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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반년, 미래가 안 보인다
문재인 정부 반년, 미래가 안 보인다
  • 이도선
  • 승인 2017.11.12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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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잡은 사람들 스스로 적폐를 만들지 않는게 적폐청산 지름길

[이도선칼럼] 문재인 정부 반년, 미래가 안 보인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 반년을 맞았다. 헌정 사상 초유의 현역 대통령 탄핵에 따른 보궐선거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나라다운 나라’를 기치로 내걸었다. 앞서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을 빌미잡은 촛불 시위, 그리고 뒤이은 탄핵 정국과 대선에서도 문 대통령은 이 구호를 아주 효과적으로 활용했다.

국정 농단 사건의 결정적 단초였던 태블릿 PC 조작설이 유력하게 대두되면서 탄핵의 정당성이 재조명되는 건 별개 문제로 쳐도 과연 대한민국이 나라다운 나라로 변했는지는 의문이다. 반년 동안 국민이 들은 건 안보 위기와 적폐 청산 타령뿐이다. 안보의 초석인 한미 동맹 전선에 툭하면 먹구름을 일으키며 혼란을 자초하긴 했지만 북에서 미사일과 핵을 쏴 대며 국제적 위기를 조성한 죄과가 워낙 크므로 안보 불안을 문재인 정부 탓으로만 돌리긴 어렵다.

적폐 청산은 얘기가 다르다. 우리 사회의 고질적 병폐나 어떤 사건을 파헤치다 드러난 심각한 폐해를 바로잡고자 관계자들을 의법처리하고 근본 해결책을 내놓는 적폐 청산이라면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지금처럼 부처마다 적폐청산위원회을 꾸리고 조자룡 헌 칼 휘두르듯 전 정권을 몰아친대서야 제대로 된 적폐 청산이라 할 수 없다. 모름지기 적폐 청산은 제도와 의식 개혁이 전제돼야 한다. 단순히 정권 대 정권 차원이라면 적폐 청산을 빙자한 정치 보복의 악순환이 되풀이될 뿐이다.

적폐 청산은 추진 주체가 깨끗하고 당당하지 않으면 ‘내로남불’이란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아직도 문재인 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는 인사 참사에 주목하는 것도 그래서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병역 면탈, 논문 표절, 위장 전입 등 5대 비리 연루자의 고위 공직 배제를 선언했다. 국회 인사청문회로 곤욕을 치르지 않은 정권이 전무한 실정에서 꽤 솔깃한 공약이었다. ‘인사가 만사라고 했으니 이제야 나라다운 나라가 되나 보다’ 하는 기대들을 품음 직도 했다.

하지만 기대는 금세 실망으로 변했다. 문 대통령이 집권 첫날 몸소 발표한 국무총리 인선부터 5대 비리 배제 원칙과 거리가 멀었다. 후보자 스스로 “참담하다”고 고백한 끝에 가까스로 일인지하만인지상(一人之下萬人之上)에 올랐지만 뒤이어 발탁된 부총리와 장관 등도 더하면 더했지 나을 게 없다. 경제부총리와 동료 국회의원들의 온정주의 덕을 톡톡히 본 몇몇 의원 겸직자를 빼면 하나같이 비리투성이라 ‘비리 3관왕’ ‘비리 전관왕’ 같은 불명예 딱지가 붙었다. 급기야 청문회 문턱을 못 넘는 이도 속출하면서 도덕적 우월성을 전가의 보도처럼 자랑하던 진보의 허접한 진면목이 여지없이 까발려졌다. 인사청문회를 안 거치는 청와대 비서진은 전향한 적이 없는 주사파들이 장악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반년이 지나도록 별다른 성과 없이 곳곳에서 파열음만 일으킨 정책 혼선도 문제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 재원 없는 공무원 증원과 비정규직 전원 정규직화,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공사 중단과 재개 소동에 이은 탈(脫)원전 등등. 정책의 옳고 그름을 떠나 앞뒤 재지 않는 아마추어식 추진 방식이 화근이다. ‘소득 주도 성장’을 뒷받침한다며 최저임금을 한꺼번에 왕창 올리면 많은 기업이 외국으로 내몰리고 자영업자들은 인력 축소에 나서므로 일자리가 외려 줄어드는 간단한 산술도 못하고 밀어붙였다. 사태의 심각성을 뒤늦게 깨닫고 대책이라고 내놓은 게 내년에만 혈세 3조 원을 퍼붓는 미봉책이니 “이게 정부냐?”는 비아냥을 들어도 싸다.

문재인 정부는 이제 어떤 정부로 자리매김할지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10년 전 ‘폐족’으로 되돌아갈 것인가, 아니면 성공한 진보 정권으로 우뚝 설 것인가. 후자를 원한다면 중국 홍위병의 광란을 연상시키는 적폐 청산부터 때려치워야 한다. 인사 참사와 정책 혼선이 자심한 터에 누구를 심판하고 말고 한단 말인가. 전임자를 현직에서 끌어내 교도소에 처넣고도 모자라 전전임자까지 옭아매려고 용쓰는 꼴이 딱하기 그지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살하자 검찰의 혐의 사실 중계방송이 그를 사지로 몰았다며 분노한 그들이 막상 정권을 잡더니 되는 것 안 되는 것 마구 터뜨리며 한술 더 뜨는 것도 볼썽사납다. 오죽하면 제3자 격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이전 정권을 때려잡느라 정신이 없다. 복수하려고 정권 잡았나”라고 힐난했을까.

정부 출범 반년도 안 돼 청와대 정무수석의 비리 의혹이 불거지자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의 원조 적폐와 문재인 정부의 신(新) 적폐도 함께 청산하자는 야당의 역공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그러나 신구 적폐 대결 구도는 국익에 아무 도움도 안 된다. 정권을 잡은 사람들 스스로 적폐를 만들지 않는 게 적폐 청산의 지름길이다. 전 정권의 실패를 부각시키느라 헛심 쓸 게 아니라 미흡한 점을 보완해 성공한 정책으로 만드는 게 나라 살리는 진정한 적폐 청산이다. 과거만 들이파느라 국민의 입에서 “미래가 안 보인다”는 말이 더 이상 나오게 해선 안 된다.

#이 칼럼은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의 '선사연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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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이도선( yds29100@gmail.com )

언론인,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 편집위원, 운영위원
(전) 백석대학교 초빙교수
(전) 연합뉴스 동북아센터 상무이사

(전) 연합뉴스 논설실장
(전) 연합뉴스 경제부장, 워싱턴특파원(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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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kf 2017-11-12 18:06:55
동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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