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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독'오른 은행들, 고객들에 변동금리 가계대출 권하며 '잇속' 챙겨
'돈독'오른 은행들, 고객들에 변동금리 가계대출 권하며 '잇속' 챙겨
  • 박미연 기자
  • 승인 2017.10.27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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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은행권 고정금리 가계대출 비중 30.0%..금융당국 "은행들 과도한 가산금리 인상 엄단" 엄포만

[금융소비자뉴스 박미연 기자] #7년째 전세를 살고있는 40대 초반의 직장인 박 아무개는 최근 ‘내 집 장만’을 결심했다. 그래서 최근 시중은행 몇 군데를 돌며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상담을 받고 있다. 그는 2억원가량 대출이 필요하다.

그런데 김씨는 한 가지 의아한 게 있었다고 한다. 대다수의 은행 창구 직원들은 매달 갚아야 할 원금과 이자를 산정해 주면서, 변동금리로 제안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이런저런 우대금리를 받으면 3% 초반대 금리로 빌릴 수 있으니, 30년 분할로 원금과 이자를 포함해 월 90만원 정도 내면 된다는 식이었다.

김씨는 “앞으로 금리가 급등한다고 하니 고정금리도 알아보고 싶다고 하면 그제서야 안내를 해주곤 했다”고 말했다.

고정금리 가계대출 감소..금리 상승 취약한 변동금리 늘어 '대출의 질' 악화 우려

지난달 은행권의 대출금리가 6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가운데 신규 가계대출에서 변동금리 비중이 70%에 이르면서 가계와 기업의 대출이자 부담이 확대됐다. 최근 고정금리 가계대출이 감소하고 있어 주목된다.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앞으로 가계부채의 질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변동금리 대출자는 금리 상승의 압박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탓이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오른쪽 두번째)이 2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은행권 가계대출 동향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9월) 예금은행 가계대출의 고정금리 비중(신규취급액 기준)은 30.0%로 나타났다. 지난 2014년 2월(23.8%) 이후 3년7개월 만에 최저치다.

고정금리 비중은 올해 중 30% 후반대~40% 중반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비중도 49.3%에 달했다. 그러다가 최근 갑자기 30% 초반대로 내려온 것이다.

반대로 지난달 시중금리 등에 연동된 변동금리 비중은 70.0%로 증가했다. 고정금리 중 상당수는 집 장만을 위한 주담대다. 최영엽 한은 금융통계팀 부국장은 “(상대적으로 금리 수준이 높은) 고정금리가 줄어들다보니, 전체 주담대 금리(3.28%→3.24%)도 하락했다”고 말했다.

주담대 금리는 주로 은행채 5년물과 연동돼 있다.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지난달 평균 2.22%로 전월(2.21%)과 비교해 1bp(1bp=0.01%포인트) 상승했다. 시장금리가 올랐음에도 대출금리는 반대로 떨어진 것이다. 이례적인 현상이다.

은행이 변동금리를 주로 제시하는 건 시쳇말로 ‘손해볼 게 없는 장사’이기 때문이다. 일단 최근 국내외 모두 금리 상승기라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 시장금리가 오르면 대출금리가 덩달아 상승하는 만큼 은행의 수익성은 더 좋아질 수 있다. 시장금리 상승기에 대한 대응 리스크를 떠안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거론된다.

9월 예금은행 대출금리 연 3.46%..지난 3월 이후 6개월 만에 최고 수준

9월 예금은행 대출금리(이하 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3.46%로 전월 대비 0.03% 포인트 올랐다. 이는 지난 3월(3.48%) 이후 6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가계대출 금리는 연 3.41%로 한달 사이 0.02%포인트 높아졌다. 주택담보대출금리(3.24%)와 보증대출금리(3.28%)는 가산금리가 내려가며 각각 0.04%포인트, 0.07%포인트 떨어졌다. 반면 집단대출금리는 3.14%로 0.05%포인트 올랐고 일반신용대출금리는 4.09%로 0.31%포인트 뛰었다.

기업대출금리는 3.48%로 8월보다 0.04%포인트 올랐다. 대기업대출금리는 3.10%로 0.01%포인트 올랐고 중소기업대출 금리(3.69%)는 0.05%포인트 오르면서 상승 폭이 더 컸다.

한편 금융당국이 시중은행 임원들을 긴급 소집해 과도한 가산금리 인상을 자제하라고 당부했다. 한국은행이 다음달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점쳐지자, 금융권이 잇따라 금리 인상을 선반영하고 있어서다. 금융당국은 은행 뿐 아니라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도 연달아 간담회를 열고 이같은 방침을 전달할 예정이다.

김용범 부위원장, "변동금리 대출 권하기-끼워팔기 등 불공정한 영업행태 엄단"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날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권 가계대출 동향 점검회의'에서 "일부 금융회사가 시장금리 상승기에 비용을 고객에게 전가하기 위해 가산금리를 과하게 인상해 왔다"며 "투명하지 않은 가격 결정 방식과 변동금리 대출 권하기, 끼워팔기 등 불공정한 영업행태를 집중 점검해 예외없이 엄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부위원장은 "최근 일주일 새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를 시중은행이 반영하면서 가계대출 금리가 11~16bp(0.11~0.16%포인트) 급증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Δ고객에게 유리한 고정금리 대출 확대 Δ과도한 대출금리 인상 자제 Δ불공정 영업 철저 관리 등 3가지를 당부했다.

김 부위원장은 이날 금융권이 '생산적 금융'을 위한 대출 방식 전환에 나설 것을 강조했다. 김 부위원장은 "대출 규제가 강화하면서 대출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며 "은행들이 지금까지 해왔던 대출(가계)과 다른 분야, 즉 '생산적 금융' 측면에서 사회적 수요가 있는 그런 다른 종류의 대출수요를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2금융권도 권역별 간담회를 열고 이런 내용을 잘 전달해달라"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은 금리 인상기에 은행이 고정금리가 아닌 변동금리 대출상품을 권하는 행태도 불공정 영업행위의 하나로 봤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변동금리가 단기적으로 은행 실적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길게 보면 취약차주의 금리부담이 심해질수록 연체, 부실이 발생해 은행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는 금융위 부위원장과 금감원 부원장, 시중은행 여신담당 부행장 등 20여명이 참석했다. 금감원은 이번주부터 주요 시중은행의 대출 취급 적정성(편중도)을 따지는 현장 점검을 진행 중이다. 다음달 중으로 제2금융권의 개인사업자 대출도 들여다본다. 금감원 관계자는 "필요에 따라 가산금리 인상 여부 등을 함께 점검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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