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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치금융 '역풍'에 스타일 구긴 최종구 금융위원장
관치금융 '역풍'에 스타일 구긴 최종구 금융위원장
  • 박미연 기자
  • 승인 2018.01.16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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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3연임 주저앉히려다 청와대에 '혼쭐'.. 금융당국 위상-권위에 큰 손상

[금융소비자뉴스 박미연 기자] 기세등등하던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관치(官治) 금융’ 역풍에 스타일을 구기고 말았다. 금융사 지배구조 손질에 나선 금융당국이 때 아닌 ‘관치’ 논란으로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탓이다.

16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하나은행 검사를 추가 확대하지 않기로 했다. 하나금융지주 차기 회장이 선임될 때까지다.

금융당국 당국는 16일 "하나은행 노동조합이 제기한 의혹과 채용비리 외에 다른 이슈로 검사를 확대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아이카이스트 부당대출 의혹 등 노조가 제기한 의혹과 은행권 채용비리 의혹을 검사 중이다.파견된 검사 인력들도 현재까지 확보된 자료의 보존·분석에만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이 관계자는 "차기 회장이 선임될 때까지 당국이 인사에 개입한다는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 하나금융에 차기 회장 선임절차 중단 요구..회추위, 권고 무시하고 예정대로 후보자 인터뷰 강행

금감원은 검사 중인 의혹의 사실관계가 규명될 때까지 차기 회장선임을 위한 인터뷰 등 일정을 잠시 연기해달라고 지난 12일 하나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 요구했다.그러나 회추위는 전날 예정대로 후보자 7명 인터뷰를 진행했으며, 이날 오후에는 8차 회추위 회의를 열고 쇼트리스트(최종후보군)에 대해 논의 중이다.

당국의 일정 연기 요구 탓에 발표가 연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지만, 금감원이 한 발 뒤로 물러선 가운데 예정대로 쇼트리스트가 발표될 전망이다. 이날 3∼4명으로 압축한 쇼트리스트가 발표되면 회추위는 추후 후보자 심층면접을 거쳐 22일에 최종 후보를 정할 계획이다.

금융당국 다른 고위 관계자는 "금감원은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권고를 하고, 공문까지 보냈지만, 회추위가 이를 수용하지 않겠다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일단 회추위 진행을 지켜보고, 나중에 다시 보겠다"며 "잘못된 제도와 관행을 고쳐나갈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문제는 금융당국이 이번 일을 두서없이 처리하면서 위상과 권위에 큰 손상을 입었다는 점이다. 최종구 위원장이 금융사 최고경영자(CEO) 리스크가 금융산업 전반과 소비자 피해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유독 하나금융지주의 경영승계 절차를 집중적으로 문제삼는 바람에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사라지지 않는다.

금융당국 수장들, 유독 김정태 회장 겨냥.."하나금융 사장 출신 최흥식 원장 "私的 감정‘ 개입 아니냐" 관측 

논란이 확산되자 청와대까지 나서 "민간에 대한 인사 개입은 없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금융당국의 야누스적인 이중 행태에 대한 의구심이 가시지 않고 있다. 특히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최흥식 금융감독원장 등 금융당국 수장들의 발언이 유독 하나금융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김정태 회장의 3연임을 막으려는 의도라는 의구심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특히 최흥식 원장은 하나금융지주 사장 출신이라는 점에서 결과적으로 친정인 이 회사의 회장 선임 과정에 ‘사적(私的)인 감정‘으로 과도하게 개입하고 있다는 눈총을 사고 있다.

금감원 노조관계자는 이날 "최 원장이 본인이 몸 담았던 곳을 타깃으로 잡는 의도가 여러모로 의심이 된다"며 "김승유 전 회장과의 친분 등에 얽혀 감독당국의 제재권을 남용하지 않는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당국이 시민단체나 금융사 노조의 주장을 빌려 특정 금융사의 CEO 인사에 개입하고 있다는 비판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장 인사를 비롯해 최근 상황을 보면 시민단체나 노동조합이 특정 인사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면 당국이 이를 받아 금융사를 압박하는 프레임이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청와대 핵심 참모나 모피아, 또는 당국 수장과 학연·지연으로 연결된 인물을 내려보내려는 시도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회장 선임 절차를 미뤄달라는 금융감독원의 요청에도 회추위가 선임 절차를 진행한 큰 이유는 하루 사이에 바뀐 당국의 기류 변화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전날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만약 금융인들 중에 금융은 특별하기 때문에 우리가 하는 일은 언제나 옳고 어떠한 경우도 간섭 받아서는 안된다는 식의 잘못된 우월의식에 젖어 있는 분이 있다면, 빨리 생각을 고치시기 바랍니다”라는 발언을 두고, 하나금융을 겨냥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금융계 일각 "하나금융 '초강수' 배경에 김정태 회장, 文 대통령과 경남고 동문인맥 관련 있을 듯" 분석도

이에 당국의 개입이 지나치다는 안팎의 여론이 커지자, 금융위는 오후 늦게 “특정회사 또는 특정사례를 염두에 두고 한 발언이 아니라는 내용이었다”고 해명했고, 이후 청와대에서도 “하나금융 회장 인선 건은 (청와대) 인사추천위원회에 올라오지 않는 사안이다. 관치하지 않고 과거와는 다르게 하겠다는 게 청와대 방침”이라는 발언이 언론 보도를 통해 전해지면서, 강경일변도의 당국 입장이 바뀐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회추위 관계자는 “당국의 이런 분위기를 감안해 이날 회추위에서도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진행한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안다”면서 “다만, 향후 선임 절차에 당국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해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계 일각에선 하나금융의 '초강수'가 김정태 회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경남고등학교 동문인 점과 관련이 깊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정태 회장과 함영주 현 하나은행장이 관여했다고 의심받는 아이카이스트 특혜대출 의혹과 채용비리 의혹을 검사 중인 금감원은 지난 12일 회추위에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회장 선임 절차를 잠시 중단할 것을 구두로 권고했다. 하지만 15일 회추위가 권고를 거부하고 예정대로 선임 절차를 진행하자 같은 내용을 문서로 전달했다.

하나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는 16일 밤 차기 회장 후보로 김정태 현 회장, 최범수 전 코리아크레딧뷰로(KCB) 대표이사 사장, 김한조 하나금융나눔재단 이사장 3명으로 압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김정태 회장의 3연임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회추위는 최종후보들을 대상으로 오는 22일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 후 차기 회장 후보를 확정할 방침이다. 차기 회장은 오는 3월 주주총회를 통해 최종 선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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