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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잘 날 없는 금융권..‘채용비리’서 '성차별'로 초점 이동
바람 잘 날 없는 금융권..‘채용비리’서 '성차별'로 초점 이동
  • 강민우 기자
  • 승인 2018.04.05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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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이달 중 하나은행 경영진단평가.."다른 금융사들도 고용 때 성차별 가능성 높아 "
5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김기식 원장(왼쪽)과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이 금융권 성차별 개선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금융소비자뉴스 강민우 기자] “대한민국에서 금융권 말고 여성채용을 줄이려는 곳은 없을 것입니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5일 최근 채용비리가 잇따라 터진 금융권을 향해 ‘돌직구’를 날렸다. 김 원장이 금융권 채용에서 관행으로 이뤄지던 성 차별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밝혔다. 이에 따라 은행권 채용비리가 청탁에 따른 특혜채용 논란에서 남녀 성차별로 옮겨가며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른다. 향후 범정부 차원에서 성차별 채용에 대한 대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금감원이 전방위적인 금융권 채용비리 조사에 나설 공산이 커졌다.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김 원장은 이날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과 긴급 회동한 자리에서 은행권 남녀차별 채용 문제의 심각성을 공감했다.여가부 장관이 금감원을 방문한 건 1999년 금감원 설립 이후 처음이다.

면담은 여가부 요청으로 이뤄졌다. 최근 하나은행 채용비리에 대한 금감원 특별검사에서 하나은행이 남녀 합격자 수를 정해두고 여성을 차별했다는 결과가 나온 데 따른 제도 개선을 요구하기 위해서다. 정 장관은 김 원장에게 “국민은행, 하나은행 채용비리에서 드러났듯 유리천장이 채용 단계에서 발생한다”며 “(합격권 여성을 탈락시키는)점수 조작이 발생했다는 사실에 여성계는 거의 경악하고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융기관 채용과정에서 남녀 차별이 얼마나 만연해 있는지 실태조사를 통해 제도를 개선해 달라고 금감원에 공식 요청했다.

이에 대해 김 원장은 “취임 전 하나은행 검사 결과를 보고 받았을 때 개인적으로 하나은행이 처음부터 남녀 채용 비율을 정해놓고 합격 점수를 남녀에게 다르게 적용해 여성을 대거 서류전형에서 떨어뜨린 사실이 가장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은행권이나 금융권에서 채용비리가 자꾸 일어나는 이유가 뭘까. 바로 후진적 의식 때문에 그렇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만 아쉬웠던 게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사항이지만 금감원은 개별사안이 아니면 그 자체로 징계할 수 있는 감독규정이 미비하다”며 “저희 소관이 아니긴 하지만 여가부에서 관련 부처들과 (개선안을) 마련해주시면 금감원이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아울러 금융사를 상대로 한 경영진단평가 때 성차별 여부도 더 세밀하게 보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김 원장은 “앞으로 경영진단평가를 할 때 젠더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지 반드시 들여다 보고 개선되도록 하겠다”며 “하나은행, 국민은행 이외에도 금융회사들이 고용 때 이런 성차별 했을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데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19대 국회의원 시절 얘기도 짧게 소개했다. 그는 “국회의원 돼서 금융위원회 상대로 한 첫 번째 질의가 정부부처 중 여자 과장이 없는 곳이 어디인 줄 아느냐는 것이었다”며 “이듬해 금융위에서 첫 여성 과장이 나왔는데 그만큼 저는 젠더 문제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취임 이후 금융권 채용비리에 대해 말을 아끼던 김 원장이 이날 금융권 전반에 퍼진 잘못된 채용 관행을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면서 금감원의 고강도 채용비리 검사가 다른 시중은행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단 금감원은 “당장 추가 검사 계획은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당장 금융권을 상대로 한 실태점검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추가 비리가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여성가족부 장관이 금감원을 찾은 건 처음일 뿐더러 상당히 이례적이다. 여가부가 주무부처인 금융위가 아닌 금감원을 찾은 것이다. 금융권에선 김 원장이 현 정권 실세인 만큼 여가부가 최근 관심이 집중된 금융권의 남녀채용 차별 문제를 제기하는 데 금융위보다 금감원이 더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 장관은 이날 면담 말미에 “김 원장의 오늘 말씀은 (금융기관 및 금감원이) 미투에 동참하고 펜스룰 현상(성폭력 연루 가능성을 원천 차단한다는 명분으로 여성 직원을 소외시키는 것)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뜻으로 알겠다”고 말했다. 성차별 채용 정황이 드러난 국민·하나은행은 물론, 금융권 전반에 대한 진상 조사에 나서달라는 정 장관의 요청에 대해 김 원장은 "하나, 국민은행 외에도 이런 차별을 했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공감했다.

한편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하나은행의 남녀 차등채용은 계획적이었다"면서 "검찰은 철저히 수사하고, 고용노동부와 금감원 등 관련 부처를 망라해 성차별 문제 시정을 위한 계획이 세워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남녀 성차별 채용은 명백한 법 위반이다. 남녀고용평등법 제7조는 '사업주는 근로자를 모집하거나 채용할 때 남녀를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남녀고용평등법상 위반 행위에 대한 제재와 처벌도 벌금 500만 원에 불과하다.

현 상황에서 금감원이 금융권 전반에 걸쳐 성차별 채용에 대한 검사를 추진한다고 해도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기 어려운 실정이다. 금감원은 향후 금융회사 경영진단평가 등을 통해 고용에 있어 성별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지 살펴볼 방침이다.

금감원은 이달 중 하나은행에 대한 경영진단평가를 시행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여기에서 하나은행의 차별 채용 문제가 또다시 불거질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로써 경영진단평가 시기와 내용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할 수 없다"면서도 "김 원장이 (성차별 문제를) 크게 인식하고 있는 만큼 이에 맞는 수준의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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