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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삼성 광고에 취해 언론이기를 포기할 수 없는 노릇'
한겨레, '삼성 광고에 취해 언론이기를 포기할 수 없는 노릇'
  • 박홍준 기자
  • 승인 2018.04.03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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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광고 없이 버텨 지난해 흑자실현 '반전'…삼성에 아부·아첨하는 보수매체와는 대조적

[금융소비자뉴스 박홍준 기자]1년 여 전에 삼성 미래전략실(미전실)이 해체되면서 한겨레신문(이하 한겨레)의 삼성광고는 대폭 줄었다. 보수매체들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감소 폭이 컸다. 진보성향 매체로서 광고물량이 많지 않은 한겨레로서는 재정문제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한겨레는 이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았다. 삼성광고가 줄어 한동안 경영의 어려움이 심화됐으나 삼성이외의 광고시자을 발로 뛰어 개척한 결과 광고를 늘렸다. 한겨레는 편집의 자본예속 위험을 완전히 제거하는데 성공했다. 삼성이 광고를 주지 않은 ‘독’이 1년 남짓 동안 ‘약’이 된 셈이다.

한겨레신문이 삼성진보성향의 한겨레는 다른 보수매체와는 달리 삼성광고에 의해 편집권이 영향을 받지 않는다. 광고의 다과에 관계없이 한겨레는 삼성에 할 말은 하는 정론직필의 자세를 견지했다.. 한겨레가 한결같은 편집과 광고의 분리원칙을 고수해온데 따라 삼성의 광고에 휘둘리지 않게됐다는 풀이다.

한겨레는 그동안 거대자본 삼성에 예속되는 길을 걷지 않았다. 보수매체와는 너무 다른 길을 걸어왔다. 살림이 어렵다고 해서 곡필을 하지 않고 정도언론 사수에 충실했다.  MBC ‘스트레이트’ 2탄에서 드러났듯이 많은 보수언론사 간부들이 삼성광고를 더 받기위해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사장에 보낸 낯 뜨거운 문자메시지는 언론의 추악한 민낯은 한겨레에겐 낯설기만 했다. 심지어는 자본권력을 감독 내지는 견제해야할 언론이 사명감을 망각하고 삼성 임원에게 아부와 아첨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삼성은 대부분의 보수매체를 돈으로 길들여 왔으나 ‘비판적인 기사를 여과없이 내보내는 한겨레에 대한 광고물량배정에서 지극히 인색했다. 한겨레가 삼성 오너들의 부도덕성을 질타하는 등의 비판성 기사가 보도할 경우 삼성은 광고를 안주거나 물량을 대폭 줄이는 식으로 길들이기로 시도했으나 한겨레 편집은 꿈쩍하지 않았다.

이 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시로 지난해 2월 28일  미래전략실(이하 미전실)을 전격해체되면서 한겨레광고수주에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많은 언론사들은 그동안 배정받은 광고물량이 대폭 줄어들거나 아예 없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그야말로 ‘멘붕’상태였다. 미전실 해체는 언론사에게는 곧 보릿고개를 뜻하기 때문이다. 삼성 미전실의 광고 집행 금액이 각 언론사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적게는 5% 에서부터 많게는 30% 가까이 된다. 미전실의 해체는 당장 연매출이 5% 이상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한겨레는 미전실 해체로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상당수 보수매체들은 삼성전자를 포함한 계열사에서 광고나 협찬을 통해 그동안 미전실이 집행해온 광고물량의 일부를 보전 받았으나 한겨레는 찬밥신세였다. 한겨레 양상우 사장은 지난해 5월 '기자협회'와의 인터뷰에서 삼성의 한겨레 광고비 축소가 납득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삼성전자를 제외하고 삼성의 계열사는 한겨레에 거의 광고를 집행하지 않는다고도 밝혔다.

언론비평지 미디어오늘의 지난해 9월 보도를 보면  한겨레의 삼성 광고 집행 횟수는 조선일보의 1/4 수준이고,  같은 진보매체인 경향신문의 절반도 채 안된다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삼성은 걸핏하면 한겨레에 대한 광고를 줄이면서 삼성에 대한 비판적인 보도를 무디게 하려는 무언의 압박을 가했다. 지난 2007년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비자금 폭로 기사를 게재했다는 이유로 수년 동안 광고를 대폭 축소한 적이 있었다.

삼성의 광고가 대폭 줄어든 만큼 지난해 한겨레신문은 힘 든 한해를 보냈을 것으로 짐작된다. 하지만 결산을 해본 결과 실적은 흑자로 돌아섰다. 최근 광고전문 인터넷매체 AP신문이 한겨레신문의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한겨레는 지난해 3억여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지난 2016년의 영업이익 4억9천만원에서 흑자로 돌아선 것이다.  

지난해 한겨레의 영업이익에서 영업외수익과 영업외비용을 제한 경상이익은 6억 6천 4백만 원이었다.  반면 2016년도의 경상이익은  23억 여원의 손실을 냈다. 재작년과 비교 시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 경상이익 등 모든 부분에서 경영의 개선이 이뤄졌다.

삼성의 광고가 줄었도 오히려 경영 수지는 좋아진 결과가 나타났다. 그야말로 획기적인 반전을 이룬 셈이다. 거의 기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한겨레 영업맨들이 발로 뛰어 일궈낸 눈부신 성과라고 할 수 있다. 한겨레 광고국은 삼성의 광고가 대폭 축소된 대신 광고주 숫자를 늘려서 줄어든 매출을 십시일반 만회했다.

올해는 한겨레에 집행하는 삼성의 광고가 2016년 이전으로 돌아갈지 아니면 지난해처럼 축소 모드를 유지할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삼성의 광고가 회복되든 안 되든 간에 한겨레 입장에서는 삼성 광고의 비중을 점차 줄여 의존도를 낮추는 게 진보 언론으로서의 생존 방법이라고 터득한 것같다. 삼성광고에 마취돼 언론이기를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는 것이 이들의 '철칙'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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