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김영준 기자] 경제개혁연대(경개연/소장 김우찬 고려대 교수)가 현대모비스의 현대라이프생명 3000억원 지원과 관련,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경개연은 "밑 빠진 독에 물붓기"라며 "현대모비스가 언제까지 현대라이프생명을 지원할 것이냐"고 따지고 나왔다.
현대라이프생명은 지난해 12월12일 주주배정 방식의 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당시 현대라이프생명 측은 유상증자의 목적이 재무건전성이 떨어져 있던 현대라이프생명의 지급여력(RBC) 비율 개선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경개연은 15일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현대라이프생명의 경영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지배주주 일가 및 경영진의 책임은 외면한 채, 현대모비스가 유상증자에 참여한 것이 과연 합리적인 결정이냐"며 비판했다.
현대차그룹, 2012년 2390억 들여 녹십자생명 지분 96% 인수, 생명보험업 진출..5년간 적자 못 면해
현대차그룹은 2012년 3월 총 2390억원을 들여 녹십자생명의 지분 96%를 인수하여 생명보험업에 진출했다. 그러나 2년 이내 흑자전환 하겠다던 정태영 부회장의 공언과 달리 현대라이프생명은 지난 5년간 적자를 면치 못하는 실정이다.
현대라이프생명은 2012년 10월과 2014년 6월 각각 1000억원가량의 유상증자를 했고, 2015년 6월에는 푸본그룹으로부터 2,200억원 가량을 투자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재무구조는 개선되지 않았다. 결국 작년 12월 1000억원 규모로 발행한 신종자본증권 및 후순위채를 현대커머셜이 인수하기로 했다가 500억원으로 번복했고, 이번에 또 다시 3000억원 규모의 3차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것이다(현대모비스 896억원, 현대커머셜 603억원).
하지만 영업현장에서는 설계사의 수수료가 적은 ‘제로보험’ 판매에 불만이 많았다. 그럼에도 회사는 상품을 주력해서 판매할 것을 종용했고 이 과정에서 다수의 설계사들이 회사를 떠났다. 노조는 이 같은 비정상적인 제로보험 판매로 인해 회사의 수익성이 악화됐고 이로 인해 경영 적자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출범 이후 영업력 확대를 위해 실시한 고능률 설계사 영입 정책도 신통치 않았다. 현대라이프생명 소속 설계사는 “MDRT와 같은 고능률 설계사들은 연봉이 수억원대이나 되지만 회사가 제시하는 2000여만원의 지원금에 움직이겠느냐”면서 수당체계나 보험 영업 현장에서의 섭리 자체를 모르는 경영진의 판단으로 회사의 경영 실패가 이어졌다”고 꼬집었다.
고능률 설계사 영입 실패는 이후 부실한 리쿠르팅으로 이어졌다. 회사는 고능률 설계사 영입에 실패하자 웃돈을 주고 지점을 통채로 스카우트하는 등 충분한 검증 없이 인력을 채용했다. 이렇게 영입된 설계사들이 오래 버티지 못하고 옮기고 말았다는게 노조 측의 설명이다.
"정명이-정태영 부부, 현대커머셜 지분 인수 후 꾸준히 고액배당..배당 만으로도 이미 투자금 전부 회수"
보험업계 관계자들 또한 현대라이프생명의 경영 악화의 주된 원인은 보험업의 특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경영진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고객이 자발적으로 찾아오는 여신업과 설계사들이 직접 고객을 찾아가는 특성의 보험업은 영업 환경 자체가 다르다”면서 “현대라이프생명 경영진은 이 같은 특성을 간과하고 상품만 좋으면 고객들이 많이 가입할 것이라 생각한 것이 바로 패착요인”이라고 말했다.
현대라이프생명은 현대모비스(30.28%)와 현대커머셜(20.37%)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다. 현대모비스는 현재 기아자동차(16.88%), 정몽구(6.96%), 현대제철(5.66%), 현대글로비스(0.67%) 등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30.17%이며, 국민연금도 9.84% 지분을 보유한 유가증권 상장회사다.
반면 현대커머셜은 비상장 회사로 현대자동차(50%), 정명이(33.33%), 정태영(16.67%) 등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100% 지분을 보유한 사실상 개인회사나 다름없다. 현대커머셜은 경제개혁연대가 지적한 대표적인 회사기회유용 사례로, 정명이·정태영 부부는 그룹의 사업기회에 해당하는 현대커머셜의 지분을 현대차그룹 계열사로부터 인수하여 자신의 영향력 아래에 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