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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우와 조용병-'신한사태 7년 적폐'
한동우와 조용병-'신한사태 7년 적폐'
  • 박미연 기자
  • 승인 2017.12.1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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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 승계과정, 하나-KB금융보다 신한금융이 더 문제..韓 고문 '수렴청정' 언제까지?
금융당국이 고질적인 금융회사 경영승계 시스템과 CEO 추천과정을 대수술하기로 했다. 사진은 전현직 관계인 신한금융의 한동우 상임고문(왼쪽)과 조용병 회장.

[금융소비자뉴스 최영희 기자] 대형 금융기관에서 자신과 가까운 인사를 사외이사 또는 임원후보추천위원 등으로 앉힌다. 또 임원 가운데 잠재적 경쟁자를 제거해 연임하기도 한다. 이른바 '셀프 연임'이 노골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오너'가 없는 금융지주사나 은행의 최고경영자(CEO)는 통상 3년 임기제다. 임기 만료를 앞두고 차기 회장·행장을 뽑는다. 그런데도 이 때 지나친 '현역 프리미엄'이 작용한다는 게 금융당국의 인식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9일 "CEO 스스로 (자신과) 가까운 분들로 CEO 선임권을 가진 이사회를 구성해 본인의 연임을 유리하게 짠다는 논란이 있다"며 "유력한 승계 경쟁 후보가 없는 것도 논란"이라고 지적했다.최 위원장이 지목한 CEO를 두고 금융권에선 김정태 하나금융-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이름이 거론됐다. 3연임 도전을 앞둔 김 회장 쪽에 더 무게가 실렸다. 경찰이 연거푸 압수수색을 한 KB금융 윤 회장 쪽이라는 얘기도 일각에서 나온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CEO 승계문제와 관련, 하나-KB금융지주보다도 신한금융지주을 더욱 주시한다. 신한금융은 지난 2010년 9월 지주회사 회장직 승계를 둘러싼 갈등이 고소·고발로 이어지면서 지주회사 회장, 사장, 은행장 사퇴로 이어진 신한 사태를 겪은 탓이다.

신한금융의 취약한 지배구조와 경영승계 시스템은 신한사태가 발생한지 7년이나 지난 지금에도 변하지 않았다. 신한금융 안팎에서는 한동우 상임고문이 ‘라응찬 전 회장’처럼 막강한 실세로 군림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회장직에서 물러나면 집으로 돌아가는 전례를 깨고 상임고문이란 자리를 ‘위인설관’한 다음 새로 선출한 조용병 회장을 뒤전에서 '수렴청정'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결국 스스로 장기집권의 터전을 마련해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선시대도 아니고 해방 후 72년이 지난 수도 서울의 한복판에 있는 신한금융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신한금융이 아직도 시스템보다는 특정인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인치(人治)'적인 지배구조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한 고문은 올해 초 정기주총에서 회장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상임고문 자리를 만들었다. 그리고 신한금융에 남아 장기집권의 물꼬를 텄다. 문제는 한 고문이 단순히 경영자문을 하는 고문역할에 그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신한금융이 그를 거치지 않고 중요 경영사항을 결정하는 경우는 드문 것으로 알려진다. 금융권 주변에서는 조 회장은 ‘허수아비’일 뿐, 한 고문이 신한금융을 막후에서 사실상 경영하고 있다면서 실소(失笑)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 금융위 관계자는 "법에 CEO 후보군을 관리하게 돼 있는데, 경쟁자를 쳐버리고 셀프 연임한다면 특정인과 관련한 문제로 비화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며 "'사람의 문제'로 접근한 게 아니다. 그런데 금융지주사들은 마치 제 발이 저린 듯 이를 사람의 문제로 보더라"고 말했다. 자신과 경쟁 구도에 있는 인사, 또는 현 정권 수뇌부의 의지가 최 위원장의 발언에 영향을 줬다는 견해에 대해서도 "금융정책의 최고 책임자를 한 개인의 하수인으로 취급하는 건 당국의 권위에 대한 도전"이라고 반박했다.

돌이켜보면 자기들 멋대로 금융지주 회장이나 은행장을 선출한 것은 신한금융이 원조다. 신한금융에서 현재도 한 고문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지지기반에서 조 회장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한 고문은 연초 계열사 사장에 자기사람을 많이 심었다고 한다. 지지세력 면에서 조 회장은 한 고문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빈약하다. 그만큼 신한금융의 CEO승계가 시스템이 아니라 인맥에 의존한다는 증좌다.

금융당국은 특정인을 찍어내려는 의도가 아니라고 선을 긋는다. 다만 CEO 선임·연임 과정이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등 관련 법령에 규정된 제도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되는지 점검하겠다는 방침이다. 우리가 하나-KB금융은 물론이지만 신한금융의 불편한 승계구도를 좌시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낙후한 금융산업은 관치금융과 함께 20년 전인 지난 1997년 말 IMF 외환위기를 불러온 원죄를 안고 있다. 오죽하면 한국의 금융산업 순위가 아프리카 우간다보다는 뒤진다는 통계가 나왔을까. 금융권은 지금 금융당국이 신한사태를 겪은 신한금융의 '7년 적폐'를 제대로 도려낼 지 눈을 똑바로 뜬 채 예의주시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신한적폐를 청산하지 못할 경우 금융산업의 선진화는 '백년하청'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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