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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소비자연맹 이성구 회장 인터뷰
금융소비자연맹 이성구 회장 인터뷰
  • 금융팀 기자
  • 승인 2012.05.08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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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에 금융소비자의 의견반영하는 채널 필요"

 

저축은행 부실 운영으로 인한 영업정지 사태 등 최근 불거진 각종 금융사고로 인해 금융소비자 보호에 대한 문제가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금융당국의 관리감독 실정에 대한 불신과 우려가 지속되는 가운데 금융소비자보호기능 강화에 역점을 둔 금융소비자보호원 설립이 추진되고 있는 요즘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해 앞장서고 있는 금융소비자연맹 이성구 회장을 만났다.

 -최근 금융권이 하루가 멀다 하고 시끄럽다. 금융소비자의 권익을 위해 일하는 입장으로서 일련의 사건들을 어떻게 보나.

과거 중소기업에 엄청난 피해를 준 키코 사태, 그리고 현대캐피탈의 175만명 정보누출 사건과 190조의 자산을 보유한 농협의 전산망 사태, 은행 등 금융사의 주택담보대출 시 각종 수수료 부담의 소비자전가 문제, 각종 저축은행의 부실화에 따른 영업정지 등은 금융사의 도덕불감증과 감독당국의 관리부실을 노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피해는 고스란히 금융 소비자들의 부담이 되는 구조가 문제다.

특히 저축은행과 감독당국 사이의 부도덕한 거래와 관행이 드러나면서 더 이상 금융당국을 신뢰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 수많은 문제점과 비리가 드러나면서 정부에서는 관리감독기구의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정부외 외부 인원으로만 구성된 TF팀을 구성하기에 이른 실정일 정도다.

-우리 금융권에서 잇따라 초유의 금융사고가 발생한 원인을 든다면.

우선은 금융소비자 정보를 너무 허술하게, 쉽게 생각하는 금융회사가 많지 않았나 하는 점이다. 고객정보가 ‘기업자산중이 최고의 가치’라는 의식만 있어도 고객정보의 관리, 보안문제 측면의 문제는 많은 부분 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아쉬운 것은 기업이나 금융소비자 모두 정보유출에 대한 우려는 있어도 그에 비례한 실질적 조치나 행동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있다. 이제 금융소비자도 자신의 정보가 어떻게 관리되고 통제되고 있는지를 관심을 가져야 하고 자신들의 권리를 찾기 위한 실질적 관심과 실천이 중요하다.

또 기업도 이제 해킹은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기업책임이라는 의식으로 보안시스템을 관리해야 한다. 제도적으로는 소비자의 권익이 확보되도록 입증책임이나 손해배상 청구가 쉽게 이루어지도록 개선돼야 할 필요가 있다.

-일련의 사건들에 대한 징계는 ‘솜방망이’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효과적인 징계방법이나 해법, 재발 방지법 등은 어떤 것이 있나.

가장 좋은 징계방법이나 재발 방지법은 정보 관리 부실로 인한 소비자피해에 대해 기업들이 철저하게 책임지도록 하는 것이다. 이미 말씀드린 것처럼 관리를 충실하게 했는지 여부에 대한 입증책임을 기업이 지도록 하고 소비자들이 손해배상 청구 등을 쉽게 할 수 있게 하면 기업들은 책임을 질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기업들이 관련 정보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수단을 더 많이 소유하고 있으므로 입증책임이나 피해에 대한 책임 부담도 더 커져야 한다. 아울러 금융상품에도 제조물책임법이나 일본의 금융상품판매법 같은 법이 제정된다면 소비자 피해의 보상이 훨씬 용이하게 될 것이고 기업들의 책임 의식도 높아 질 것이다.

-각계각층에서 금융소비자정책과 금융감독체제에 대해 개편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현 금융소비자 정책을 평가하자면.

우리나라의 금융감독기구는 금융위원회가 법령과 감독규정 및 제재조치를 관장하고 금융감독원이 금융회사를 직접 검사하는 등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

금감원은 민원상담 및 처리, 소비자교육, 정보제공 등의 업무수행을 하고 있으며, 분쟁조정의 경우에도 분쟁조정위원회 회부 전에 신청사건을 직접조사 처리하거나 위원회의 조정결정에 대해서도 재의를 요청할 수 있다.

즉 금융 건전성 감독 업무와 사전적 금융소비자 보호 및 사후적 민원, 분쟁처리 업무가 금융감독원에 집중돼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금융감독기구가 직접 분쟁을 처리하는 것은 준사법적 성격을 갖는 분쟁해결의 기능을 수행하기에 부적합한 측면이 있다.

금융감독기구나 금융업 관련법령에 의해 금융소비자보호뿐만이 아니라 일반적인 소비자정책기관인 공정거래위원회나 한국소비자원 등 소비자보호 관련 법령에 의한 금융소비자보호도 가능하게 돼 있긴 하다.

금융위는 최근 금융소비자과를 신설 하는 등 기능별 규제를 위한 체제 개선을 추구하고 있다. 금감원도 지난 2009년 11월에 소비자보호 담당조직을 소비자보호서비스본부로 확대 개편하는 등 기능별 감독을 위한 체제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기본적으로 업권별로 감독을 하는 체제를 취하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금융소비자 보호 업무가 건전성 감독업무에 밀릴 가능성이 크다. 때로는 위험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금융상품의 판매를 장려하거나 금융사의 시장 진입을 제한하고 경쟁을 제한하는 형태로까지 나타날 우려가 되는 상황이다.

특히 금융감독기구는 금융회사의 분담금으로 운용되고 있고, 다수의 전직 감독기구 간부들이 금융회사에 취업하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감독기구가 금융소비자의 권익보호보다는 금융회사의 기득권을 보호하는데 더 적극적이라는 불신이 존재하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문제들로 인해 금융감독기구에 대한 금융소비자들의 신뢰는 높지 않은 편이다.

-그렇다면 현재  금융소비자 보호에는 한계가 있다고 보나.

실제 금융감독의 목적이 궁극적으로는 소비자보호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의 논의에서 소비자보호 문제는 논의의 핵심적 쟁점이 되지도 못했다. 소비자가 논의의 주된 당사자가 된 적도 없다. 이로 인해 쟁점은 주로 감독권한의 기관간 배분이나 통합 또는 중복 문제에 그치는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물론 앞서 밝혔듯 최근 들어 금융감독에서 소비자보호 문제를 중요하게 다뤄야 한다는데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고 있기는 하다. 국회나 정부에서도 상당한 관심이 제기되는 한편,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보호를 분리하는 문제 등이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금융감독에 있어서 소비자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소비자 거버넌스(구조) 문제, 즉 금융감독기구의 의사결정 과정에 소비자의 의견을 반영하는 채널을 마련하는 방안은 논의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이런 문제들에 대한 충분한 논의 없이 졸속한 기구 설립이나 법령 제·개정을 추진할 경우 금융소비자보호 보다는 이를 이용한 조직이나 권한의 확대로 그칠 우려도 있다.

- 향후 근본적인 금융 소비자 보호를 위한 바람직한 개선 방향을 제시한다면.

일단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보호를 분리해 생각하는 점은 금융감독의 특성을 고려해 상충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점에서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사실 건전성 감독도 궁극적으로는 소비자보호를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둘을 반드시 분리해서 볼 수만도 없다.

예컨대, 금융회사의 영업활동의 자유나 진입을 제한하는 목적이 건전성 유지를 위한 것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소비자보호를 위한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즉, 어디까지를 건전성 감독의 영역으로 보고 어디까지를 소비자보호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도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존재할 수 있어 기능별로 분리하는 경우 기관간의 권한 중복으로 인한 혼선이 발생할 수 있다.

또 금융소비자보호를 건전성 감독과 분리하더라도 금융사간 과당 경쟁을 막아 건전성을 유지하는 것이 소비자보호라는 시각에서 규제와 감독을 행하는 경우 인력과 조직이 늘어나 민원처리기간이 단축되는 정도의 효과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도리어 규제의 비용은 더욱 커질 수 있다.

따라서 별도기구 설립 자체보다는 어떤 거버넌스 체제를 가질 것인지가 중요하다. 우선은 금융감독원 내부에서라도 소비자 보호를 위한 감독의 독립성을 확보하고 건전성 감독과의 합리적 역할 분담과 규제 원칙을 정립해야 한다.

경쟁의 제한 혹은 금융거래의 위험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방식으로 건전성을 확보하거나 소비자의 알권리 혹은 선택권을 제한하는 규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원칙과 소비자 거버넌스를 토대로 별도의 금융소비자기구 설립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원래 보험 파트에 국한됐던 보험소비자연맹이 금소연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배경은 무엇인가. 향후 운영 방향과 계획을 말해 달라.

그 동안 보험소비자연맹의 활동이 보험 분야에 집중한 면도 있지만 과거에도 미흡한 가운데 금융전반을 다루려 노력했다. 금융소비자연맹으로 명칭 변경과 확대 개편하면서 보험뿐만 아니라 은행, 증권, 신용카드, 캐피털, 신용정보 등 금융전반의 금융소비자 권리를 증진시키고자 재출범하였다고 볼 수 있다.

과거 10여 년간의 활동을 기반으로 금융시장 및 금융정책에 소비자들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도록 해 주권을 확립하고 금융소비자들의 부당하게 권리를 침해당하는 일을 방지할 것이다. 아울러 소비자들에게 보다 나은 도움과 조언을 드릴 수 있도록 가일층 노력할 것이다.

금융소비자의 권리가 중요해지는 이시기에 저희 연맹은 금융기업과 소비자, 정책 당국간에 가교 역할, 금융전반의 소비자권리가 확보되는 활동을 하려 한다.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

 

이성구 회장은 ?

경기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 24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그간 국무총리실 규제개혁기획관,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부혁신규제개혁 TF전문위원,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민관합동규제개혁추진단장을 지냈다.

그는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정책국장을 지낸 금융, 소비자정책 전문가로 지난 3월 보험소비자연맹이 금융소비자연맹으로 새로이 출범하면서 신임 회장직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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