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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新관치수법'? 최종구 ‘쿡' 찌르자 황영기 '윽' 귀거래사
文정부 '新관치수법'? 최종구 ‘쿡' 찌르자 황영기 '윽' 귀거래사
  • 박미연 기자
  • 승인 2017.12.05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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崔 "재벌社 출신, 그룹도움으로 회장선임 안 돼” 발언후 黃 사퇴..금융권 "관치가 책임지지 않고 간섭”
연임이 확실시됐던 황영기 금투협회장이 돌연 불출마 선언을 하고 퇴진하기로 했다.

[금융소비자뉴스 박미연 기자] '팍' 하고 책상을 치니 '윽' 하고 사람이 쓰러졌다.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다. 지난 1987년 박종철 군 물고문 치사사건 때 이를 처음 발표한 치안본부장이 '팍' 치니 '윽' 하고 쓰러졌다는 말도 안되는 발표를 했다가 결국 경찰의 물고문 치사로 밝혀진 일이 상기된다.

연임이 확실시됐던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이 돌연 불출마 선언을 하고 퇴진하기로 했다. 황 회장은 4일 금융투자협회 내부 게시판을 통해 이번 협회장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날 기자들과 만나서도 “오는 2018년 2월4일을 끝으로 재선을 포기한다”며 “제가 살아온 과정과 이 정부를 끌고 가시는 분들의 결이 다르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 말해 현 정부와 갈등이 있음을 암시했다.

금융권, "관치(官治)가 ‘넛지(nudge) 관치’ 형태의 지능적인 '신(新)관치 금융'으로 진화했다"

황 회장이 이날 돌연 불출마를 선언하자 금융권에서는 관치(官治)가 ‘넛지(nudge) 관치’ 형태의 지능적인 '신(新)관치 금융'으로 진화했다는 이야기가 즉각 흘러나왔다. 넛지는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라는 뜻의 영어 단어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리처드 세일러 시카고대 교수가 내세운 개념이다. 당국이 과거와 같은 밀어붙이기식 관치를 포기한 대신 옆구리를 찔러 인사에 개입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는 것이다.

실제 재선이 유력했던 황 협회장이 갑작스럽게 연임을 포기한 배경에는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인사 ‘가이드라인’이 있다는 게 금융권의 해석이다. 최 위원장은 지난 달 29일 “대기업 그룹에 속한 회원사 출신이 그룹의 도움을 받아 회장에 선임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금융 유관협회 중 대기업 출신 민간 인사가 수장인 곳은 생명보험협회(이수창 회장)와 금투협밖에 없다. 이 가운데 연임이 거론된 곳은 금투협뿐이다. 이에 사실상 황 회장을 끌어내리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최 위원장이 민간협회장을 특정하는 듯한 발언을 해 놀랐다”며 “관치가 책임은 지지 않으면서 간섭은 하고 싶어하는 새로운 유형으로 바뀌는 것 같다”고 말했다.

초대형 투자은행(IB) 등 금융투자 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며 ‘검투사(gladiator)’로 불린 황 회장은 사실상 연임이 유력시됐다. 하지만 황 회장은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회원사도 많다는 점을 확인해 연임을 포기했다”며 “특히 시대적 분위기와 맞아야 하는데 (현 정부의) 정책을 보면 제 생각과 다른 경우가 있고 건의를 해도 잘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고 그간의 섭섭함을 표현했다.

황 회장은 지난 1일 국회의 자본시장법 개정안 통과가 무척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자본시장법 통과로 증권사의 기업신용한도가 200%까지 늘어났다”며 “나쁜 짓도 아니고 (부작용에 대한) 여러 통제장치가 있는데도 고생했다”고 말했다.

황영기 회장, “내가 척결-사형 대상 아니지만 환영 못받는 ‘페르소나 논 그라타’ 같았다" 회고

그는 “외교용어로 내가 척결 대상이나 사형 대상은 아니지만 환영받지 못하는 ‘페르소나 논 그라타(Persona non Grata)’ 같았다”며 “제가 살아온 과정과 이 정부를 끌고 가시는 분들의 결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혀 재임을 포기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금융권 인사는 아니지만 김인호 전 무역협회장 역시 지난 10월 임기 4개월을 남기고 물러나면서 “정부가 사임을 희망하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밝힌 바 있다.금융권에서는 앞으로 주요 은행 최고경영자(CEO) 인사에서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미리 제시하고 여기에 맞지 않는 인물이 오면 옆구리를 쿡 찔러 자리를 포기하게 만드는 ‘넛지식 신(新)관치금융’이 성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최근 은행연합회장과 생명보험협회장 인선 과정에서 당국의 넛지 가이드라인이 상당한 힘을 발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종구 위원장이 10월 국감에서 “올드보이의 귀환을 막기 위해 대통령에게 직언도 불사하라”는 의원 요구에 “그럴 우려가 있다면 그렇게 하겠다”고 발언한 뒤 각 협회 임원추천위원회에서 올드보이들을 미는 세력의 힘이 많이 죽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공교롭게도 은행연합회와 생보협회장은 모두 당초 유력하게 언급됐던 관 출신 올드보이 대신 민간 출신 회장들이 차지했다. 금융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그렇지 않아도 ‘외풍’이 많은 금융권에 당국마저 지능적으로 교묘한 개입에 나서는 바람에 내실을 다질 틈이 없다”고 지적했다.

황 회장, 2004년 우리금융지주 회장 선임...‘토종은행론’등 화두 선점하며 ‘검투사’로 불려

황 회장은 이전 금융투자협회장들이 금융권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한 것과 달리 1975년 삼성물산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영국 런던대 정경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마친 뒤 30대 초중반을 뱅커스 트러스트은행 서울지점과 동경지점에서 보내며 국제금융감각을 익혔다.

삼성그룹에 복귀한 이후에는 회장 비서실 국제금융팀장과 삼성전자 자금팀장(상무)을 역임하며 그룹내 최고 금융전문가로 꼽힌 인물이다. 황 회장이 금융가에 본격 이름을 알리게 된 것은 2004년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에 선임되고부터다. 당시 치열한 은행권 영토 확장 과정에서 ‘토종은행론’, ‘맏형론’ 등의 화두를 선점하며 ‘검투사’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금융투자협회장 선거 당시에는 다른 후보자들에 비해 증권업계 경력이 짧은 것이 핸디캡으로 작용하기도 했으나 업계의 예상을 뒤엎고 1차 투표에서 과반이 넘는 득표를 하는 저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소신이 강한 인물로 당국과 마찰도 불사하는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증권업계를 대변할 수 있다는 표심이 작용한 덕분이었다.

황 회장의 임기는 내년 2월까지다. 협회장 후보 공모는 이달, 선거는 1월 말께 치러질 예정이다.황 회장이 연임을 포기함에 따라 금융투자협회장 선거는 새로운 후보자들이 경쟁에 나서게 됐다. 금투협은 차기 협회장은 공모와 선정 일정을 조만간 결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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