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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과 KDI-금리논쟁과 자존심 대결
한은과 KDI-금리논쟁과 자존심 대결
  • 주연 기자
  • 승인 2017.12.09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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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제와 균형은 좋으나 '정치적 뉘앙스' 포함 땐 곤란

[금융소비자뉴스 주연 기자]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김현욱 거시·금융경제연구부장은 최근 2017~2018년 경제전망 설명회에서 “한은 금리인상은 거시경제 측면에서 이른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KDI가 그동안 완화적 통화정책을 주문했지만 김 부장이 한은 출신이라는 점에서 발언 수위가 강했다는 평가도 있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 통화정책 담당자들은 불편한 속내를 나타냈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지난 달 금리인상에 앞서 시장과 충분히 소통했고 경기 여건이나 대외 환경도 금리인상에 적기였다고 본다”며 “KDI도 나름의 판단을 했겠지만 정책 타이밍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은과 KDI가 금리정책 문제로 또 다시 맞붙은 것이다. 지난 달 30일 한은이 6년 5개월 만에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것에 대해 KDI가 “인상시기가 빨랐다”며 공개 반박하면서다.

한은과 KDI가 통화정책 문제로 이견을 나타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KDI는 2014년 이후 줄곧 디플레이션(경기침체에 따른 물가하락) 우려를 제기하면서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과 한은의 금리인하를 주문했다.

2015년에는 “금리를 1~2번 더 인하해야 3% 성장을 달성할 수 있다”고 했다. 작년에는 “기업 구조조정 충격을 줄일 수 있다”는 논리로 완화적 통화정책을 주문했다. 공교롭게도 한은은 KDI의 권구 직후인 2015년 6월(1.75%→1.50%), 2016년 6월(1.50%→1.25%)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내렸다.

한은과 KDI는 전통적인 라이벌 관계다. 기관의 성격도 그렇고 좋은 연구인력들이 모인 엘리트기관이라는 점에서도 그렇다. 한은에 KDI 출신 인사들의 침투가 가속화된 것은 김중수 총재 때부터였다. 김중수 전 총재는 2010년 4월부터 2014년 3월까지 한은 총재를 역임했다. KDI 원장을 거쳐 이명박 정권의 경제수석을 역임한 뒤 한은 총재로 왔던 것이다.

최근엔 한국은행의 '두뇌'인 금융통화위원회에 KDI를 거친 인사들이 많이 포진해 있다. 이러다보니 호사가들 사이엔 금통위가 한은과 KDI 간 ‘이종교배(異種交配)‘의 산물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KDI 분석은 지난달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동결 ‘소수의견’을 낸 조동철 금통위원의 경기 판단과 맥이 닿는다는 평가도 나온다. 조 위원은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 성향으로 통화정책 결정에서 물가를 중시한다. 조 위원은 지난해 5월 금통위원 임명되기 전까지 KDI 수석이코노미스트로 거시경제 전망을 총괄했다.

일각에선 정부의 경기 판단의 구심점이 되는 KDI 권고를 한은이 마냥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한은은 금리를 그대로 유지하거나 내릴 경우 3%대 성장세에서 금융완화 효과가 커져 가계부채 등 금융불균형 문제를 악화시킬 수도 있다.

문제는 금리인하와 같은 민감한 문제를 놓고 “더 빨리 내리라”는 지적과, 금리인상기에 “천천히 올리라”는 주문이 시장에 자칫 큰 혼란을 주거나 정부정책 집행에 앞서 관계기관 간에 엇박자를 낼 수 있다는 점이다. 두 기관 모두 정책 방향은 비슷하지만 발표시기와 맞물려 시장과 국민들에게 주는 의미가 는 남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번에 KDI는 “(인상보다) 오히려 인하 여지가 있다”며 한은 정책방향과 정반대 의견도 밝혔다.

정부에 경제구조 개혁을 요청하며 적극 정책 훈수를 두고 있는 한은은 중앙은행으로서 고학력자 증가, 경직된 노동 관련 제도 등 노동시장의 공급 측면을 문제 삼은 반면, 대표적인 국책연구기관인 KDI는 양질의 일자리 부족, 임금 양극화 등 수요 측면의 문제점을 부각하고 나선 점이 눈길을 끈다

올 연말부터 미국의 금리인상이 가시화하면 한국은 직격탄으로 영향을 받는다. 한은과 KDI는 서로가 견제와 균형을 통해 상호 보완 및 발전 관계를 유지해야 할 대표적인 기관이다. 이들 두뇌집단이 혹시라도 “내가 최고”라며 소모적인 자존심 대결을 하거나, 청와대나 정부부처의 영향아래 정치적인 뉘앙스를 가진 발표를 한다면 곤란한 일이다.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가는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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