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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의종의 경제프리즘] 미래경영, 알렉산더 대왕으로부터 배운다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미래경영, 알렉산더 대왕으로부터 배운다
  • 권의종
  • 승인 2018.01.28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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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협화음은 퓨전경영의 서곡.. 융합은 부조화에서 어울림을 연출해내는 유효한 경영도구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역사에 관심이 많다. 우리 인간사회가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알고 싶은 본능적 욕구 때문이다. 하지만 이따금씩 펴드는 세계사 책은 시종 지루하기 짝이 없다. 선사시대와 문명발상에 이어, 에게문명에서 시작되는 고대 그리스의 사건들은 독자의 흥미를 이끌어내기엔 역부족이다. 트로이 전쟁과 아테네 민주정치에 관한 내용을 지나 페르시아 전쟁 부분에 겨우 도달하면 이미 다 알고 있는 마라톤 전투가 등장한다. 이쯤 되면 참았던 졸음이  한꺼번에 몰려와 눈꺼풀을 무겁게 끌어내리고 결국 책을 덮게 만든다.

그러나 박진감 넘치는 대목은 바로 그 다음부터 등장한다. 알렉산더, 정확히 말하면 알렉산드로스 3세가 등장하면서 돌연 흥미가 증폭된다. 독자들은 마치 스스로가 알렉산더라도 된 듯 신명나게 책장을 서둘러 넘기게 된다. 마케도니아라는 소국의 왕 알렉산더가 그리스는 물론 페르시아, 이집트를 정복하고 동방에까지 원정에 나서 대제국을 건설하는 스토리는 지루함은커녕 신명이 절로 나고 통쾌하기 그지없다.

알렉산더의 위업은 지리적 영토 확장에 그치지 않았다. 동방원정에서 페르시아의 수도 수사(Susa)로 돌아온 알렉산더가 맨 먼저 착수한 사업은 엉뚱하게도 대규모 합동결혼식이었다. 마케도니아 귀족 80여 명에게는 페르시아 귀족출신 여자들을 아내로 맞이하게 했다. 이미 1만 명이 넘는 마케도니아 병사들과 동거하고 있던 아시아 여인들을 정식으로 본부인으로 인정해 주는 조치도 내렸다. 알렉산더 자신도 페르시아 왕 다리우스 3세의 딸을 아내로 맞았다. 또한 페르시아 귀족 청년 3만 명을 선발해 그리스어를 가르치고 그리스식 전술을 훈련시켜 자신의 친위대로 기용했다.

혼합의 과정 거쳐서 300년 간 찬란한 헬레니즘 문화 탄생..융합과정 통해 '제3의 문화' 인류에게 선사

그렇다고 그가 오리엔트의 종교나 관습 등을 그대로 수용한 것은 아니었다. 그 속에 그리스 문화를 혼합시켰다. 동방원정 도중 곳곳에 알렉산드리아라는 도시를 70개나 건설해 그리스 문화의 전파기지로 삼았고, 페르시아 청년들을 그리스 방식으로 교육하여 융합된 문화의 선구자로 만드는 노력도 기울였다.

그런 결과로 오리엔트 문화와 그리스 문화가 혼합되어 새로운 헬레니즘 문화가 탄생될 수 있었다. 알렉산더 제국의 영토가 로마제국에 병합된 기원전 30년까지의 약 300년 간 찬란한 헬레니즘 시대가 꽃 핀 것이다. 비록 33세의 젊은 나이로 요절했지만 알렉산더는 인류에게 장구한 문화사적 업적을 남겼다. 융합의 과정을 통해 제3의 문화를 인류에게 선사했던 것이다.

현대 경영에서도 이러한 융합 원리는 그대로 통할 수 있다. 융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섞는(mix, +)’ 문화의 흐름이 필요하다. 20세기가 기계화와 분업화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합산과 교류의 시대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분업의 전문성을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 분업화의 터전 위에 합치고 섞는 퓨전 작업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자기 회사가 속해 있는 사업영역 밖의 관련 분야나 심지어 이질적 분야에 대한 정보, 지식, 기술을 결합하여 전혀 새로운 영역을 창조함으로써 차별화를 기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의 진전에 따라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모바일 등 지능정보기술을 기존 산업과 서비스에 융합시켜야 한다. 3D 프린팅, 로봇공학, 생명공학, 나노기술 등 여러 분야의 신기술을 결합하여 제품이나 서비스를 네트워크로 연결하고 사물을 지능화시켜야 한다. 초(超)연결과 초(超)지능으로 더 넓은 범위(scope)에 더 빠른 속도(velocity)로 더 큰 영향(impact)을 도출해야 한다.

마케도니아-동방 연결하는 알렉산더적 패러다임..현대 경영에도 통하는 융합의 3요소 +, ∞, 그리고 →

아울러, 기업은 언제 어디서나 누구와도 접속할 수 있는 ‘잇는(link, ∞)’ 문화의 흐름을 타야 한다. 마케도니아-그리스-페르시아-이집트-동방을 연결하는 알렉산더적 패러다임으로 지역시장-전국시장-세계시장이라는 일련의 흐름을 넘나드는 지구촌 시대의 사고와 실천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연결의 네트워크에서는 지리적 공간적 개념이 존재할 수 없다.

지난 30년간 글로벌 경제는 생산단계의 국제 분업화를 통해 생산의 효율성과 이익을 극대화시키는 것에 집중되었다. 가령 국내에서 연구 개발한 결과를 토대로 미국 원자재를 사용해 중국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해 유럽에 수출하는 등의 글로벌 경영은 연결을 통해 가능할 수 있었다. 앞으로는 같은 산업 내에서의 기업 간 연결을 넘어, 국내외 기업은 물론 다양한 산업, 기술, 아이디어 등과의 링크를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의 기회를 발견해 내야 한다.

‘움직이는(mobile, →)’ 문화 또한 간과될 수 없다. 경영자는 인터넷 등 최신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여 새로운 지식, 정보, 인맥을 탐색하기 위해 부단히 이동하는 이른바 디지털 유목민으로의 변신이 요구된다. 고객의 수요와 니즈의 변화를 빈틈없이 파악하고 기존 제품이 성숙기에 이르기 전에 신개념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는 민첩함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잠시라도 멈추거나 졸면 그 자체가 죽음인 경쟁환경에서 발 빠른 움직임이야말로 경영의 필수 요체이기 때문이다.

산업사회에서는 ‘닦고, 조이고, 기름 치는' 현장중심의 평면적 경영 만으로도 기업의 생산성이 부지될 수 있었다. 그러나 지식정보화 사회에서는 이 정도로는 어림없는 일이다. 부단히 ‘섞고, 잇고, 움직이는’ 융합이라는 입체적 접근을 통해서 경쟁력이 보전될 수 있게 되었다. 상이한 색깔들이 혼합되어 전혀 다른 제3의 색상이 창조되듯, 융합은 불협화음에서 아름다운 어울림을 연출해내는 유효한 경영의 도구이다. 지속가능한 미래경영의 대안이 실은 오래전부터 존재하고 있었음을 깨닫게 한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겸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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