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남산 3억원' 재수사 계기 곧 '신한사태' 적폐청산' 착수할 듯
금융당국, '남산 3억원' 재수사 계기 곧 '신한사태' 적폐청산' 착수할 듯
  • 이동준 기자
  • 승인 2018.02.0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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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의 막강파워 지역·파벌주의 등 '신한사태' 폐단 심각한데도 신한금융은 '외면'
▲라응찬 전 회장(왼쪽)과 한동우 상임고문
▲라응찬 전 회장(왼쪽)과 한동우 상임고문

[금융소비자뉴스 이동준 기자] 검찰이 신한금융의 ‘남산 3억 원’사건을 재수사하기로 하기로 한데 따라 금융당국이 이와 때를 같이하여 그동안 신한금융이 외면해온 금융권의 최대 폐단으로 꼽히는 ‘신한사태’적폐청산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최근 “금융감독원이 금융그룹 회장의 ‘셀프연임’ 의한 전횡과 사금고화를 우려해 셀프연임을 막는 등의 지배구조개선을 추진하게 된 것은 발원지가 신한사태라고 볼 수 있다”면서 신한사태에 대한 적폐청산은 불가피하게 됐다고 7일 밝혔다.

그는 특히 “신한사태는 남산 3억 원 사건의 연장선에서 발생한 것으로  일부경영진의 금융기관 공공성을 크게 훼손시킨 내분”이라고 지적하고 그런 면에서 ‘신한사태’의 폐단을 청산하는 일은 시급한 개혁과제가 아닐 수 없다고 강조했다.

두 사건은 이들 세력이 금융사의 공공성을 망각하고 자신의 배를 불리는 구조를 오랜 동안 유지하겠다는 과욕에서 빚어졌다. 남산 3억원 사건은 라 전회장과 추종세력이 황제처럼 군림할 수 있는 자리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 정치권에 줄을 대는 과정에서 빚어졌다면 신한사태 역시 ‘권력독점’에 의한 이익챙기기에 방해가 된다는 내부세력을 없는 죄를 씌워 축출한 전대미문의 폭거로 기록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들 사건이 금융사의 공익성이 철저하게 무시되면서 일부 경영진이 자신들의 사익을 추구하는 폐단의 전형이라는 점에서 신한사태를 재조명, 엄중조치 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신한사태 ‘과거의 일’이라서 적폐 ‘외면’

신한사태를 과거의 일로 덮어둘 수 없는 이유는 그 폐해가 너무 우심하기 때문이다. 우선 신한내분사태는 이윤극대화에 우선하여 공공성이 중시되는 금융사가 회장이나 추종세력이 사익을 추구하기위해 금융기관을 사금고처럼 운영되는 지배구조상의 문제를 드러냈다.

구체적으로 라 전 회장은 재일교포를 등에 업고 정·관계에 대한 로비와 인적네트워크로 ‘셀프연임’을 하면서 장기간 ‘제왕’으로 경영권을 휘둘렀다. 신한금융에서는 라 전 회장이 ‘창업자’로 자신의 회사라는 착각에 빠져있었다고 전 신한은행의 한 간부는 전했다.

이런 지배구조의 문제점은 지금도 남아있다. 라 전 회장세력으로 분류되는 한동우 현 상임고문이 라 전 회장의 바통을 이어 받은 후 지난 해 연임임기를 마친 후 스스로 상임고문을 신설해 막후실세로 남아있는 막강파워을 보여줬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한 상임고문의 지원아래 은행장에 이어 회장에 올랐다. 그도 라 전 회장 세력의 후광을 받은 셈이다. 위성호 은행장 역시 라 전 회장의 측근으로 별다른 제지를 받지 않고 신한카드사장에서 은행장으로 선임됐다.

신한사태는 특정세력이 의사결정을 독점하는 바람에 조직의 이성을 마비시키면서 은행발전의 공로자들을 무참하게 학살했다는 점에서도 결코 잊혀질 수 없는 일이다. 라 전 회장은 ‘장기집권’이라는 노욕에 눈이 멀어 경영능력이나 청렴도 등에서 신한금융사에서 손꼽을 수 있는 인물인 신상훈 전 금융지주 사장에게 '없는 죄'를 뒤집어 씌워 법정에 세우는 천인공노할 일을 저질렀다. 신 전 사장은 몇 해 전 장기간의 소송 끝에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신한금융은 내부고발 결정이 잘못된 것임을 알고 이를 제동할 수 있는 의사결정시스템을 작동하지 않은 것은 심각한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물론 라 전 회장과 추종세력의 힘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라 전 회장 세력의 전횡으로 신한금융이라는 조직이 전후과정을 살피지 않고 신상훈 지주사장을 강제적으로 끌어내린 셈이다. 이는 주주가 많아도 회장과 일부세력에 의해 은행이 농단될 수 있다는 교훈은 남겼다. 고객의 재산을 맡아 지키고 관리하는 역할을 하는 금융그룹의 의사결정과정이 얼마나 허술한 지가 신한사태에서 드러났으면 금융당국은 이제라도 대수술을 단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신한사태가 보여준 신한금융그룹의 파벌주의 지역주의는 아직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 신한금융의 요직은 라 전 회장 세력이 독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 신한금융 계열 금융사 사장의 절반 이상이 친 라 전 회장, 한 상임고문 세력으로 분류된다. 그래서 신한금융 안팎에서는 지금도 라 전회장이 신한금융을 ‘그림자 통치’하고 있고, 한 고문도 막후경영을 하고 있다는 설이 파다하다.

라 전 회장의 ‘TK패권주의’ 전통이 그대로 내려오고 있는 탓인지 심지어 신한금융계열사 사장에서 호남출신은 단 1명에 불과하다. 절반이상이 TK 위주의 영남출신이 주요 계열사를 독차지하고 있다. 라응찬 전 회장의 지역주의가 신한금융에 깊숙이 뿌리내려져 있다.

그런데도 신한금융의 최고경영진은 신한사태 이야기가 나오면 ‘과거의 일’이라며 애써 외면하면서 문재인 정권의 적폐청산 외침에 눈을 가리고 귀를 막는 모습이다. 신한사태의 희생양인 신상훈 전 사장에 대한 명예회복이나 복권은 진즉에 추진돼 지금에서는 매듭지어졌어야 할 문제인데도 신한금융 최고경영진은 모두가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면 뒷짐을 지고 있다. 일종의 직무유기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신한사태 적폐를 청산, 신한금융을 환골탈태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돈준 사람은 있는데 돈 받은 사람이 없다?

한편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6일 진상 규명이 필요한 12건의 '우선 조사 대상'중의 하나로 '남산 3억 원' 사건을 재조사 대상에 올렸다. 이는 이명박 정부 출범 직전인 지난 2008년 2월 중순 무렵,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 측이 서울 남산 인근에서 정권 실세에게 3억 원을 건넸다는 의혹이다. 당시 돈을 전달받은 사람이 이 전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의원이라는 얘기가 있었다.

이 사건은 신한금융의 경영권을 둘러싼 내분, 이른바 '신한사태'가 발생하며 수면위로 떠올랐다. 2010년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과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이 신상훈 전 신한금융 사장을 배임 혐의로 고소하며 관련 수사 때 '남산 3억 원' 제공 사건이 다시 조사됐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검찰 측은 2008년 당시 라 전 회장과 이 전 행장의 지시로 남산 자유센터 주차장에서 이 전 의원 측에게 3억 원을 전달했다는 신한은행 직원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라 전 회장이 연루됐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확보하지 못했다.

이후 경제개혁연대는 2013년 라 전 회장 측이 당선 축하금 명목으로 건넨 자금을 이 전 대통령의 정치자금으로 해석하며 이를 고발,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당시에도 검찰은 3억 원의 자금이 이 전 행장의 지시로 신한은행에서 급하게 마련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수사는 더 진전되지 못했다.
지난 2015년 3월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라 전 회장과 이 전 의원에게 당사자 간 연루 여부가 확실치 않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지난 해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여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신한사태를 3대 금융적폐로 규정하면서 또 다시 논란의 대상이 됐다. 당시 적폐청산위원회를 출범시킨 여당은 법제사법위원회 중심으로 신한사태의 정치 비자금 논란을 다시 끄집어냈다.

지난 해 법사위 국감에서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은 남산 3억 원 정치자금사건을 다시 꺼내면서 "돈 준 사람은 있는데 받은 사람은 없다"며 사건의 재조사를 촉구했다. 이에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사실관계를 재조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신한금융 내부는 검찰 재수사 소식이 전해지면서 수사의 파장이 어디까지 번질 지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이 사건에 연루된 임직원들이 줄소환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금융감독당국은 진상이 드러나면 횡령과 비자금조성 등 불법행위를 근거로 엄중한 제재조치를 취할 것으로 에상돼 검찰 재수사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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