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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의종의 경제프리즘] ‘더블 케어족(族)’ 살리는 ’트리플 큐어(triple cure)’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더블 케어족(族)’ 살리는 ’트리플 큐어(triple cure)’
  • 권의종
  • 승인 2018.03.14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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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중장년의 ‘빈 둥지’ 삶..자녀 육아-노인 일자리-세수 증대 한꺼번에 해결하는 비책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돈 장사하는 금융회사도 이따금 좋은 보고서를 내놓는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의 ‘은퇴 라이프 트렌드'라는 설문조사도 그 중 하나다. 담고 있는 내용은 훌륭한 데 전하는 메시지는 우울하다. 연로한 부모 모시랴 다 큰 애들 돌보랴, ’더블케어‘의 이중고에 짓눌린 중장년 세대의 안쓰러운 삶을 조명한 자료다. 청년층 취업난과 늦은 결혼, 고령층의 기대 수명이 늘면서 성인 자녀와 노부모를 같이 부양하는 중장년 세대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보고서다.

50~60세대 가운데 34.5%, 세 집 중 한 집이 더블케어(double care)족(族)이라는 추정이다. 더블케어는 일본 요코하마국립대학의 소마 나오코(相馬直子) 교수가 처음 명명한 용어로 정작 우리나라에서 더 유행어가 되었다. 내 몸 하나 건사키도 벅찬 나이에 위아래 세대를 동시에 부양하는 일이란 말처럼 쉽지 않다. 이만저만한 고충이 아니다.

당장 경제적 부담이 무겁다. 퇴직 후 국민연금 외에는 변변한 수입도 없는 처지에 돈 들어 갈 데는 태산 같다. 생활비 말고도 취업이 늦어져 함께 사는 30대 미혼 자녀의 용돈도 챙겨줘야 한다. 혼자 사시는 노부모께도 다만 얼마씩이라도 다달이 보내드려야 한다. 양쪽 세대 뒷바라지에 가구 소득의 20%가 쓰인다는 게 실태조사에 나타난 수치다.

그래도 이 정도는 견딜 만하다. 목돈이 들어갈 때가 문제다. 자녀 혼사라도 치르려면 결혼비용과 신혼집 전세보증금 마련에 보태야 한다. 살던 집을 정리하고 변두리로 이사라도 가야할 형편이다. 그나마 부모님 건강이 유지되어 망정이지 노환이라도 생기는 날이면 큰일이다. 큰 수술을 받거나 입원을 할 경우 비용 감당이 걱정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다수 대한민국 중장년이 겪는 ‘빈 둥지’의 삶이다. 노심초사의 연속으로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

우울한 세태에 기댈 곳은 정부 뿐.. 서민 보듬는 취업, 주택, 노인 정책 아쉬워

그렇다고 어디 몸이나 한가한가. 맞벌이 자녀 애들까지 돌봐야 하는 또 다른 책무가 기다리고 있다. 더블케어를 하는 10가구 가운데 4가구 꼴로 손주까지 양육하는 이른바 '트리플 케어'를 감당하고 있다는 통계다. 차츰 쇠약해지는 몸으로 애들까지 돌보다보면 여기저기 성한 곳이 없다. 건강검진이라도 한번쯤 받아보고 싶지만 자식들 걱정할까봐 입 밖에도 못 꺼낸다.

가만히 있다고 할 말이 없는 게 아니다. 참고 지낼수록 더더욱 하고 싶은 게 사람의 말이다. 그렇다고 막상 터놓고 얘기할 만한 곳도 마땅치 않다. 자식에게도 말문을 열기 어렵다. 만만한 게 정부다. 자식들 잘 키워도 정부만 못하다. 매달 25일 어김없이 통장에 연금을 입금시켜주는 정부만한 효자도 없다.

우선 일자리정책에 대한 바램을 보탠다. 현실에 부합되는 실효성 있는 정책이 추진되기를 소망한다. 새 정부 들어 일자리대책이 봇물을 이루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은 아직도 극심한 봄 가뭄이다. 청년 일자리대책은 백약이 무효인 상태다. 막대한 일자리 예산이 투입되었지만  청년실업률은 사상 최고치를 고공행진 중이다. 이름만 바꾼 미봉책들이 적지 않고,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또한 일자리 확대를 발목잡고 있다.

채용도 ‘알음알음’이다. 임원이 추천한 사람이 합격되는 채용비리가 비단 은행 만의 일로 여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회 전체에 만연된 구조적 병폐임을 다수가 공감한다. 모집 공고가 뜨면 이미 대상자가 정해졌다는 시그널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정부 고위직부터 ‘짜고 치는’ 인사 행태가 횡행하다 보니 생겨난 그릇된 풍조다. 정권이 바뀌어도 낙하산 인사가 지속되는 현실이 이를 잘 설명한다.

노인 일자리라고 다를 바 없다. 생활임금에도 못 미치는 일자리도 연줄이 없으면 언감생심이다. 아예 생각을 접는 게 상책이다. 관공서 홈페이지에 공고되는 기간제, 일용직 채용도 낙타의 바늘귀 통과보다 힘들다. 괜한 노력과 시간만 낭비할 뿐이다. 초등학교 보안관 채용 여섯 곳에 응시했다가 단 한 곳에서도 서류심사조차 통과하지 못했다는 금융회사 전직 간부의 하소연은 뉴스거리도 못된다. 연고가 있는 고소득 퇴직 교사나 퇴역 군인의 몫으로 돌아가는 ‘그들만의 리그’에 바보처럼 들러리만 선 꼴이다.

노심초사 속 몸도 마음도 경제력도 '봄 가뭄'..“시장을 읽으면 정책이 보여요”

자녀들 결혼을 시키다 보면 주택정책의 허점도 커 보인다. 주택 대출을 억제하다보니 돈 없는 사람은 내 집 마련이 되레 힘들어졌다. 목돈을 거머쥔 사람에게 기회가 돌아가는 ‘부동산 규제의 역설’ 때문이다. 분양가가 주변시세보다 싸 당첨만 되면 거액을 챙기는 ‘로또 아파트’는 가진 자들의 파티장이 되곤 한다. 중도금 대출이 막히면서 자기 돈 없는 사람에게는 꿈에 불과하다. 배만 아플 따름이다.

강남 지역에서 84㎡ 아파트를 분양받으려면 계약금과 중도금을 합해 10억 원 가까운 자기 돈이 있어야 한다는 보도가 믿기지 않는다. 분양가 규제를 완화하고 중도금 대출 규제를 일부 풀고, 생애 최초로 주택을 구입하는 세대주에게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완화시켜 젊은이의 내 집 마련을 도와야 한다. 시세차가 큰 분양에는 국민주택채권 매입을 의무화하고, 분양 이익의 일부를 정부가 거둬 임대주택에 사용하는 등 서민 중심 정책이 아쉽다.

육아문제에 대한 제안도 곁들이고 싶다. 중장년 세대를 육아 도우미로 활용하는 방안이다. 신체적·시간적 여유가 있는 자원자를 대상으로 정부가 육아일자리를 알선하고 예산으로 수당을 지급하는 내용이다. 젊은이들은 안심하고 경제활동에 전념하고, 중장년층은 새로운 일자리를 통해 추가 소득을 얻게 된다. 정부로서도 손해가 아니다. 일자리가 늘면 세수가 커지고 연금 수입도 확대된다. ‘경제의 선순환’에 탄력이 붙는다. 자녀 육아, 노인 일자리, 세수 증대를 한꺼번에 해결하는 ‘트리플 큐어(triple cure)’의 비책이 될 수 있다. 무릇 시장을 잘 읽으면 정책이 보인다.

필자 소개
권의종
(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겸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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