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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 "대우건설 삼킨 호반건설에 '승자의 저주'" 우려
건설업계, "대우건설 삼킨 호반건설에 '승자의 저주'" 우려
  • 김영준 기자
  • 승인 2018.01.31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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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 노조 "특혜논란" 매각중단 촉구..업계 "금호아시아나그룹 전철 밟을 수도" 경계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

[금융소비자뉴스 김영준 기자] '승자의 저주(Winner's Curse)'란 말이 있다. 경쟁에서는 이겼지만 오히려 위험에 빠지게 되거나 커다란 후유증을 겪는 상황을 뜻한다. 승리를 위하여 능력에 비해서 과도한 비용을 치른 탓이다.

대우건설 인수합병(M&A) 우선협상대상자로 31일 호반건설이 선정됐다. 시공능력평가 13위가 3위를 집어삼키는 이변이 일어났다. 그러나 건설업계에서는 호반건설이 ‘승자의 저주’에 직면할 수도 있다 우려가 나온다. 대우건설에 비해 지명도가 훨씬 떨어지는 가운데 구체적인 경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호반건설이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운영할 것인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건설업계는 호반건설과 대우건설 몸집 차이가 워낙 커, 지난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했다가 유동성 경영난에 내몰렸던 ‘승자의 저주’를 피할 수 있을지 의문을 표시한다. 대우건설 노조측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구성원들 간 화합도 풀어야 할 숙제가 될 전망이다.

흥행실패로 끝난 대우건설 1조6000억에 매각..취득원가 이하로 팔려

KDB산업은행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대우건설 우선협상대상자로 호반건설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호반건설은 1조6000억원에 대우건설을 품에 안게됐다. 주당 인수 가격은 7700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대우건설 주가는 30일 종가 기준 6140원임을 감안할 때 25.4%의 경영권 프리미엄이다. 현재 알려진 16천억원이라는 매각 가격은 이런 저조한 흥행의 결과다. 산업은행이 대우건설 지분 매입에 투입한 32천억원에 견주면 절반 수준이다.

2월 정밀심사와 4월 주식매매계약(SPA) 등의 절차를 통해 7월 매각 일정이 모두 끝날 것으로 보인다. 호반건설은 매각되는 지분 중 1차로 40%에 대해서만 주당 7700원에 매수하고 나머지 지분 10.75%는 3년 뒤에 인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1차 인수대금은 약 1조3000억원이다.

일각에선 주택사업위주로 성장한 호반건설이 국내외 다양한 사업을 해온 대우건설을 제대로 운영할 수 있을지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대우건설의 장점을 살리는 독립경영 등을 통해 시너지가 점차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대우건설이 그동안 해온 경영 방향을 최대한 존중하고 지원하는 데 집중하도록 독립경영 체계로 될 것"이라며 "서로간의 시너지를 통해 함께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호반건설은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M&A 매물이 등장할때마다 이름을 올렸다. 최근에 인수한 스카이밸리 컨트리클럽(CC), 미국 하와이 와이켈레CC, KBC광주방송, 퍼시픽랜드, 울트라건설 등이 있다. 호반이 대우건설 인수에 관심을 둔 이유는 전국건설사를 넘어 글로벌 회사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광주 전남지역을 기반으로 한 호반건설은 '호반 베르디움'이라는 브랜드를 보유한 아파트 전문 중견건설회사다. 김상열 회장이 28세때인 1989년 자본금 1억원으로 창업해 광주 지역 임대아파트 사업으로 첫 출발했다. 김 회장의 신념은 이미 업계에선 유명하다. 이미 분양한 단지의 누적 분양률이 90%를 넘지 않으면 신규 분양을 하지 않는 원칙을 지켜 미분양 위험을 피했다.

특히 수도권의 알짜 부지를 다수의 계열사를 동원해 과감히 매입했고 2009년 시장이 회복기에 접어든 이후 이 부지들에 아파트를 공급했다. 2015년부터는 도시정비사업에도 뛰어들어 서울, 부산 등 알짜 재건축 사업을 수주하고 있다.

호반건설이 대우건설을 품게 되면 우선 시공능력평가 순위에서 단숨에 '톱3'로 뛰어 오른다. 호반건설은 지난해 시공능력 평가액이 2조4521억원으로 13위에 머물렀다. 3위 대우건설의 시공능력 평가액 8조3012억원까지 합쳐질 경우 삼성물산(16조5885억원)과 현대건설(13조7106억원)에 이어 토목건축공사 시공능력 평가액 '10조 클럽'에 들게 된다.

'곳간' 다 털어야 하는 호반건설..해외경험도 없고 노조 반발로 '변수' 남아

대우건설은 지난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인수됐지만 다시 매물로 나왔던 역사가 있다. 금호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로부터 대우건설 주식 72%를 인수하면서 인수 대금으로 6조4255억원을 지불해, 당시로는 일반 기업 기준으로 국내 최대 금액의 인수합병(M&A)에 성공했다. 하지만 금호는 이후 재무상태가 악화되는 등 어려움에 시달렸고 결국 3년 만에 대우건설을 다시 토해냈다.

이번에도 비슷한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호반건설의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이 약 4500억원이고, 유동성 자산까지 포함하면 1조500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호반건설이 그동안 쌓아온 곳간을 다 털어야 하는 상황이다. 

자금 조달이 되더라도 중견건설사 호반건설이 국내 3위 대형건설사인 대우건설을 운영할 노하우가 부족할 것이란 평가가 적지 않다. 지난 3분기 기준 대우건설 근로자 수는 기간제를 빼더라도 4000여명이고 작년 한 해 매출도 11조원에 이른다. 하지만, 호반건설은 대우건설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임직원 수는 520여명 수준이고 작년 매출액은 1조1800억원이나 된다.

호반건설이 해외 경험 부족도 문제다. 호반건설은 공공택지를 싼 가격에 매입한 뒤 여기에 주택을 대량으로 공급해 성장한 건설사로 해외사업 경험은 거의 없다. 반면 대우건설은 1976년 남미 에콰도르 도로공사를 시작으로 해외시장에 40여년간 참여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해외 프로젝트만 30여개에 이른다. 해외 역량이 없는 호반건설이 대우건설의 해외 프로젝트를 무리없이 이어나가고, 수주고도 이전처럼 올리는 것이 쉽지 않다는 평가다.

구성원들 간 화합도 넘어야 할 장애물이다. 대우건설 노조는 애초부터 호반건설 인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연봉부터 차이가 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의 평균 연봉은 지난해 3분기 기준 5200만원인 반면, 호반건설은 4600만원 정도로 알려졌다.

대우건설 노조는 17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호반건설이 대우건설의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에 대한 경험과 이해, 경영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의심된다”면서 “호반건설과 중국계 자본의 대우건설 인수를 절대 반대하며, 이들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다면 인수를 절대적으로 막아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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