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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탈적 금융'과 한국 금융소비자들
'약탈적 금융'과 한국 금융소비자들
  • 박미연 기자
  • 승인 2017.11.27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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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은행대출금리 적용..일방적 횡포로 소비자들만 '골탕'

[금융소비자뉴스 박미연 기자] 과거 은행에 가서 대출을 받으면 으레 적금을 들라고 하거나 신용카드에 가입하라고 권고한다. 말이 좋아서 권고이지 사실은 강요다. 어떤 불이익을 받을지 모르는 서민들은 은행 앞에서 알아서 기는 것이 관례였다.

지금은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 은행말고도 인터넷전문은행이란게 생겼다. 은행창구에 가지 않더라도 인터넷으로 금리를 비교해 가며 돈을 빌린다. 세상이 좋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은 시기상조다. 인터넷전문은행같은 모바일뱅킹도 우리나라에서는 걸음마단계이기 때문이다.

지난 2년6개월 동안이나 은행 대출금리가 잘못 적용됐던 사실이 감사원이 금융위원회의 가계부채 정책 감사를 하면서 뒤늦게 드러났다. 금융감독당국이나 은행연합회, 해당 은행까지 모두 모른 채 소비자들이 2년 넘게 더 많은 이자를 부담했다는 점은 금융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유감표명을 넘어서 원통한 일이다.

이 뿐 만이 아니다. 도대체 우리나라의 금융감독원은 무엇을 하는 조직인지를 알 수가 없다.최근 채용비리로 금감원의 존재이유조차도 의심받을 정도로 금융감독당국의 신뢰가 땅에 떨어져 있다. 그래서인지 ‘감독소홀’이라는 지적을 하기도 싫어진다. 채용비리로 온통 어수선하데 감독인들 제대로 하기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한 요구가 아닐까 싶다.

이번 공시 오류는 KEB하나은행 직원이 일부 정기예금 금리를 실제보다 높게 잘못 입력하면서 벌어졌다. 한 곳에서 수치를 높게 입력하는 바람에 전체적으로 코픽스 금리가 인상됐고, 2015년 5월16일부터 6월15일 한 달간 신규대출, 만기연장 등을 한 약 37만명이 총 12억원 정도 과다한 이자를 내는 결과가 초래됐다.

물론 직원 실수가 가장 크지만 2년6개월 동안 어느 기관도 이를 점검하지 않은 채 몰랐다는 사실은 금리 산정·감독 체계에 구조적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 앞서 확인된 금리 산정 잘못도 두 차례 있다.이번 사고도 228개 항목에서 벌어졌다. 금융위나 금융감독원은 2012년과 2015년 두 차례 금리 오류 사건을 겪고서도 아무런 관리 감독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 바로 큰 문제점이다.

이제 금융소비자들은 그동안 산정한 금리 자체를 믿기 어렵게 됐다는 반응이다. 담보대출 금리 산정 시 기준이 되는 코픽스 금리가 잘못됐다는 건 매우 크고 중요한 문제다. 그나마 이를 찾아낸 쪽도 감사원이다. 현재 금융위의 가계부채 정책 감사를 진행하는 감사원이 과거 코픽스 오류 사태를 기억하고 집중 감사하면서 알아냈다.

만일 감사원이 아니었다면 37만명이 까맣게 모른 채 이자를 더 낼 수 밖에 없었다. 시중은행이 한국은행에 제출하는 금리와 연합회에 보고한 금리를 일일이 맞춰보다가 틀린 점이 드러났다. 감사원 당국자는 “아직 감사가 진행 중이지만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시급하다고 판단해 선조치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말이 있다. 앞으로 이 관련자료를 은행이나 연합회가 자체 점검하고 또 중복 점검할 수 있는 체계를 꼼꼼히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코픽스 오류를 금감원이 아닌 감사원에서 적발한 것은 대단히 이해하기 어렵다. 금융당국은 2년6개월 동안 전혀 모르고 있었다. 공시시스템에 근본 대책을 세워야 할 시점이다.

보통 일반인들은 현재 은행의 이자 시스템이 어떻게 운용되는지 잘 알지 못한다. 은행이 이자를 내라면 내고, 갚으라면 갚을 정도로 소비자들은 순진하다. 말도 안되는 폭리를 얼마나 은행이 취하는 것인지도 모른 채 살고 있다. 그러나 이런 무지막지한 이익의 편취는 선진금융시장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은행의 일방적인 횡포로 소비자인 고객들은 막대한 손해를 입고도 항의 한번 제대로 못하고 살아간다. 불쌍한 금융소비자들을 등치는 은행들의 자세야 말로 악질적인 관행, 나아가 약탈적 금융의 산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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