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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新) 관치금융과 청와대의 '방관'
신(新) 관치금융과 청와대의 '방관'
  • 정종석
  • 승인 2017.10.30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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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협회장에 ‘모피아'들 귀환..금융의 신탁통치 될 수도

[금융소비자뉴스 정종석 발행인] 1961년 5·16 쿠데타 후 군사정부는 ‘금융기관에 대한 임시조치법’의 제정과 ‘한국은행법’, ‘은행법’의 개정을 통해 금융을 완전히 행정부에 예속시킨다. 그 결과 금리 결정, 대출 배분, 예산과 인사 등 금융의 모든 역할에 간여한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국가 주도의 경제 성장을 거듭하면서 정부가 금융기관을 장악해 온 것이다.

이른바 관치금융의 시작이다. 정부가 금융을 지배하며 경제를 좌지우지한 것이다. 1980년대 이후 ‘금융기관에 대한 임시 조치법’이 폐지되고, 시중은행의 민영화가 이루어졌다. 하지만 감독권 등을 통해 여전히 정부가 깊숙이 개입한다. 본격적으로 관치금융에 대한 비판이 이루어진 것은 1997년 외환위기와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다.

외환위기로부터 시작된 경제위기는 금융시장의 혼란을 초래한다. 또한 정경유착에 의한 자의적인 금융정책과 간섭이 경제회생의 걸림돌로 지적되는 등 전면적인 금융개혁 요구가 나온다. 이에 정부는 은행 인사와 대출에 관련된 사항을 자율화하는 등 시장경제원리에 입각한 금융정책을 펴 관치금융의 폐해를 없애기로 한다.

한국, 관치금융에 관한 한 아직도 후진적.. 감독당국이 은행 대출금리 올리기에 제동

IMF 외환위기로부터 20년이 지났다. 국정 최고책임자만 해도 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5명이 바뀌었다. 10년이면 강산도 바뀐다는데 20년이 지났으니 강산이 두 번 쯤 바뀌었음직 하다. 그만큼 세상이 많이 변하고 있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도 있었고, 이어 들어선 문재인 정부에서도 각종 새로운 경제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관치금융에 관한 한 아직도 우리나라는 후진적인 모습을 면치 못하는 느낌이다. 금융감독당국이 은행의 대출금리 올리기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만 봐도 그렇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최근 은행 여신담당 부행장들을 불러 모아 “과도한 대출금리 인상을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박세춘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합리적 이유 없이 가산금리를 올리는 것은 큰 사회적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며 대출금리 산정체계를 점검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14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 전 방위적인 대출 압박에 나섰다. 금융위가 은행의 영업까지 개입한 배경은 이해가 된다. ‘8·2 부동산대책’에 이어 ‘10·24 가계부채 종합대책’으로 대출 돈줄이 바짝 죄어진 가운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까지 예고되면서 개인 대출자들 어려움이 커진 탓이다. 한은의 금리인상이 연내로 예상되면서 연 3~4%였던 주택담보대출이 5%대로 오른 곳도 이미 나왔다.

과다 채무자들의 이자부담을 덜어주겠다는 뜻을 나무랄 수는 없다. 문제는 가산금리든, 일반적 대출이자든 수요공급에 따른 ‘금융시장 원리’(돈값)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은행의 영업전략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관치금융의 부활이 아니냐는 지적을 면할 길이 없다. 물론 은행은 면허업이다. 아직도 금융회사라고 표현보다도 금융기관을 부르는 사람들이 많을 정도로 은행은 공공적인 특성을 지닌다.

또 IMF 사태 이후만 보더라도 금융회사가 잘못되면 서민들의 혈세나 다름이 없는 천문학적인 공적자금이 투입돼야 한다. 얼마 전 세계경제포럼 국가경쟁력에서 한국 순위가 수년째 지지부진한 것도 ‘금융시장 성숙도’(137개국 중 74위)와 ‘노동시장 효율성’(73위) 때문이었다. 세계적으로 다른 경제부문은 발전하는데 유독 금융부분만 뒤쳐지는 것은 관치금융의 잔재로 볼 수밖에 없다.

과거 관치금융 잔재-망령 한국금융 지배..각종 금융협회장에 '모피아 왕'들 대거 지원 

새 정부 들어 금융위는 ‘국제금융 경쟁력강화 태스크포스’도 가동했지만 발전방안을 어떻게 채울지 의문이다. 말로는 선진금융을 구현하겠다고 하지만 하는 행태를 보면 반대로 가고 있다. 정부가 시중은행들의 금리문제까지 시시콜콜 관리감독을 하는 나라는 진정한 금융선진국이 될 수가 없다. 이런 행태를 되풀이하는 한 선진금융은 헛구호일 수밖에 없다. 과거 관치금융의 잔재와 망령이 아직도 한국금융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후진적 관치금융의 사례를 보자. 문재인 정부 들어서 금융기관들의 이익단체인 각종 금융협회장에 20년 전 장관까지 관료들이 대거 몰려드는 현실을 무엇인가. 금융업계가 모피아(재무부와 금융위 출신 전직 관료출신)들의 전리품도 아닐 텐데 개발경제시대의 적폐인 ‘관치금융’태풍이 여전히 금융계를 휩쓸고 있는 느낌을 버릴 수가 없다. 과거 민간 금융계 인사들이 대부분을 차지하던 금융협회장을 대부분 모피아 ‘올드보이들’의 점령하기 시작한 때문이다.

차기 손해보험협회장에 전직 관료 출신이 내정된 것을 시작으로, 은행연합회와 생명보험협회 등도 모피아 출신 회장체제로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세월호 참사 이후 '관피아 낙하산' 논란이 불거지면서 대부분의 금융협회장에 민간출신 인사들이 기용된 바 있다. 하지만 새 정부 들어 모피아 군단이 대거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 굶주리던 맹수들이 오랫동안 배를 굶주리다가 모처럼 먹이감을 만난 것처럼 이리 저리 뛰어다니며 설치는 모습이 눈에 뜨인다.

아쉬운 것은 금융협회들의 ‘식민지’적 굴종 태도다. 과거 민간출신 협회장들의 대관능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금융협회들이 먼저 지명도가 있는 관료 출신이나 정치권 인사들을 받아들이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오랫동안 관치금융에 물든 사람들이 스스로 알아서 기는 비굴한 관존민비적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전직 관료들이 낙하산 인사로 대거 협회장을 차지한다면 금융권은 다시 모피아들의 놀이터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물론 각종 금융협회장에 다시 모피아출신들이 거론되는 것은 규제산업의 특성상 대관업무 등에서 지명도가 높은 관료 출신의 수요가 큰 때문이다. 금융협회는 금융위원회 등 당국과 금융정책을 조율하고 협의를 진행해야 하는 부문이 많은 만큼, 양쪽을 잘 조율할 수 있는 인물이 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협회는 업계의 이익을 최우선시 하는 만큼 자신들의 목소리를 정부에 전달할 수 있는 관료 출신 회장이 오길 바라고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와 집권세력의 어정쩡한 태도 문제..수수방관하는 새 금융후진국으로 회귀중

그러나 이는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처사나 다름이 없다. 민간 금융협회장에 다시 모피아들이 줄줄이 기용되면서 금융계의 고질적인 관치금융이 심화될 수 밖에 없다. 해방 후 우리나라는 신탁통치를 놓고 국민들이 크게 대립한 적이 있었다. 금융협회장에 모처럼 민간출신 인사들이 취임했다가 다시 모피아출신들을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간다면 이는 금융의 신탁통치나 다름이 없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청와대와 집권세력의 어정쩡한 태도다. 말로는 개혁과 민간자율을 외치면서도 금융당국에 로비나 하고 줄을 대서 금융권이 연명하려는 시도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구심이다. 금융협회장 등에 예전과 달리 청와대와 정부 쪽 의사가 명확하게 전달되지 않으면서 참여정부와 연이 있는 금융관료 출신 올드보이, 부산 출신 금융인들의 모임인 ‘부금회’나 대선 캠프 인사 등이 각개약진하면서 세몰이를 하고 있다.

정부가 은행권의 상품운용까지 감독, 간섭하는 가운데 모피아들이 금융협회장에 대거 취임을 시도하고 청와대는 이를 수수방관하는 사이에 관치금융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우리는 금융후진국으로 회귀하고 있다는 사실을 문재인 대통령과 장하성 정책실장 등 청와대 측근들이 제대로 알고나 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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