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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점장 투신자살' 푸르덴셜생명, 금융당국 왜 '갑질' 진상규명 안하나
'지점장 투신자살' 푸르덴셜생명, 금융당국 왜 '갑질' 진상규명 안하나
  • 박미연 기자
  • 승인 2017.09.08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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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노조 "신규 보험설계사에 대한 상위 관리자의 잇딴 승인 거부로 지점해체-해촉까지 당했다" 주장

[금융소비자뉴스 박미연 기자] 푸르덴셜생명의 한 지점장이 해촉을 비관해 투신 자살하면서 보험업계가 술렁이고 있으나 금융당국이 수수방관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인권리연대노동조합은 "양씨는 신규 보험설계사에 대한 상위 관리자의 잇딴 승인 거부 등으로 지점의 해체뿐 아니라 해촉까지 당했다"며 "그 과정에서의 부당함과 관련 당사자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내는 등 진상규명을 요구하기도 했으나 회사측으로부터 거부를 당하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라고 프르덴셜 사측의 책임있는 조치를 요구했다.

프르덴셜 사측은 사과문을 발표하며 진상조사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커티스 장 푸르덴셜생명 대표는 직원들에게 보낸 사과문을 통해 "감사를 통해 이번 사고가 발생하게 된 경위에 대한 진상조사를 객관적이고 진실되게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진상조사 결과와는 별개로 7일부로 최규상 총괄본부장과 이상준 제3영업본부장이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스스로 모든 직책에서 물러나기로 해 대기발령했다"고 알렸다.

이 회사 지점장인 양모(58)씨는 지난 5일 오후 서울 역삼동 푸르덴셜타워 건물에서 뛰어내려 숨졌다. 양씨의 가족과 직장 동료들은 양씨가 사장실에 면담을 요청하러 갔다가 거절당하자 같은 층 옥상에서 뛰어내렸다고 주장했다. 또 그동안 회사 측의 악의적인 평가로 해촉을 당했다고 호소했다.

푸르덴셜 생명 측은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을 위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며 "지점장들과 간담회를 통해 평가 등에서 불합리한 부분은 없는지 의견교환을 나눌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푸르덴셜생명 보험설계사가 회사의 계약 해촉을 비관해 투신자살한 사건이 발생함에 따라 보험사들의 실적 만능주의와 ‘쓰고 버린다’는 설계사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회사측은 “실적 압박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으나 관련업계 종사자들의 입장은 달랐다. 한 생명보험사 설계사는 “아침부터 실적저조자를 지명해 공개석상에서 인격적 모독과 욕설을 할 때도 있다”며 “보험사는 실적 뿐 만 아니라 설계사의 인권과 영업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세중 보험인권리연대(전 대한보험인협회) 대표는 “보험사들이 해촉할 때는 계약직 노동자로 취급하고, 관리할 때는 자영업자처럼 내버려 둔다”고 비판했다.

'설계사는 쓰고 버린다’는 보험사의 태도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2012년 3월 알리안츠생명(현 ABL생명) 설계사 조유심 씨도 인천 한 아파트 16층에서 투신자살했다.

조씨 자살의 직접적 원인은 2006년 알리안츠생명이 출시한 '알리안츠 파워덱스 연금보험' 때문이다. 알리안츠 파워덱스 연금보험은 원금 보장은 물론 연 1.0%의 확정이율을 제공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홍보했으며, 설계사들을 대상으로 수차례 교육도 했다.

이 상품은 2007년에 누적거래금액 1조원에 육박하는 실적을 기록할 만큼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막상 5년 의무납인기간이 도래하자 원금보장은커녕 그동안 내온 원금의 20%가량을 손해 본 피해자들이 속출했다.

이에 조씨를 믿고 보험에 가입한 사람들이 항의했으며, 조씨는 급여는 물론 집의 담보대출과 결혼패물을 처분하면서까지 계약자에게 손해배상을 했지만, 상황은 수습할 수 없을 정도로 확대됐으며, 일부 과정에서 사기꾼이라는 인간적인 모별까지 받았다고 한다.

조씨의 언니는 “회사는 고객의 항의가 접수되면 해당 설계사에게 경위서 제출을 요구하는 것을 시작으로 결국 계약자와 알아서 해결하라는 태도를 보였다”고 전했다. 결국 조씨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너무 지친다. 편히 쉬고 싶다’는 내용의 유서와 세 자녀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피해를 입은 계약자들은 계약을 해지하거나 가입을 유치했던 설계사에게 거세게 항의하는 등 원금반환 청구 및 소송에 들어갔지만, 알리안츠생명은 “상품 판매 시 보험설계사들이 설명 미흡 등 불완전판매를 했기 때문”이라며 설계사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당시 피해를 본 한 설계사는 “‘파워덱스 연금보험’ 판매로 환수 수수료만 4000만원을 내고 있다”며 “월급이 차압당해 매달 환수 수수료 갚는 데로 들어가 생계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보험설계사에 대한 안전장치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보험설계사들은 골프장 캐디, 학습지 교사처럼 특수고용노동자에 속한다. 보험설계사는 법적으로 개인사업자로 보험회사는 설계사를 관리·감독하는 곳이지만 계약자의 민원이 생기면 책임이 없다고 발뺌하는 식으로 일관하고 있다.

금융소비자연맹 당국자는"문제가 생기면 설계사가 모든 책임을 지게 돼 있지만 회사에서는 보험 약관에 대한 교육조차 제대로 진행이 안되고 있다”며 프루덴셜생명에 대한 금융당국의 철저한 경위조사와 문책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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