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박홍준 기자]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최근 지배구조개편안을 선보인 현대차그룹에 대해 주주가치제고 방안 등 ‘추가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엘리엇은 이런 요구에 대한 현대차의 대응수위에 따라 지배구조개선안 자체를 반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엘리엇은 최근 낸 성명을 통해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을 일단은 환영하면서 아울러 주주이익 확보 방안과 배당 확대안 제시 등 주주가치를 높일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엘리엇은 이 성명에서 "현대차와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에 10억 달러(약 1조500억원) 이상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3개 계열사 시가총액 73조원(3일 종가 기준)의 1.44% 수준이다.
엘리엇은 현대차그룹이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회장의 지분을 현대모비스로 집중시켜 순환출자고리를 끊으면서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오너일가가 그룹지배토록한 지분구조개편에 대해 "현대차그룹의 출자 구조 개편안은 고무적이지만, 회사와 주주를 포함한 이해관계인을 위한 추가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또 "현대차그룹의 계열사별 기업 경영 구조 개선, 자본 관리 최적화, 주주 환원을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에 대한 세부적 로드맵을 공유할 것을 요청한다"며 "이런 사안에 대해 경영진, 이해관계인과 직접 협력하고 나아가 개편안에 대한 추가 조치를 제안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현대차 경영진의 대응에 따라 압박수위를 높이면 주주가치제고를 위한 실제 행동에 나설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엘리엇은 지난 2015~2016년 삼성그룹과도 일전을 벌인 바 있다. 엘리엇은 지난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비율이 주주에게 불리하다며 합병반대에 반기를 들었고, 2016년엔 지배 구조 개편을 문제로 들어 삼성전자 분할과 현금 배당 30조원, 미국 상장 등을 요구했다.
현대차 경영진의 대응이 만족스럽지 않을 경우 엘리엇은 더 많은 배당을 요구하며 현대모비스 주총에서 합병에 반대할 수도 있다. 현대차그룹이 발표한 현대모비스 인적 분할 및 합병안이 주총을 통과하려면 '의결권 있는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 동의와 발행주식 총수 3분의 1 이상 참석, 동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그런데 현대모비스 지분 중 오너 측 우호 지분은 개인 지분에 기아차(16.9%), 현대글로비스(0.7%), 현대제철(5.7%) 지분을 더해 30% 정도다. 외국인 지분율이 48%에 달하기 때문에 엘리엇이 반대하고 외국인과 기관투자자, 그리고 소액주주가 이에 동조하면 합병이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엘리엇이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합병에 반대하지 않고 계열사별 주주 친화 정책을 구체화하라고 요구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며 "합병에 반대할 때의 실익보다 계열사의 주주 친화 정책이 이뤄졌을 때의 실익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