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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춘래불사춘'..금융당국 vs. 하나금융 '총성없는 전쟁'
금융권 '춘래불사춘'..금융당국 vs. 하나금융 '총성없는 전쟁'
  • 홍윤정 기자
  • 승인 2018.03.13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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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구, 금감원장 날린 하나금융에 '괘씸죄' 대응?…김정태 회장 3연임 확정할 23일 주총결과 주목
     최종구 금융위원장-김정태 하나금융회장

[금융소비자뉴스 홍윤정 기자] 봄이 왔지만 금융권은 정작 봄이 아니다(春來不似春)-.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채용비리 의혹에 휘말려 사퇴한 지 하루 만에 금감원이 KEB하나은행에 대한 특별검사에 착수했다. 현직 금융감독원장이 하나은행 채용청탁 의혹으로 낙마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자 금융당국이 고강도 조사를 예고하는 등 공세로 전환한 셈이다. 금융권은 흡사 금감원이 원장을 몰아낸 하나금융을 향해서 ‘복수의 칼날’을 들이댄 것이 아니냐면서 바짝 긴장하고 있다.

금감원은 13일 "오늘부터 하나금융지주와 하나은행의 2013년 채용 비리 의혹에 대한 특별검사를 시작한다"며 "하나은행 채용 비리 조사를 위한 특별감사단 구성 및 향후 조사 계획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구성된 특별검사단은 최성일 전략감독담당 부원장보가 이끈다. 검사 과정은 따로 보고하지 않고 검사가 끝난 후 최종 결과만을 금감원 감사에게 보고해 독립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 "금감원장 사태가 하나銀 내부서 흘러나왔을 수 있다" 철저한 조사 예고

검사 대상은 최 원장이 지인 아들을 추천했다고 알려진 2013년에 대한 채용 비리 의혹이지만 검사 내용에 따라 대상 기간이 늘어날 수도 있다. 금감원은 "철저히 의혹을 파헤치는 것이 국민의 의구심을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검사 과정에서 채용과 관련된 비위 행위가 발견되면 관련 자료 일체를 검찰에 이첩해 수사에 협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최흥식 원장의 채용비리 의혹에 대한 특별검사에 이어 하나금융지주 계열사인 하나생명에 대한 IT 검사를 시작했다. 금감원은 미리 예정된 일상적 검사라는 입장이지만 IT 검사의 특성상 결과에 따라 채용비리 조사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주목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에 출석해 최흥식 금감원장 사태 촉발이 하나은행 내부에서 흘러나왔을 수 있다며 철저한 조사를 예고했다. 그는 "(해당 의혹은) 하나은행 내부가 아니면 확인하기 어려운 것들"이라며 "하나은행 경영진들도 이런 일이 제보된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추론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가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3연임 관련 금융당국의 경고에 대한 김 회장의 반격 카드일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그런 시각이 있을 수 있다"고 동의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최 위원장은 "금감원장이 사임한 것은 채용비리와 관련해 의혹이 확인된 게 아니라 본인 잘못을 시인하고 사임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의혹이) 제기된 2013년부터 하나은행 채용비리에 대해 철저하게 확인하겠다. 검사 인력이나 검사 기간에 제한을 두지 않고 확실하게 조사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금감원장이 채용비리로 밝혀진다고 해도 금감원장으로서가 아니라 하나은행 임원에 있을 때 한 것"이라며 "채용비리가 재발되지 않도록 발본색원하겠다. 이번 조사가 감독기관 권위를 바로 세우는 계기가 되도록 하겠다"고 뼈있는 답변을 했다.

수장을 잃은 금감원은 개별 사안에 대한 검사로는 이례적으로 20여명의 대규모 특별검사단을 꾸렸다. 검사총괄반, 내부통제반, IT반 등 총 3개반으로 구성됐으며 최성일 전략감독담당 부원장보가 단장을 맡았다.

검사 대상 기간은 채용비리 의혹이 있는 2013년을 대상으로 하되 필요시 검사대상 기간을 확대할 수 있다는 방침이다.

하나금융, 공식 입장 자제하고 사태추이 주시..23일 주총 앞두고 당국조사가 '악재' 작용할 수도

한편 하나금융은 공식 입장을 자제하고 조심스럽게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는 분위기다. 특히 김정태 회장의 3연임이 확정될 이달 23일 주주총회를 10여일 앞둔 상황이라 당국의 조사가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검사단 구성이 상당히 이례적인 것으로, 금감원과 하나금융, 금융당국과 민간 금융사간 갈등은 더 격화할 것을 우려한다. 특히 감독당국인 금감원과 민간금융사인 하나금융이 감정 섞인 ‘진흙탕 싸움’을 연출하면서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하나금융지주 적폐청산 공동투쟁본부 관계자는 "하나금융지주와 하나은행은 결국 금감원과 진흙탕 싸움판을 만들고야 말았다"며 "진흙탕 싸움에서 한 쪽이 꼬리를 내렸으니 이제 다른 한쪽도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금감원 수장이 채용비리 의혹에 연루되고, 당국과 하나금융간 감정싸움으로 변질된 만큼, 금감원의 추가 채용비리 조사의 신뢰성에도 큰 흠집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이미 주요 은행에 대한 채용비리 조사가 일단락된 상황에서, 하나은행의 채용비리 후폭풍으로 시중은행 및 전 금융권으로 불똥이 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은 "애초부터 표적을 두고 채용비리 조사를 진행하다 보니, 오히려 부작용이 발생한 것"이라며 "특별검사단을 금감원 관계자가 아닌 외부인으로 구성해 은행 뿐 아니라 금감원과 다른 시중은행들에 대한 조사도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채용비리는 어떤 사안보다 엄격한 잣대가 적용돼야 한다는 점에서 그동안 관행이라는 이름 하에 이뤄졌던 인사청탁을 다시 한 번 척결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면서 “다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이 과정에서 본질을 벗어난 '보복성 검사', '진흙탕 싸움'은 재현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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