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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인석의 금융이야기] 서울 강남 집값, 규제보다 시장 맡겨야
[송인석의 금융이야기] 서울 강남 집값, 규제보다 시장 맡겨야
  • 송인석
  • 승인 2018.01.30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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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적인 안목서 부동산산업 육성 필요..투기로만 보면 정책 실패, '프롭테크' 관련 산업 연구해야

[송인석의 금융이야기] 과도한 집값 상승은 버블을 형성하고, 계층 간 위화감을 조성한다. 따라서 정상적인 수준의 집값 상승 과 안정세를 유지하도록 정부는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난 해 문재인 정부는 ‘6·19 부동산 대책’을 시작으로 거의 매달, 그동안 여섯 차례나 집값 안정 대책을 쏟아냈다. 투기지역 지정, 재건축 관련 규제강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주택담보대출 축소 등 세금·금융·매매 규제가 모두 망라됐다.

하지만 정부의 집값 안정 기대와는 달리 연초부터 서울 강남 집값은 오히려 더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며 이상과열 현상을 보이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뛴 상태다. 정부가 ‘강남 집값을 잡겠다’며 잇달아 내놓은 대책이 오히려 강남권 수요 쏠림을 부채질하며 가격을 끌어 올리는 형국이다. 규제의 역설이다.강남 집값 상승의 본질이 뭔가? 정부가 정조준하고 있는 다주택자의 투기인가? 다주택자의 투기를 강력히 규제하면 집값 상승이 안정될까? 6·19 대책과 8·2 대책 이후 강남의 집값 상승 현상은 둔화됐다. 그러나 11·29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대책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정부의 '융단폭격'식 강력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강남 집값은 계속 오르고 있다. 정부의 대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강남불패 신화’는 꺾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올해 다주택자의 돈줄을 묶는 새로운 총부채상환비율(新 DTI) 도입과 보유세 인상, 재건축 연한을 늘리는 등의 추가 규제 방안을 모색 중이지만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주택시장의 수요와 공급이 불일치한 상황에서 정부의 공급 옥죄기 정책이 지속된다면 이번에도 정부의 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시장이 흘러갈 수 있다.

집값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강남 등에 대한 공급 규제가 이어질 경우 가격 상승세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 공급을 줄이는데 수요가 있으면 집값이 올라가는 건 당연하다. 강남에 집을 사려는 수요를 단순히 '투기세력'으로만 간주하고 정책을 펼친다면 강남 집값을 잡기는 힘들 것이란 지적이다.

◇ 규제할수록 오르는 강남 집값, 수요를 고려한 맞춤형 정책 필요

강남 집값의 본질을 들여다보자. 강남 집값 상승 원인은 특목고 우선 선발권 및 자사고 폐지 방침 등 교육제도 변경에 따른 강남 선호 증가, 시중의 풍부한 유동자금과 부족한 대체투자처, 좋은 주거지에 대한 투자 및 거주 선호 유지, 재건축초과이익환수 시행에 따른 서울 내 공급 감소 불안감, 규제 강화로 인한 다주택자의 안정적 거래 위협, 정상적 거래 유지를 위한 매물 감소 등 다양하다.

다주택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하는 추가 규제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다주택자를 겨냥해 보유세를 강화하고 재건축 연한을 늘리는 조치로 강남 집값을 안정시키기는 어렵다. 오히려 시장 왜곡 현상이 더 심화될 수 있다. 신중해야 한다. 특히 조세로 집값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더욱더 그렇다. 조세는 집값과 상관없이 조세 차원에서 논의해야 한다. 오는 4월 부활하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重課) 제도가 그렇다. 다주택자 보유를 막으니 지방의 아파트를 팔고 더 오를 강남의 ‘똘똘한 한 채’로 집중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를 금지해 조합이 설립된 재건축단지의 거래를 차단하니 아직 조합이 꾸려지지 않은 재건축 대상 아파트에 매수세가 몰린다.

KB국민은행 주택가격동향 분석 결과 강남(11개구)의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해 12월 8억669만원으로 강북(14개구)의 4억9090만원과 60.9%의 차이를 보였다.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로 좁히면 격차는 훨씬 크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1월 둘째 주 서울 아파트 값은 전주 대비 0.57% 올랐는데, 송파 1.19%, 강남 1.03%, 서초 0.73%, 강동 0.68%로 평균보다 훨씬 높았다. 정부의 고강도 규제에도 서울 강남·북간 집값 격차는 갈수록 더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규제가 오히려 강남 집값의 ‘용수철 효과’를 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자고 나면 수천만원씩 오르는 강남 아파트값 폭등은 분명 비정상적이지만 원인은 간단하다. 정부 정책이 수요억제에만 초점이 맞춰져 매물의 희소성이 값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강남 아파트에는 전국에서 돈이 몰려들면서 수요가 넘쳐 난다. 또 정부의 다주택자 집중 규제가 오히려 ‘똘똘한 한 채’ 현상을 불러 강남 수요와 집값 상승을 더 부추기는 상황이다. 강남과 전쟁을 벌이는 이런 식의 부동산 대책은 결국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과거 노무현 정부가 그랬는데 지금 정부에서 또다시 되풀이되는 양상이다. 늘 강조되는 얘기지만 강남을 대체할 확실한 공급대책 없이 강남만 찍어 눌러서는 시장의 내성만 키우고 전체 부동산 시장을 왜곡 시킬 수 밖에 없다. 장기적 관점에서 부동산 정책의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원칙에 따라 생각해 보자. 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결과다. 강남 집값이 고공 행진한다는 것은 공급보다 수요가 월등히 많은 상황을 알려주는 신호다. 수요를 분산하고 공급을 늘리지 않으면 가격 조정은 어렵다. 투자 및 거주 수요를 분산해야 한다. 획기적인 부동산 관련 투자상품을 만들어 지방에서 강남권으로 몰리는 투자 수요를 분산해야 한다. 강남권의 실거주가 아닌 주택을 사두는 여유 구매 수요도 줄여나가야 한다. 이와 더불어 양질의 주거지를 만들어 강남권으로 집중하는 거주 수요를 분산해야 한다.

◇ 강남 집값 상승 , 투기로만 보면 정책 실패 데자뷔(Deja-vu)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해 6월 취임과 동시에 2016년 5월과 2017년 5월 주택거래량을 비교한 수치를 거론하며 "서울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에서 5주택 이상 소유자의 거래량이 53.1%, 29세 이하는 54.0% 늘었다"며 다주택자에 대한 전면전을 선포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김 장관이 정책목표를 잘못 찾은 게 아니냐"는 걱정이 터져 나왔다. 강남 4구의 총거래량 3,904건 중 실수요자가 대부분이고 5주택 이상 다주택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불과 98채, 2.5%였다. 29세 이하 거래량 134채도 고작 3.4%였는데도 단순증가율로만 시장을 판단했다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6개월여가 지난 지금은 그 우려가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김 장관을 비롯해 정책 당국자들은 현재 주택시장 급등세가 다주택자를 비롯한 고액자산가들의 투기행위에 의한 것으로 판단하고 규제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강남에 진입하려는 수요를 '투기'로 간주하고 참여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가수요를 뿌리 채 뽑으려 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집을 사는 사람들 상당수는 실수요자들인데 투자자들이 주도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규제를 하니 정책은 효과를 못내는 것이며, 현실을 제대로 못 읽으니 주택정책이 계속 이상하게 나오고, 그 결과 집값이 오히려 이상급등 하는 것이라고 29일 현지 중개업자 및 주택시장 관계자들이 한결같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규제대책은 매각이나 임대주택등록, 혹은 버티기 중 갈림길에 서 있던 다주택자들을 강남의 '똘똘한 한 채'로 집중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았고, 적어도 강남 지역에는 4월부터 시행되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등의 정부 대책이 먹히지 않고 있다.

따라서 그동안 부동산 보유세 인상에 유보적이던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보유세 인상의 타당성을 언급하는 등 정부와 여당이 보유세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모습이다. 거래가의 60~70% 수준인 기준시가를 올리고 다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과세 범위를 넓히는 방안이 거론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강남 집값과의 전쟁을 선언했던 노무현 정부가 썼던 종부세 카드를 다시 꺼내들 태세다. 준공 후 30년인 재건축 연한을40년으로 늘리는 방안도 검토된다. 일련의 정부 대책과 시장의 반작용은 노무현 정부 시절의 데자뷔(Deja-vu)다.

√ 규제만으로 집값이 잡히지 않는다는 사실은 역대 정부의 부동산대책 실패가 입증한다

2005년 노무현 정부는 종부세를 도입했지만 기대한 만큼 집값 하락 효과를 내지 못했다. 전세보증금과 월세를 올려 종부세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하거나 부부ㆍ자녀 명의로 소유권을 쪼개는 편법이 등장했다. 과거처럼 무차별적으로 종부세를 매기면 집을 사고팔지 않은 채 한 집에서 오래 거주해온 다수의 사람들이 세금 폭탄을 맞을 수도 있다. 특히 은퇴한 노인층이 타격을 받을 것이다. 보유세 인상 등 조세정책보다 강남권의 대출 조건을 더 까다롭게 하고 투기혐의자에 대해선 자금 출처를 조사하는 것이 먼저 할 일이다.

재건축단지 집값이 오르는 것은 투기행위도 있겠지만 새로 짓는 아파트의 평면설계나 설비, 커뮤니티 시설이 기존 아파트보다 월등해서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부활에 재건축 연한까지 연장하면 신규 공급이 줄어 가격상승 압력을 가중시킬 수도 있다. 재건축을 규제하기보다는 재건축 추진 과정에서 나타나는 잡음을 최소화하는 대책이 요구된다.

과거 노무현 정부는 임기 내내 집값을 잡겠다고 나섰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부동산 시장이 정부 예상과 달리 움직이면 대책에 문제가 없는지 되짚어봐야 한다. 규제만으로 집값이 잡히지 않는다는 사실은 역대 정부의 부동산대책 실패가 입증한다. 과거 정부도, 문재인 정부도 강남 아파트값이 치솟으면 긴급 대책을 내놓는 패턴을 되풀이했다. 가격급등이 전국적ㆍ일반적 현상인지 규정 짓기도 전에 임시 방편식 대책을 내놓아 내성만 키웠다. 다주택자를 무조건 투기꾼이나 범죄자로 몰아세우는 식도 곤란하다. 지역별 시장의 특수성과 수요를 고려하는 맞춤형 정책을 쓸 때다.

◇ 시장을 이기는 정책은 없다..거시적이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시장의 흐름에 맡겨야 한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금융학과 교수는 “강남 집값이 오르는 이유는 그만큼 수요가 많기 때문인데 정부가 이런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강남을 일반 시장처럼 단속이 먹히는 시장, 잡아야 하는 시장으로만 인식한다면 노무현 정부 때의 정책 실패가 재연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강남권 아파트값이 치솟는다지만 강남 3구(강남ㆍ서초ㆍ송파) 아파트는 약 30만 가구로 전국 주택의 2.1%에 불과하다. 세계 어느 나라든 집값이 비싼 특정지역은 존재한다. 강남권 집값이 뛴다고 거기에 맞춰 부동산 대책을 남발하면 이미 미분양이 나타나는 지방이 된서리를 맞을 수 있다. 모름지기 주택정책은 국민 대다수가 주택을 구입하고 전·월세를 드는 서울 강북과 수도권, 지방도시까지 두루 신경 써야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고 바로 추가 대책을 일기 쓰듯 발표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자세로 읽힌다. 수요-공급의 원리를 무시한 규제 일변도 ‘부동산대책’으론 집값을 잡지 못한다.

인구 및 가구 변화를 감안해 필요한 곳에 공급을 확대하는 ‘주택정책’이 절실하다. 젊은 신혼부부와 서민층이 임대료 걱정 없이 거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을 획기적으로 늘리고, 강남 수준의 주거ㆍ교육 환경을 갖춘 첨단 스마트 신도시를 곳곳에 건설하는 방안도 추진해야 한다.

실제 지난 2015년 기준 서울의 주택보급률은 96%로 주택공급량이 부족한 상황이다. 집값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강남 등에 대한 공급 규제가 이어질 경우 가격 상승세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 공급을 줄이는데 수요가 있으면 집값이 올라가는 건 당연하다. 문제는 집값도 못 잡고 서민들의 내집 마련 꿈만 멀어진다는 점이다.

공급 규제로 주택물량이 적어 가격 상승이 지속되고 대출 규제로 주택구입 자금을 마련하는 게 더욱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더 강력한 규제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지금도 지방은 미분양이 늘어나는 등 시장이 하향 국면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규제 시그널은 자칫 시장 양극화만 심화시킬 수 있다.

규제로는 시장이 잡히지 않는다. 부동산 규제책이 강남선호 현상을 부추기는 역효과도 빚고 있다. 시장을 이기는 정책은 없다. 공급은 외면한 채 수요만 틀어막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 시장을 잡으려고 하지 말고 시장의 흐름에 맡겨야 한다.

집값 누르기에 대한 조급함을 버리고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긴 호흡으로 부동산산업 육성에 역량을 집중해 보면 어떨까. 발상의 전환을 통해 양질의 주거지를 만들고 주택을 대처할 부동산 및 금융 관련 투자처를 만들기 위해 획기적인 규제 완화와 신산업 육성이 필요하다. 이미 선진 외국은 프롭테크산업(*PropTech; 부동산(Property)과 기술(Technique)의 합성어, IT를 기반으로 하는 부동산 산업) 육성정책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집값에 매몰돼 산업 육성에 역량을 충분히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 프롭테크 관련 산업으로 투자처를 못찾고 있는 국내 여유자금을 흡수하고 주택구입 수요를 분산할 수 있다면 집값도 조금은 진정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필자소개

송인석 (issong958@naver.com)

금융소비자뉴스 고문/논설위원

(전) 오케이저축은행 전무이사

(전) 하나저축은행 전무이사

(전)SC제일은행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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