어질 전망이다. 실질적 대주주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적격성 문제로 심사가 보류된 상황에서 대형 사고까지 냈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은 지난 6일 우리사주에 대해 주당 1000원의 현금배당 대신 1000주를 배당해 실제로 발행되지 않은 주식 28억 주를 직원들의 계좌에 잘못 입고했고 직원 16명이 501만2000주를 시장에 내다 파는 '모럴해저드'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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