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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칼라' 은행원의 겉과 속
'화이트칼라' 은행원의 겉과 속
  • 최영희 기자
  • 승인 2017.10.09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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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진들 '이자장사' 그만 하고 사기진작 방안 찾아야

[금융소비자뉴스 최영희 기자] 말쑥한 외모, 세련된 매너, 늘 웃음 띤 얼굴···전도유망한 은행원들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화이트칼라(white-collar)는 사무직 노동자와 지적 · 정신적 노동을 수행하는 고용된 사람들을 말한다. 자본주의의 발달과 경제성장을 통해 등장한 새로운 중산계층이다. 관리 업무나 전문화된 각종 사무 분야에 종사한다. 흔히 육체 노동자를 블루칼라(blue-collar)로 표현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런 화이트칼러의 대표적인 직종이 은행원들이었다. 해방 후 한국현대사애서 은행원들은 줄곧 대학을 졸업한 엘리트들이 진출하던 대표적인 직장이다. 그러나 사정이 달라졌다. 최근 1년 새 국내 은행원 중 약 4500명이 퇴직했다. 금융권의 디지털화에 따라 비대면 거래가 늘어나면서 일자리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은행권의 변화는 이 뿐 만이 아니다. 최근엔 은행원들의 사기가 뚝 떨어졌다. 황금 추석 연휴라지만 쉰다는 것이 오히려 고역이다. 할당된 실적을 채우려면 고향의 가족과 친지, 동네 어르신, 초중고 친구들을 한 사람이라도 더 만나서 계좌도 만들고 펀드상품도 열심히 팔아야 한다. 계열사 신용카드 가입자도 맹렬히 늘려야 한다.

초저금리 시대에도 은행들은 이자 장사로 사상 최대의 순이익을 내고 있다. 반면 구성원인 은행들 삶은 고단하기 짝이 없다. 더욱이 실적이 뒤처지는 지점장이나 행원들은 극심한 스트레스 속에 살고 있다. 심지어 고참일 수록 짐 쌀 준비를 하는 행원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실제 국내 은행들의 성적표만 보면 저금리 시대가 무색할 만큼 눈부시다. 올 상반기 8조1000억원이 넘는 순이익을 달성해 지난해 상반기 3조원 보다 5조1000억원 확대됐다. 이자이익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1조1000억원 늘어 18조원에 이른다.

금융 환경이 악화하면서 은행 내부적으로 실적 경쟁은 더 치열하다. 승진 적체, 인력 감축 등을 겪고 있다. 은행원들은 고달픈 나날을 보낸다. 그 결과 '인간' 은행원끼리 만이 아니라 대출과 펀드 상품을 추천하는 'AI(인공지능)' 은행원과도 경쟁해야 하는 시기가 멀지 않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외견상 화려해 보이고 연봉도 쏠쏠하다는 얘기에 은행으로 취직했지만 매일 치이다 보나 정말 잘 선택한 것이 맞는지 회의가 든다는 은행원들이 적지 않다. 간부급이 많아 '항아리형 인력' 구조를 지닌 은행권의 승진적체 현상도 행원들을 지치게 한다.

은퇴 시기가 가까워지면 행원들의 심정은 더욱 복잡해 진다. 반평생을 은행에 앉아서만 일한 터라 은퇴 후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또 사업에 시작해도 실패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은행조직에 있다가 정작 사회에 나가면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이다. 사업에 나선 퇴직 은행원들이 '열에 아홉'은 실패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동안 은행들이 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시중 부동자금이 몰리면서 예금금리가 하락한 반면 주택거래 등이 활발해지면서 대출 수요가 늘어난 덕분이다. 은행들이 '앉아서 돈을 벌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그런데도 은행원들의 어깨는 과거애 비해 크게 쳐져 있다.

급변하는 디지털 기술 혁신, 인터넷전문은행 등장 등으로 비대면 거래는 늘고 모바일 거래가 활성화하는 등 큰 변화를 맞고 있다. 은행 경영자들은 손쉬운 이자장사에 만족하지 말고 위기를 타개하고 은행원들의 사기를 높일 방안을 찾아야 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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