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이동준 기자] 내년부터 과세표준 3000억원 초과 초대기업에 25%의 법인세율이 적용된다. 법인세율이 다시 오른 것은 1988년(30→34%) 이후 29년 만이다.
국회는 5일 본회의를 열고 과세표준 3000억원을 초과하는 초대기업에 대한 과세구간을 신설, 현행 최고세율인 22%를 25%까지 끌어올리는 내용이 담긴 법인세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로써 법인세 최고세율은 이명박 정부의 감세 정책 이전으로 회귀했다.이에 따라 내년부터 법인세 납부 상위 10대 기업이 추가로 부담해야 할 금액은 1조3,000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앞서 정부는 과세표준 2000억원 초과 대기업에 대한 과세구간을 신설해 현행 최고세율인 22%를 25%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었지만 여야 협상 단계에서 기준이 3000억원으로 상향 조정됐다.따라서 법인세 과표구간은 Δ0원~2억원 미만(10%) Δ2억원~200억원 미만(20%) Δ200억원~3000억원 미만(22%) Δ3000억원 초과(25%) 등 네 단계로 나뉘게 된다.
다만, 최고세율 적용 기준이 상향 조정되면서 정부기 기대했던 세수증대효과는 감소할 전망이다. 기준이 상향 조정되면서 최고세율을 적용받는 기업이 당초 129개에서 77개로 줄게된 탓이다.
아울러 이는 전체 64만5000개 기업의 0.01%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법인세 최고세율 적용 구간 조정으로 정부가 거둬들인 세수증대효과는 당초 연간 2조6000억원에서 2조3000억원으로 3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한편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법인세 최고 명목세율을 3%포인트 인상하는 법안이 통과함에 따라 내년부터 법인세 납부 상위 10대 기업이 추가로 부담해야 할 금액은 1조3,000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추산됐다. 삼성전자가 더 내야 할 세금도 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법인세 인상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상쇄하기 위해 정부가 ▦준(準)조세 부담 감축 ▦규제 합리화 등 기업 경영환경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 3월 ‘2017 경제ㆍ재정수첩’에서 각 기업의 재무제표와 신용평가업체 나이스평가정보의 자료 등을 토대로 상위 10대 기업이 2015년 납부한 법인세(총 10조5,759억원)를 추정했다. 한국일보가 5일 이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법인세 최고세율을 25%로 인상하면 10대 기업의 법인세는 총 1조3,378억원이 늘어난다. 이는 연구ㆍ개발(R&D) 세액공제, 외국납부세액공제 등 각종 공제ㆍ감면액이 없다고 가정하고 각 기업의 납부 법인세(추정치)를 토대로 과세표준을 단순 추정한 뒤 최고세율 인상을 적용해 산출한 것이다.
세금 부담이 가장 많이 늘어나는 기업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2015년 총 3조2,167억원의 법인세를 납부(추정)했는데 최고세율이 3%포인트 오르면 법인세 부담액도 4,253억원 증가하게 된다. 현대차(1,803억원) 한국전력(1,565억원) SK하이닉스(1,234억원) 한국수력원자력(1,125억원) 등도 1,000억원대 이상의 추가 세부담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더구나 내년부터 R&D 및 설비투자 세액공제가 축소되는 것을 감안하면 상위 대기업의 실제 세 부담은 더 커질 수도 있다. 정부는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에 따른 추가 세수효과를 연간 2조3,000억원(77곳)로 예상하고 있다.
법인세 인상의 경제적 여파에 대해선 전문가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선 세계적인 법인세 인하 흐름 속 ‘나홀로 인상’이 기업들의 ‘한국 탈출’ 현상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가 나온다. 최근 미국에선 법인세 최고세율을 2019년부터 35%에서 20%로 낮추는 내용의 세제 개편안이 상원을 통과했다. 일본도 29.97%인 법인세 최고세율을 20%까지 인하할 방침이다.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에 따른 기업의 세 부담 증가는 명백하다. 다만 늘어난 세 부담 때문에 기업이 한국을 떠나는 극단적인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서울시립대 김우철 세무학과 교수는 “실효세율이 낮은 편이었던 일부 대기업에 대한 제한적 증세이기 때문에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소수 대기업에 부가 집중되는 현 상황에 정부가 던지는 상징적 메시지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