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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유착과 '금감원 폐지 운동'
금융유착과 '금감원 폐지 운동'
  • 강민우 기자
  • 승인 2017.09.24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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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피아' 전관예우에 휘둘린 채용비리…전경련 꼴 날라

    ▲금융감독원이 채용비리로 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다. 최근 취임한 최흥식 금감원장

[금융소비자뉴스 강민우 기자] ‘모피아’가 과거라면 ‘금피아’는 현재진행형?

모피아는 옛 재무부 출신 경제관료를 말한다. 모프(MOF:옛 재무부)와 마피아의 합성어이다. 끼리끼리 정부 고위직과 금융회사 주요 자리를 독식한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관치금융이 극성을 부리던 시절에는 옛 재무부 차관급이면 은퇴 후 9년은 ‘노후보장’이 됐다고 한다. 공기업 사장 3년+민간 금융회사 사장 3년+금융회사 고문 3년을 합해서다. 국장급이라면 6년 정도는 기본이었다고 한다.

이런 모피아의 아성에 도전하는 게 바로 금피아다. 금피아는 금융감독원과 마피아의 합성어이다. 이들은 상품 허가부터 검사권까지 온통 틀어쥐고 있다. 그 결과 금융회사는 금감원을 옛 모피아보다 더 무서워하기도 한다. 지난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모피아세력들이 환난책임론에 밀리는 사이 세력을 크게 키웠다. 공공기관이지만 정식 공무원은 아닌 ‘반관반민’의 지위를 십분 활용한 것이다.

금감원이 전관 출신 금융지주회사 대표의 청탁을 받고 채용비리를 저지른 정황이 감사원 감사로 밝혀지면서 금융감독 당국과 금융회사의 유착이 도를 넘고 있다. 범죄유형이 '채용비리'였다는 점이 혀를 차게 한다. 특정 금융회사가 감독당국에 영향력을 행사, 특혜시비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금융권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도를 넘은 것이다.

중요한 대목은 2016년 5급 직원 채용 과정에서 금감원 고위 임원을 지낸 한 금융지주회사 대표의 청탁으로 채용비리가 진행됐다는 것이다. 채용비리 대상은 한 국책은행 고위 간부의 아들 A씨로 현재 금감원 재직 중이다. 직접 청탁을 받은 인물로 지목된 당시 이모 총무국장은 청탁 주체에 대해 "누구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감사에서 진술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해당 금융지주회사 대표의 측근으로 전해졌다.

이 금융지주회사 측은 "이 국장에게 청탁 전화를 했다는 건 전혀 사실 무근"이라며 "금감원에 영향력을 행사한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이나 금감원 쪽에서 이번 건과 관련해 연락을 받은 적도 없는데 억울하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아니 땐 굴뚝에서도 연기'가 날까. 서 수석부원장은 2차 면접 후 이 국장 등으로부터 합격자를 대상으로 세평을 조회하자는 말을 듣고 계획과 달리 세평 조회를 지시해 3명을 탈락시키고 지원분야가 다를 뿐 아니라 예비후보자보다 후순위자인 A씨를 합격시켰다. 당시 부원장보는 채용인원을 늘릴 특별한 이유가 없었는데도 이 국장이 채용 인원을 3명 증원하도록 결제해 줬다.

감찰수사 결과 이들 고위 임원들의 형사 처벌 여부가 가려질 것이다. 문제는 전관 출신 금융지주회사 대표의 청탁과 금융감독당국의 채용비리 그 자체이다. 당장 금감원 고위 임원 출신인 한 금융지주회사 대표가 금감원에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이 회자된다. 사실이라면 일종의 금감원판 ‘전관예우’, 나아가 금피아들의 파워가 존재자체를 넘어서 도를 넘는다는 점이다.

이번 일로 금융권이 이른바 '금피아(금융관료와 마피아의 합성어)'세상이라는 것이 드러났다. 낙하산 인사로 금융지주 회사가 감독대상이 된 뒤에도 여전히 감독주체인 금감원에 입김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것이 사실로 확인된 탓이다. 더군다나 감독대상이면서도 금융감독당국인 금감원 직원에 지인의 아들을 채용하도록 해줬고, 실제로 A씨가 금감원 직원이 됐다는 점은 앞으로도 '봐주기 감독'의 여지를 열어둔 것은 아닐까.

지난해 박근혜 정권 말기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정권의 시녀가 되어 정치헌금 창구로 전락하자 전국민적인 지탄은 물론 여기저기서 전경련해체론이 나왔다. 만일 금감원이 선후배간의 채용비리가 일상화한 조직이라면 특혜와 비리의 온상이라는 지탄을 면치 못할 것이다. 엄정한 금융감독을 통해 이 땅에 금융정의를 구현해야 할 금감원이 존재의미를 상실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금융정의연대 김득의 대표는 "사실이라면 전관이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지주회장으로 있으면서 자기 사람을 심어 금융감독에 대한 선(先)무마 작업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그가 해당 금융회사에 감사를 한다면 100% 봐주기를 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신의 직장이라고 불리는 금감원에 이제는 빽 있는 사람만 갈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감원은 혁신이 아니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환골탈태한다는 마음가짐으로 하지 않으면 향후 금감원 폐지 운동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사태는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고개를 돌릴 정도로 타기해야할 '금융유착'이 아닐 수 없다. 김 대표의 말마따나 ‘고양이에게 생선 가게를 맡긴 꼴’이란 말이 더 어울릴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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