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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거래소이사장까지 ‘모피아 낙하산'..개혁 외치던 청와대는 뭐하나?
[이슈추적] 거래소이사장까지 ‘모피아 낙하산'..개혁 외치던 청와대는 뭐하나?
  • 강민우 기자
  • 승인 2017.10.24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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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원 증권금융 사장, 단독후보 선정..거래소 노조 "금융위-모피아 등 관료 권력의 회전문 인사" 비난

[금융소비자뉴스 강민우 기자]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였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숨죽이고 엎드려 있던 '모피아'(재무 관료와 마피아의 합성어) 출신 전직 관료들이 금융권 노른자위 자리로 대약진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이사후보추천위원회(이하 후추위)는 24일 제4차 회의에서 면접심사를 실시한 결과 정지원(사진) 현 한국증권금융 사장을 신임 이사장 후보로 최종 선정했다고 밝혔다. 모피아 출신인 정 사장이 거래소 이사장에 내정됨에 따라 후임 한국증권금융 사장도 관료 출신이 낙점될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가 퍼지고 있다.

▼ 정지원 한국증권금융 사장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 6층 보드룸에서 열린 이사후보추천위원회 최종 면접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후추위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서류 전형을 통과한 정 사장과 최방길 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대표이사 2명을 대상으로 면접심사를 진행했다. 심사 결과 정 사장을 단독후보로 선정, 오는 31일 임시 주주총회에 추천한다.

증권사 등으로 구성된 거래소 주주들은 이날 주총에서 단독후보로 추대된 정 사장을 신임 이사장에 선임할 예정이다. 취임은 11 월1일이며 임기는 3년이다.

정 사장의 단독후보 선정은 이미 예고된 일이었다. 거래소는 지난8월17일 정찬우 전 이사장이 사의를 표명한 직후 후추위 구성에 들어갔다. 이후 후추위는 같은 달 28일부터 9월4일까지 신임 이사장 후보를 공모했지만, 며칠 후인 12일 추가 공모를 하겠다고 밝히면서 낙하산 논란에 휩싸였다.

이 과정에서 유력후보로 떠올랐던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이 자진사퇴하고 정 사장이 추가공모에 응한 것이 확인되면서 ‘사실상 내정’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정 사장은 행시 27회로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를 거치며 금융정책을 주로 다룬 금융관료 출신이다. 특히 고향이 부산으로 한국거래소 본사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부산과 서울을 아우를 수 있는 적임자로 꼽힌다. 금융위, 금감원측 인사들과도 친분이 두터워 대관업무나 정책 추진에 유리할 것이란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낙하산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후추위가 추가 공모를 진행한 이유가 정 사장의 내정을 위해서라는 게 사실로 드러나면서 ‘낙하산 이사장’ 낙인이 찍히게 됐다.

거래소 노동조합은 이날 심사가 진행된 콘랜드호텔 면접장 앞에서 낙하산 인사에 항의하는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만신창이 한국거래소 이사장 선임절차 공정하고 투명하게 다시 시작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항의했다.

면접 시작 약 1시간 전부터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 한국거래소 지부 구성원들은 '독립성·신뢰상실 금융위 꼭두각시 거래소 이사장 후보추천위원 사퇴하라!' '이사장 추가공모 = 낙하산 돌려막기? 밀실·짬짜미 내리꽂기 "이게 추천이냐?"' '만신창이 한국거래소 이사장 선임절차 공정하고 투명하게 다시 시작하라!'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했다.

이동기 노조위원장은 "투명하고 공정하게 하라고 얘길 했는데도 결국은 김광수 전 후보에서 정 사장으로 돌려막고 회전문 인사를 하기 위해 추가 공모도 한 것"이라며 "뻔뻔스럽게 끝까지 절차를 마치는 것이 속상하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금융위나 모피아 등 관료 권력이 또다시 집권하는 것에 대한 시민사회의 견제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은 것이 안타깝다"며 "주주총회까지 노조는 반대 의사를 계속 표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한국거래소지부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 6층 보드룸에서 열린 이사후보추천위원회 최종 면접장 앞에서 이사장 후보 추천 절차를 다시 시작하라고 주장하며 시위하고 있다. 

문제는 모피아들의 탐욕이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재 모피아 출신들이 표적으로 삼고 있는 대표적 노른자위 자리는 각종 금융협회장이다. 현재 은행연합회,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금융투자협회, 여신금융협회 등 5대 금융협회장을 모두 민간 출신이 맡고 있는데, 관료 출신들이 다시 협회장 자리를 차지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손보협회장을 포함해 5대 민간 금융협회장 중 네 명의 임기가 앞으로 반년 안에 모두 끝난다. 협회장 선출이 잇따라 이뤄질 예정이라 전직 관료들 사이에서는 "장이 섰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오는 11월 하영구 은행연합회장, 12월 이수창 생명보험협회장이 임기를 마친다. 내년 2월에는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의 임기가 종료된다. 김덕수 여신금융협회장만 1년 이상 임기가 남아 있다.

모피아 출신들이 극융권에서 다시 득세할 분위기가 무르익자 금융계에서는 "퇴직한 지 오래된 전관(前官)끼리 자리다툼을 벌인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다.

한 금융권 인사는 "공직 퇴임 후에도 좋은 자리를 두세 번 이상 차지했던 모피아들이 설쳐대는 꼴이 마치 레임덕이 생긴 정권말이 연상된다“면서 ”관피아 등 적페청산을 최치고 있는 현 정부가 모피아들의 인사독점과 전횡을 사실상 방치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고 우려했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상임대표는 "정부와 연결 고리가 생겨 당장 일하기는 편하니까 관료 출신 협회장이나 기관장을 선호하지만 결국 청탁이나 부정부패로 이어지고 관치 금융 논란이 재발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모피아집단과 금융기관 간의 ‘정경유착’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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