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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브로드밴드 정규직 전환, 그 후…노동자 기대와 희망은 '물거품'
SK브로드밴드 정규직 전환, 그 후…노동자 기대와 희망은 '물거품'
  • 박홍준 기자
  • 승인 2018.04.09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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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들, 최저임금 수준에 노동강도는 더욱 증가 호소…'나는 아직도 비정규직이다' 인식 여전
▲SK브로드밴드 자회사 홈앤서비스 노동자들이 협력업체 비정규직일 때 벌였던 총파업 모습
▲SK브로드밴드 자회사 홈앤서비스 노동자들이 비정규직일 때 벌였던 총파업 모습

 

[금융소비자뉴스 박홍준 기자] SK브로드밴드가 지난해 7월 하청업체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하는 정규직 전환을 선언한 후 노동자들의 기대와는 달리 노동조건은 거의 개선되지 않고 있다. 기본급은 여전히 최저임금 수준이고 급여총액은  오히려 줄어든데 더해 노동강도는 더욱 세져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이들은 호소한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브로드밴드 하청업체노동자들은 정규직으로 전환된지 7개월이 지났지만 노동조건은 거의 개선되지 않아 정규직으로 전환된 의미를 찾을 수 없는 지경이라고 하소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따라서 아직도 자신들이 비정규직이란 인식을 갖고 있다.

희망연대노조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지부가 지난 2월 발표한 조합원설문조사결과를 보면 응답자 530명 중 84.5%는 “(자신을) 여전히 비정규직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들은 SK브로드밴드가 자회사를 만들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경쟁사보다 진전된 결정을 한 것은 사실이나 처우는 여전히 비정규직 수준에 머물러 이런 인식을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SK브로드밴드가 자회사 '홈앤서비스'를 만든 후 나아진 점”을 묻는 설문에  64.2%의 응답자는 “변한 게 없다”고 답했다. 고용불안이 없어졌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은 응답자는 24.3%에 그쳤다. 정작 “임금 및 복지가 향상되었다”고 느끼는 응답자는 4.3%에 불과했다.

무엇보다도 임금향상에 대한 기대가 무너진 데 대해 노동자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83.2%가 “낮은 임금”이 일하면서 가장 힘든 부분이라고 응답했다. 불만사항을 묻자 59.8%가 “저임금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희망연대노조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지부에 따르면 홈앤서비스 노동자 대부분의 기본급은 최저임금 수준인 158만 원에 불과하다. 내근직의 경우 최저임금에 미달한 148만 원 가량을 받고 있다.

한 사례를 보자. 16년간 케이블·인터넷 수리기사로 일하고 있는 J모씨는 현재 대기업에서 일하고 있지만 박봉은  SK브로드밴드 협력업체에서 일할 때와 마찬가지라고 실토했다. 조 씨는 자회사 ‘홈앤서비스’소속으로 전환된지 지난해 8월5일 첫 월급으로 기본급 158만원 , 식대 13만원을 받았다.

이는 협력업체에서는 기본급 148만원과 식대 10만원을 고정적으로 받은 것에 비하면 다소 늘어난 수치다. 그러나 회사가  협력업체들이 주던 각종 수당을 없애버려 급여총액으로 보면 과거보다 15만원 정도가 줄었다고 조 씨는 밝혔다. 그는 과거에 매달 15만원의 추가 수당을 받았으며 다른 협력업체에선 시간외 수당 등의 명목으로 15만원에서 30만원 사이의 고정급을 지급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희망연대노조 관계자는 “호봉제가 아니기 때문에 연차가 높아도 기본급은 동등한 수준”이라며 “고정급으로 기본급과 식대, 변동급으로 받는 수당을 합쳐도 평균 수입이 200만 원을 조금 넘는 정도다. 기존에 노조가 설립되지 않은 협력업체 출신들은 최저임금에 미달된 임금체계로 유지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희망연대노조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지부는 지난 2월 7일 기자회견을 열고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상시적인 고용불안을 해소하고, 직접고용을 통해 사회적 의미를 만들겠다는 애초의 취지는 퇴색되고 있다”면서 “SK는 자회사 뒤에 숨어 현장의 어려움을 해결하기는커녕 자회사 설립을 미화하는 데만 급급하다”고 지적했다.

노동강도는 더 세졌다. 인터넷·케이블 설치기사들은 대기업소속이 된 이후 불합리한 업무 관행과 부수적인 일이 늘었다고 하소연했다. 희망연대 노조 측은 “설치기사들에게 회사가 인위적으로 정한 인터넷 속도를 맞추라고 요구하면서 설치지역이 아닌 다른 곳에서 속도를 측정해 수치를 입력하는 등 불합리한 관행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한 노동자는 “대기업이 좋은 품질유지를 위해 까다로운 절차를 요구하는 것은 이해가 간다.  그렇다고 기사들이 무한정 일할 수 없는 노릇이고 표준 작업시간의 재정립이 필요하다. 그러나 회사측은 무리한 작업을 강요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서비스 개통 과정이 복잡해지고 설치시간이 늘었다는 얘기는 실적급 비중이 큰 설치기사들의 노동강도가 증가했다는 뜻이다.

SK브로드밴드가 정규직 전환을 하면서 협력업체 기사들이 가졌던 기대와 희망은 이처럼 산산조각 났다.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상시적인 고용불안을 해소하고, 직접고용을 통해 사회적 의미를 만들겠다는 SK브로드밴드의 당초의 취지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실정이다. 홈앤서비스 노동자들은 SK브로드밴드가 자회사 뒤에 숨어 현장의 어려움을 해결하기는커녕 자회사 설립을 미화하는 데만 급급하는 행태를 더 이상 지속하지 말 것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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