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장 사퇴 최흥식, 모피아-금융권력간 대충돌 ‘희생양’”
“금감원장 사퇴 최흥식, 모피아-금융권력간 대충돌 ‘희생양’”
  • 박미연 기자
  • 승인 2018.03.14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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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내 불협화음 한 몫…文정부 권력실세들 파워게임 속 세력간 뿌리깊은 ‘밥그릇 싸움’
                            청와대 전경

[금융소비자뉴스 박미연-홍윤정 기자] “한마디로 모피아(옛 재무부의 영문 약자 MOF와 마피아의 합성어)권력의 대충돌로 일어난 참사라고나 할까요. 민간출신의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아무 것도 모른 채 배타적 특권의식에 물들어 있는 금감원에 낙하산 수장으로 내려왔다가 기존 모피아 관료세력와 민간 금융황제 등 중심으로 한 기존 금융권력으로부터 사실상 퇴출된 셈입니다.“

금융감독원이 13일 대규모 특별검사단을 편성해 하나은행 채용비리 의혹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최흥식 금감원장이 낙마한 배경에 모피아와 금융황제 등 기존 금융권력 간의 갈등과 조직적인 저항이 자리한다고 한 금융전문가가 지적했다. 최 전 원장이 표면상 채용비리 의혹으로 물러난 것이 사실이지만 속으로 들어가보면 문재인 정부 내 권력실세들의 파워게임 속에서 금융권력 간의 뿌리깊은 ‘밥그릇 싸움’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지진이 나서 본격적으로 땅이 흔들리기 전에 들짐승들이 먼저 둥지를 뛰쳐나온다고 한다. 금융권에서는 최흥식 사태의 전조 증세로 지난 해 9월 파행을 빚은 한국거래소 이사장 인선을 먼저 꼽는다. 당시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 원장이 유력하게 거론돼 왔지만, 진행 중인 공모 절차를 중단, 돌연 추가 공모를 실시했다. 한국거래소 이사장후보추천위원회의 결정이었다.

추가 공모는 한국거래소의 자체 결정이 아니라 금융당국 등 외부 개입에 의한 것이었다고 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서류 심사가 사실상 마무리 단계인데 추가 공모를 한다는 것은 기존 절차를 백지화한다는 것"이라며 "노골적으로 관치 인사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거래소는 2015년 공공기관 지정이 해제됐지만 증권사, 금융투자협회 등이 참석하는 주주총회에서 선출한 뒤 금융위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다.

정부 내 '불협화음'?…작년 가을 한국거래소 이사장 추가 공모 놓고 장하성 靑 정책실장 견제설

당장 금융권에서는 거래소이사장 추가 공모의 배경에 정부와 금융당국 내의 '자리다툼'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당초 금융당국 안팎에서는 주요 금융권 인사와 관련해 금융감독원 원장과 산업은행 회장은 대선 캠프 측 인사들의 의사를 반영하고, 거래소 이사장과 수출입은행 행장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추천한 인물로 정하는 것으로 교통정리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금융권에선 말들이 많았다. 정부 내부에서 "장하성 인맥이 너무 많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 김동연 경제부총리,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이정도 청와대 총무비서관 등이 '변양균 인맥'으로 거론되면서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견제를 받았던 것과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런 배경 때문에 차기 거래소 이사장에 사실상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이 '장하성 인맥'으로 분류되면서 제동이 걸렸다는 관측이 나왔다.

돌이켜보면 지난 해 9월 청와대의 장고 끝에 문재인 정부의 초대 금감원장으로 최흥식 전 서울시향 대표가 임명될 때부터 금융권과 재계에서는 말들이 많았다. 애초 문 정부의 초대 금감원장은 캠프에 몸을 담았던 중앙대 교수 심인숙 씨가 거론됐으나, 론스타와 관련있는 인물이라 시민단체의 반대가 심해 내정 후 철회됐다. 이후 감사원 출신 김조원 씨가 후보로 유력했으나 무산됐다. 그가 금융경력이 없는 캠프출신으로서 감사원출신이 껄끄러운 모피아 등의 눈에 보이지 않는 반대로 좌절됐다.

                                          최흥식 전 금융감독원장

문제는 금감원의 내부 분위기였다. 서울시향 대표 경력의 최흥식씨가 내정되자 금감원 분위기가 뒤숭숭해졌다. 그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부의 일방적 '내려꽂기'식 인사란 반발기류가 형성됐다. 금감원 노동조합은 '혼란만 주는 금감원장 인사'라는 제목으로 성명서를 발표, 최흥식 금감원장 내정자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노조는 성명을 통해 "(청와대는) 최 내정자가 금융연구원장 하나금융지주 사장 등을 역임해 전문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면서 "그러나 이는 금융감독기구의 독립성을 전혀 고려하지 못한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금융위는 당시 인선배경으로 “(최 대표는) 한국금융연구원 원장,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및 하나금융지주 사장 등 오랜 기간 금융 분야 주요 직위를 두루 거치며 폭넓은 연구실적 및 실무경험과 높은 전문성을 보유했다”며 “이론과 실무를 겸비해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맞춰 금감원의 혁신과 변화를 이끌어 갈 적임자로 평가돼 금감원장으로 제청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민단체와 금융권에서는 최 원장을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 “업계 출신인데다 최근의 금융업계의 현실을 모르는 사람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에 이어 “금융개혁과는 거리가 멀지 않느냐”하는 의견까지 나왔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업계 출신인 최흥식 원장이 관료조직이나 다름없는 모피아와 금피아 세력을 장악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면서 "그러던 차에 하나금융 사장 재직 때 채용비리 의혹이 일자 '이 때다'하며 그를 내치기로 하고 '국민의 눈높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퇴진시켰다는 얘기도 나돈다"고 모피아세력이 최원장을 이른바 '희생양'삼은 그동안의 사정을 전했다.  

MB 고려대 동창 김승유 전 회장 다스 비자금 수사선상.."최흥식 원장이 '유탄' 맞은 것 아니냐"

이번 사태와 관련해 금융권에서는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에 벌어졌던 ‘KB금융 내분’이 떠오른다. 당시 서로 다른 낙하산 줄을 타고 내려온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 간에 권력투쟁이 벌어지면서 큰 내홍을 겪었던 일이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당시처럼 ‘제2의 KB 사태’가 일어날 것을 우려한다고 귀띔했다. 최흥식 사태의 경우에도 "문재인 정부에서 서로 다른 줄을 타고 내려온 세력들이 일을 같이 하다가 사단이 일어나자 제일 약한 '고리(최흥식)'를 끊어냈다는 말이 나돈다"고 한 금융권 소식통이 전했다.  

문재인 정부 뿐 아니라 역대 정부에서도 CEO 교체 때마다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 때는 ‘4대 천왕(강만수·이팔성·어윤대·김승유)’이라는 말이 금융계에서 회자됐다. 금융권을 장악한 이들 4명이 막강한 영향력을 휘두른 데서 나온 말이다. 박근혜 정부 때도 모피아라 불리는 옛 재무부 관료들이 주요 금융지주사와 금융 유관기관장으로 대거 내려오면서 관치금융과 낙하산 논란이 빚어졌다.

지난해 말 전후 금융권과 정치권에서는 최흥식 원장의 조기 퇴진설이 나도는 가운데 다양한 말들이 나돌았다. 하나금융 안팎에서는 김승유 전 하나금융회장의 이름을 거론하는 이가 많았다. 김정태 회장이 연임에 실패할 경우 과거 3연임에 성공했던 김 전 회장과 가까운 인맥들이 대안으로 거론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경기고와 고려대를 졸업한 김승유 전 회장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다. 장 실장도 고려대를 졸업했다. 이른바 고려대 인맥이다. 최흥식 전 원장은 장 실장과 경기고 선후배 사이로 친분이 두텁다. 마찬가지로 경기고 선배인 김승유 전 회장의 측근이었다. 특히 최 전 원장은 김승유 회장 시절 하나금융에 기용돼 ‘김승유 키즈’로 불린다. 그러나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고려대 동창인 김 회장이 다스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 비자금 불법세탁 혐의로 수사선상에 오르내리면서 최 전 원장이 엉뚱하게도 '유탄'을 맞은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금융권에서는 최종구 금융위원장을 ‘장하성 라인’으로 보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에 대한 금융당국의 비토(veto) 배경을 놓고 김 회장이 박근혜 정부 때 중용된 인사인 만큼 문재인 정부 PK인맥과의 친소 관계보다는 ‘과거 청산’이나 ‘적폐 청산’의 의도가 담겨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 관료사회에서 민간이나 업계출신들이 수장을 맡아서 성공한 사례가 드물다. 막강한 금융감독 권한을 갖는 금감원장 자리도 마찬가지다. 역대 금감원장은 대체로 관료출신이 맡아왔다. 행정부처인 금융위(과거 금융감독위원회)의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무자본 특수법인인 금감원을 잘 이끄는 것은 업계출신으로는 매우 힘든 일이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금융황제' 김정태 회장, 당국에 강력 반발 이례적..23일 하나금융 주총 앞두고 '사퇴' 가능성도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의 정치권력 교체 후 신구 금융권력 간의 물밑전쟁도 격화했다. 이 과정에서 불붙은 ‘관치금융’ 논란은 금감원장의 수명을 단축하는 촉매체 역할을 했다. 특히 하나금융그룹이 금융당국의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 압박에 조직직인 반발과 저항을 하면서 예전 같으면 생각할 수도 없는 유례없는 금융당국과 금융황제 간에 ‘총성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김정태 회장의 3연임을 둘러싼 금융당국과의 갈등으로 관치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최흥식 원장이 타의로 물러나자 당국의 ‘괘씸죄’에 걸려서 금융당국과 피할 수 없는 ‘한판승부’를 벌이고 있다. 문제는 김정태 회장과 같은 금융황제들이 당국을 상대로 승부수를 띄우고 일전불사식 ‘금융전쟁’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김 회장은 사적으로는 부산출신에 경남고 25회로 문재인 대통령과 고교 동기다. 이번 최흥식 사태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금융권 PK(부산-경남) 인맥이 자리한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해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사기업 인사에 관여하지 말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 정권 때 삼성그룹과 롯데그룹 등에 대한 청와대의 직권 남용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사태를 부른 데서 교훈을 얻은 듯 하다.

하나금융지주와 하나은행도 민간 금융회사다. 이 때문에 하나금융 김정태 회장에게 집중된 관치논란을 두고 ‘금융계 칼잡이(최흥식 원장)’가 세련되지 못하게 칼날을 들이대다가 뜻을 펴지도 못한 채 낙마했다는 해석도 있다. 금융권에서는 금감원장을 날린 하나금융을 일단 이대로 둘 수 없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최종구 위원장이 당국의 권위와 체면유지를 위해서라도 김정태 회장을 '융단폭격'식으로 정조준할 것이라는 관측도 없지 않다.

이에 따라 오는 23일 김정태 회장의 3연임을 확정할 하나금융 주주총회를 앞두고 금융당국이 채용비리 검사 등 강력한 대공세를 펼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당국의 파상공세를 극복하지 못할 경우 김정태 회장이 후보를 자진사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본다. 역대 정부의 사례를 볼 때 칼자루를 쥔 금융당국과 모피아 파워가 여전히 강력한 탓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그럼에도 김정태 회장이 ‘죽기살기’식으로 당국에 저항할 경우 이 사태는 당국과 금융권이 모두가 피를 보는 참극으로 끝날 수도 있다"면서 "이 와중에서 누가 이기더라도 그 결과는 ‘상처 뿐인 영광’일 수 밖에 없고, 이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국민과 금융소비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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