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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도는 부채관리 정책..가계빚 1400조 시대 현실화
겉도는 부채관리 정책..가계빚 1400조 시대 현실화
  • 박미연 기자
  • 승인 2017.11.23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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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연말 금리인상 가능성 높아져..한국경제 '뇌관' 가계부채 딜레마

[금융소비자뉴스 박미연 기자] 정부의 가계부채 정책이 겉돌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잇단 대책 발표에도 '시한폭탄'과 같은 가계빚 1400조 시대가 현실화한 탓이다. 더욱이 올 연말이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우리 경제를 짓누르는 가계부채의 중압감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22일 한은에 따르면 지난 2015년 1200조원대에 올라선 가계빚은 매년 100조원 넘게 급증하면서 급기야 올 3분기 140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 7~9월 가계신용 잔액은 1419조1000억원으로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분기(1387조9000억원)보다 31조2000억원(2.2%) 늘었고, 지난해 9월 이후 1년 새 122조7000억원(9.5%) 증가한 것이다.

정부의 잇단 부동산·가계대출 관리 대책에도 3분기 가계빚이 늘어난 것은 주택매매거래 및 입주물량 등에 따라 집단대출 등 주담대가 계속 확대됐기 때문이다.은행·제2금융권 주담대는 3분기 9조9000억원 증가했다. 국토교통부 자료를 보면 전국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1분기 12만6992가구, 2분기 16만4642가구, 3분기 18만4858가구로 점점 늘어났다.

韓 가계부채 비중 외국보다 높아..GDP 대비 비율 91%로 OECD 평균치보다 20.6%p 월등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해외 주요국과 비교해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한은이 지난 2015년말 자금순환 통계를 기준으로 분석한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1%로 OECD 평균치(70.4%)보다 20.6%p 높았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올 2분기 기준 155%로 매분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가계빚이 1400조원을 넘어섰다고 해서 당장 금융시스템 충격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위기감이 큰 이유는 본격적인 금리인상기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기 떄문이다.

사실상 올해 3% 성장은 무난할 것이라는 전망을 바탕으로 경기회복세가 견조해진 것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많다. 지난달 19일 기준금리를 동결한 금통위 회의에서 금통위원 3명이 금리인상에 동의하면서 한은의 금리인상 신호는 강해진 모습이다.

미국의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에 한은의 시그널까지 더해져 시장금리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고정형 주택담보대출의 조달금리가 되는 금융채(AAA) 5년물 금리는 21일 기준 2.355%로 한 달 전(10월20일 2.299%)보다 0.056%p 올랐다.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도 지난달 연 1.62%로 전월보다 0.1%p 상승했다. 정부의 제동이 없는 한 대출금리 오름세는 계속될 수 밖에 없다.

금리가 오르면 빚을 낸 가계의 이자 부담은 크게 높아진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분석한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가계 재무건전성'에 대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금융부채를 지닌 가구당 이자비용이 308만원인 점을 기준으로 대출금리가 1%p 오르면 이자부담은 364만원으로 56만원 더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3%p 상승하면 168만원 늘어 476만원까지 뛰었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가계빚 규모가 커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증가 속도가 경제성장률보다 빠르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3분기 증가폭은 1분기(16조6000억원), 2분기(28조8000억원)보다 크다. 올 3분기까지의 가계 빚 증가율은 지난해 말 대비 5.7% 수준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이 3분기 9.5%로, 2015년 2분기(9.5%) 이후 아홉 분기 만에 한자릿수로 내려왔다는 점이다. 그동안은 10∼11% 행진을 이어왔다.

문제는 가계부채 질 악화..신용대출 등 기타대출 3분기에 7조로 2006년 이후 최대 

그러나 문제는 부채의 질이 나빠지고 있다는 점이다.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이 3분기에 7조원 늘면서 2006년 통계 집계 이후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또 가계대출 가운데 저축은행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과 카드사 등 기타금융기관 대출이 절반 이상(51.7%)을 차지한다. 이들 대출 이자는 은행보다 훨씬 크다.

또 저소득·저신용·다중채무자의 경우 높아진 이자부담으로 아예 빚을 갚기 어려워질 수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 1343조원중 이미 상환 불가능한 부채 100조원을 제외하고, 부실 위험이 높은 부채를 94조원으로 추정한 바 있다. 가계부채가 부실화되면 내수 부진 등 경제 전반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수 있다.

가계빚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면서 정부가 나서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한도를 강화하는 등 각종 규제 대책을 내놓았지만, 아직까지는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기존에 승인된 집단대출을 중심으로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는 계속되고 있고, 비교적 규제를 덜 받는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으로 신용대출 증가세는 되레 사상 최대폭으로 늘었다.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의 금리인상으로 시장금리가 올라가면 정부의 각종 대출 규제책과 맞물려 가계빚 증가세는 한 풀 꺾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한다. 하지만 빚을 짊어진 가계는 더 높은 이자를 부담해야 할 처지에 놓인다. 결국 가계의 살림살이는 더욱 팍팍해지고, 저신용·저소득층 등 취약차주 부채의 부실화 우려가 한층 높아질 것으로 우려된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LTV, DTI 규제 강화, 신(新)DTI 도입 등은 대출 공급 억제책으로 그 효과가 기대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며 "근본적으로 가계부채 증가세를 낮추려면 가계가 얼마나 대출을 늘리고, 왜 대출을 받는지 수요 분석을 바탕으로 수요 자체를 줄이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경제학부)는 “외환위기 때 기업의 부채 비율이 높아 위험했던 것처럼 현재 가계도 재무 건전성이 매우 취약해진 상황”이라며 “단기적으로는 부동산대출 등 규제를 강화해 돈이 몰리는 것을 막고, 근본적으로는 자금이 가계가 아닌 기업, 중소기업, 벤처 부문으로 흘러들어갈 수 있는 순환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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