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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의종의 경제프리즘] 빼앗긴 군산의 봄-한국GM 사태, 지금부터가 중요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빼앗긴 군산의 봄-한국GM 사태, 지금부터가 중요
  • 권의종
  • 승인 2018.02.20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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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의 달인 GM, 위기 때마다 손 벌리는 ‘Government Motors’ 별명..産銀 경영진 전면 교체해야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군산이 아프다. 한국GM이 경영난을 이유로 군산공장 폐쇄를 밝혔다. 지난 해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문을 닫아 가뜩이나 힘든 군산 경제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 사태는 일찍이 예견된 바였다. 2013년 GM본사가 유럽에서 쉐보레 브랜드를 철수하면서 전조(前兆)가 보였다. 이로 인해 유럽 수출물량을 도맡았던 군산공장 가동률이 주저앉고 말았다. 여기에 지난해 GM이 인도와 호주 등에서 잇따라 철수하면서 한국에서의 철수설이 나돌았다.

GM은 2002년 한국GM을 인수하고 약 1조원을 투자했지만 회수해간 금액이 3조원이 넘는다는 계산이다. 투자비를 벌써 뽑았고 2조원 이상 수익을 올린 셈이다. 그동안 GM본사는 한국GM으로부터 각종 명목으로 돈을 챙겼다. 3조원을 대출해주고 연간 5%대의 고금리로 원리금을 상환 받고 있다. 로열티 명목으로 연간 1,000억원 가량을 건네받았다. 연구·개발(R&D) 비목으로 2014년에서 2016까지 1조5,500억원을 책정했다. 본사로부터의 부품을 고가에 매입하고 해외에 저가로 수출했다는 의혹까지 일고 있다.

그러는 사이 재무구조는 엉망이 되었다. 한국GM의 매출액 대비 원가율은 2015년의 경우 97%까지 치솟았다. 최근 4년간 한국GM의 적자가 2조5천억원에 이르고, 군산 공장의 가동률이 20%까지 떨어졌다. 평균 연봉이 8,700만원 수준이었는데도 가동이 중단된 날에도 평균임금의 80%가 휴업수당으로 지급되었다. 결국 GM은 회생계획은 밝히지도 않은 채 지원약속부터 먼저 하라는 식의 벼랑 끝 전술로 우리 정부를 압박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태도가 뜬금없다. 한국GM 관련 일자리 총수가 한국GM에 1만6천명, 부품협력사에 14만명, 도합 15만6천명이라는 발표를 내놓았다. 한국GM이 철수할 경우 30만개의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라는 주장에 대한 반박이라는 해석이다. 사태해결에 진력해도 모자랄 판에 나중 되면 다 알게 될 피해기업 수를 서둘러 밝힌 것 자체가 한편의 코미디 같다. 「맹자」에 나오는 ‘오십보백보(五十步百步)’의 표현대로, 15만 개이든 30만 개이든 피해기업 수만 다를 뿐 피해를 당한 건 마찬가지 아닌가.

회생계획 없이 지원약속부터 하라는 GM의 '벼랑 끝 전술'.. 2대주주 산업은행 그동안 뭐했나?

GM사태는 미국 본사의 탐욕과 국내 주주인 산업은행의 방관이 빚어낸 참사다. 한국GM의 지분 17%를 보유한 산은의 관리능력 부재가 뼈아프다. 2대 주주이면서도 GM의 결정에 끌려 다니며 아무런 역할도 견제도 못했다는 지적이다. 대표이사를 제외한 이사 10명 중 3명을 선임할 수 있고, 공장이전ㆍ폐쇄 등 16개 주요 경영사항에 대한 거부권도 갖고도 권한을 행사하지 못했다. 기업운영에 관한 정보를 제대로 제공받지 못했고, 군산공장 폐쇄 결정도 일방적으로 통보받는 처지였다. ‘관리자자가 관리 받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2002년 GM에 매각하면서 ‘주주감사권’을 확보했고, 지난해 3월 이를 발동해 한국GM에 매출원가와 본사 관리비 부담규모 등 116개의 자료제출을 요청했지만 결과는 허사였다. GM은 이중 6개만 제출하고 나머지는 ‘기밀사항’이라는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했고 이에 대한 산은의 조치는 전무했다.

한국GM은 산은에게 이사회 논의 과정이나 회의록조차 제공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산은은 상법상 보장한 회계장부 열람, 재무상태 검사 청구 등의 권리를 행사하지 못했다. 2016년 3월에도 한국GM을 중점관리대상 회사로 지정한 뒤, 경영진단 컨설팅 실시, 선제적 모니터링 강화, 소수주주권 강화 등의 내용을 담은 중점관리방안을 마련했지만 GM의 거부로 실행에 옮길 수 없었다. 기가 찰 노릇이다.

여기에 GM의 지분 처분제한 해제기한이 지난해 10월로 만료되어 GM본사는 언제든 한국GM 지분을 팔고 떠날 수 있는 입지까지 확보했다. 현 상황에서 산은으로서는 GM의 공장폐쇄나 한국철수를 막을 수 있는 아무런 방도가 없는 상태가 되었다. 2008년 이후 산은이 파견한 이사 18명 중 9명이 산은, 6명이 공무원 출신이었던 점도 사태 악화의 주요 요인이라는 지적마저 나온다. 지긋지긋한 낙하산 인사가 여기서도 말썽이다.

GM사태, 냉정하게 원칙대로 대처해야.. 일자리문제라는 좁은 시각으로만 바라보면 안 돼

GM사태에 대한 대처는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냉정하게 원칙대로 풀어가야 한다. 일자리 문제라는 좁은 시각으로만 바라보아서는 곤란하다. 15만6천명의 일자리가 지원의 볼모가 되어서는 안 된다. 산업위기 대응 특별지역과 고용위기지역 지정, 협력업체 및 실직자 대책은 지원 여부와 상관없이 따로 마련되어야 할 사안이다. 한국GM 사태에 대한 대응이 다른 외투기업에게 선례로 작용할 수 있음도 염두에 둬야 한다.

정부 지원과 연관되어 요구되는 조건들도 적지 않다. GM의 만성적인 고비용·저효율의 고리를 단절할 수 있는 해결책부터 마련하는 게 선행될 과제다. 현재의 재무구조나 손익상황에서의 지원은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이 되기 쉽다. 일시적 미봉책에 그칠 공산이 다분하다. 경영이 어려워지면 GM은 다시 추가지원 카드를 커낼 소지가 크다. GM은 협상의 달인이다. 위기 때마다 현지국 정부에 손 벌리는 ‘Government Motors’라는 별명까지 얻은 다국적기업이다.

GM은 산은에 대해 매출원가와 이전가격 공개, 본사와의 자금거래, 주주감사권 등 주요 경영사항에 대한 협의나 보고, 거부권 행사를 보장해야 한다. 최소한 향후 일정기간 한국에서 철수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명시해야 한다. 산은 또한 전문성 있는 인사들로 경영진을 전면 교체해야 한다. 다른 조건이 다 충족되어도 전문성 없는 낙하산이 투하되면 기업은 또 다시 쑥밭이 되고 만다. GM에게도 면목이 서지 않는 후진적 행태다. 우리부터 잘해야 남에게도 잘하라고 할 수 있다.

필자 소개
권의종
(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겸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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