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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사장은 아무나 하나? 대통령도 못한다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사장은 아무나 하나? 대통령도 못한다
  • 권의종
  • 승인 2017.10.30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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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날로 거세지는 변혁 힘겹겠지만, 잘 극복해내면 경쟁력 제고의 기회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중소기업 사장들은 흔들리며 산다. 기업이 어려운 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갈수록 사장들이 느끼는 위기감이나 상실감은 크고 깊어진다. 겨우 잠자리에 든다 해도 숙면은 어렵다. 새벽녘에 혼자 깨어 온갖 상념에 잠긴다. 글로벌 경영환경이나 무한경쟁의 핵폭풍은 말할 것도 없고 디지털이니 인터넷이니 하는 ICT 광풍 등이 몰고 온 비즈니스 패러다임의 대변혁 앞에 점점 위축된다. 한숨과 푸념을 달고 산다.

중소기업을 해오면서 급변하는 사업 환경에 적응하려고 노심초사, 좌불안석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최근 들어 그 변화는 정도와 성격이 예전의 그것과도 판이하다. 상상조차 못해봤을 크고 빠른 변화 앞에서 갈피조차 잡기 어렵다. 기업을 어떻게 꾸려가고, 의사결정은 어떻게 내려야 할지 막막하고 초조하기 그지없다는 곡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온다. 솔직히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막막하기만 한다.

게다가 불황에도 신문지상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일부 대기업들과 금융기관들의 사상 최대 흑자실현 소식은 듣자니 속만 쓰리다. 스톡옵션, 보너스, 성과급, 고배당 등 그들만의 ‘돈 잔치’는 작은 기업을 하는 사장들에게 절망과 좌절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회사가 어려워 겪어야 하는 절대적 빈곤감은 운명이라 감내한다 치더라도, 대기업이나 거래 은행들의 풍요로움과 대비되는 상대적 허탈감은 견디기 힘들다. 이중의 박탈감 때문에 두 번 울게 된다.

대기업이 아니면 제대로 기업 대접도 받지 못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팽배하다. 젊은이들도 대기업이나 공기업으로 몰리고 중소기업 일자리는 거들떠보려 조차 않는다. 정부도 창업기업, 사회적기업에 지원은 늘리면서 기존 기업들에 대해서는 예전만도 훨씬 못한 대접이다. 평범하기 그지없는 대다수 중소기업인 들을 벼랑 끝까지 몰아갈 태세다. “아직도 중소기업을 하고 있냐”며 안쓰럽게 바라보는 주위 시선에는 무감각해진지 오래다. 당해보지 않고서는 헤아리기 힘든 심정이다.

절대적 빈곤감과 상대적 박탈감에.. 두 번 우는 중소기업 

그렇다고 방법은 따로 없다. 정면으로 맞닥뜨려서 돌파구를 찾는 수 밖에.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옛말처럼 호랑이의 눈과 소의 걸음으로 묵묵히 해결책을 찾아 나서야 한다. 만일 사업을 접고 부동산 투기나 주식투자 등으로 한눈을 판다면 패망을 재촉하는 길이다. 물고기가 물을 떠나서 살 수 없듯이, 청춘을 불사른 사업을 외면한 채 살아갈 자신도 솔직히 없다. 훌쩍 떠나면 만사 다 잊을 것 같지만 그렇게 해서 잘된 사람도, 마음 편해진 사람도 없다. 엄연한 중소기업인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사실 지금까지 기업인으로 살아온 건 오로지 자신만의 선택으로 보기 어렵다. 막스 베버는 직업은 하늘이 내려준 소명(召命)이라 단언했다. 감사한 마음으로 전열을 재정비해서 기업을 꾸려 가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다. 그간 활동 터전이 되어준 국가와 사회, 그리고 동고동락해온 종업원들을 생각해서라도 좌절이나 중도하차는 기업인이 취할 태도가 못된다. 기업이 어려울수록 다시금 기업관과 경영철학을 재정립, 몸과 마음을 새로이 가다듬어야 한다.

첫째, 중소기업은 여전히 경제의 중추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아무리 대기업들의 역할과 영향력이 커져도 다종다양한 수많은 중소기업은 여전히 산업의 기반이고 토대이다. 더욱이 수 백 개에 불과한 대기업이 350만이 넘는 중소기업이 수행하는 경제․사회적 역할을 감당할 수 없다.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이나 고루 잘돼야 경제, 국민생활, 의식주 등이 윤택해진다.

둘째, 새로운 환경에 부단히 적응해 나가야 한다. 그러다보면 활로는 저절로 트이게 된다. 변화는 기업에게 당장은 견디기 힘든 시련의 형태로 다가오지만, 나아가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기도 한다. 지구촌 시대를 맞아 미래를 내다보고 판단할 수 있는 거시적 안목을 기르고, 지식정보화 시대에 걸맞게 디지털․인터넷 기술을 기업에 잘 접목시켜 비용절감과 생산성 향상 등 혁신을 기해야 한다. 결국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 내면 기업의 비전은 성취된다.

하늘이 내린 소명.. 중소기업 사장, 아무나 하는 게 아냐

셋째, 열린 경영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대내외 경영환경의 흐름을 빈틈없이, 순발력 있게 감지하고 실천하는 추진력이 필수조건이다. 비전을 제시하고 조직, 업무, 인력을 디지털시대에 맞도록 패러다임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 그렇다고 단기간 내 지나친 변화를 시도하거나, 단번에 큰 성과를 거두려는 행위는 금물이다. ‘대박’노리다 소중히 가꾸어온 기업이 일거에 ‘쪽박’찰 수도 있다.

성공기업 신화의 주인공들을 살펴보면 처음부터 큰돈을 벌겠다고 사업에 나서지 않았다. 일 자체를 즐기며 창의력을 구체화하는데 열정을 바치다보니 돈은 부수적으로 따라온 격이다. 한국경제가 맨땅에서 ‘한강의 기적’을 일궈냈고, 대다수 중소기업 역시 맨손으로 창업해 오늘에 이르지 않았던가. 물론 모두 운이 아니라 노력의 산물이다.

돌이켜보면 지난날 기업 여건이 결코 오늘날보다 수월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지금보다 힘겹게 느껴지는 것은 그토록 왕성했던 기업의지가 무디어진 데에도 원인이 없지 않을 것이다. 날로 거세지는 변혁이 중소기업들에게 힘겨운 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를 잘 극복해내면 경쟁력을 한 차원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기회란 항상 오는 게 아니다. 특히 디지털 환경 하에서 성공을 위한 ‘기회의 창’은 잠깐 열렸다 금세 닫히고 만다는 진단이다. 한 번 지나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것이 세 가지가 있다. 시위를 떠난 화살, 입에서 나온 말, 그리고 잃어버린 기회가 그것이다. 그러나 묘하게도 위기는 기회를 수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위기가 올 때 이를 기회로 알아차리고 이를 붙잡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운명이 갈리게 된다. 국가적, 사회적으로 기업인의 존재와 역할이 새삼스레 중요하게 여겨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솔직히 말해서 중소기업 사장, 누구나 될 수도, 아무나 할 수도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재임 당시 전국중소기업인대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나도 한때 사업에 손댔다가 혼난 적이 있다.”고 말했다지 않는가.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 경영학박사/ 중소기업 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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