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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은행 대출기간, 왜 꼭 1년인가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은행 대출기간, 왜 꼭 1년인가
  • 권의종
  • 승인 2017.08.12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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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환 연장하며 금리 올리려는 속셈...운전자금 대출 3~5년짜리 중장기로 해야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최근 들어 어느 때보다도 금리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1년 이상 1.25%에 멈춰있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불안해 보인다.

미국이 금리를 계속 올려 그 상단이 한국과 같아진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1400조 원의 가계부채와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을 잡기 위해 정부가 금리인상 카드를 앞당겨 빼드는 건 아닐까? 최근 가파르게 오르는 채권금리가 금리 인상의 전조가 되지 않을까? 북핵 리스크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은 언제쯤 잦아들까? 금융소비자의 조바심은 어느 새 ‘레드라인’에 접근한다.

장기대여 일상화한 현실서 유독 대출서비스만 1년으로 짧게 만든 건 '기현상'

저금리 때 대출받아 시설하고 운영자금 끌어다 쓴 기업의 경영자는 속이 탄다. 매출과 수익은 그대로인데 늘어나는 금융비용 부담이 점차 힘에 부친다. 향후 금리 상승기를 어떻게 견뎌야  할지. ‘없는 집 제사 돌아오듯’ 들이닥치는 대출 만기를 어떻게 넘겨야 할지. 막막하다. 자다가 깨 밤잠을 설치기 일쑤다.

이러다 몸이라도 상하면 어쩌나 하면서도 애꿎은 담배만 축낸다. 타는 갈증에 냉장고를 열어보니 그 많던 캔맥주가 흔적도 없다. 저리 정책자금 나왔으니 갖다 쓰라던 은행 지점장이 그렇게 미울 수 없다. 이제 와서 누구를 탓하랴. 모든 게 내 탓이려니 마음을 다잡아본다.

돌연 한 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대출기간이 너무 짧은 건 아닌가하는 의구심이다. “은행의 운전자금 대출이 왜 1년짜리 뿐일까?” “대출기간이 5년 아니면 최소 3년만 되어도 어떻게든 해볼 수 있으련만.”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대출받을 때는 금액과 금리만 신경 썼지 기간이 1년인 것을 무심코 넘겼던 게 후회막심이다. 설령 알았다 한들 1년 만기 대출만 있는 상황에서 애당초 선택의 여지조차 없었겠지만.

자동차, 생산설비, 생활용품은 물론 심지어 주택까지도 장기대여가 일상화된 현실에서 유독 대출서비스만 1년으로 짧게 공여되는 건 기이한 현상이다. 말이 좋아 금융소비자이지, ‘빚진 죄인’ 취급이 여전하다.

단기대출 관행, 과거 금융회사의 우월적 지위서 생긴 불합리한 대출제도 잔재

금융회사의 단기대출 관행은 개선의 여지가 크다. 실제로 현재 국내 금융회사의 경우 운전자금 대출은 거의 전부가 1년짜리 단기 대출로서 만기 일시상환 방식으로 운영된다. 새로 출범한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은행들도 다를 바 없다.

최근과 같이 치열한 경쟁여건 아래서 어떤 기업도 1년 후에 영업수익으로 대출받은 원금을 갚을 수는 없다. 나쁘게 생각하면, 기업이 1년 후 대출금을 상환할 수 없음을 뻔히 알면서 대출하고 있는 격이다.

과거 금융회사가 장기자금 조달이 어렵고 우월한 위치에서 채무자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던 시절에 생긴 불합리한 대출제도의 잔재라 할 수 있다. 금융회사의 자금조달이 정기예금 등 단기자금에 대한 의존도가 커 단기대출이 불가피하다는 항변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자본시장이나 국내외 금융시장 등을 통해 얼마든지 장기자금 조달이 가능한 세상이다. 이보다는 대출 기한을 연장할 때마다 금리를 슬그머니 올려 받으려는 금융회사의 속셈이 숨어있다는 지적이 더 그럴듯하게 들린다.

전문지식과 정보력이 취약할 수밖에 없는 금융소비자로서는 단기대출이 주는 불이익이나 역기능을 생각할 여유조차 없다. 대출 현장에서 깨알같이 작은 글씨로 인쇄된 여신거래약정서 내용을 숙지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여신 담당자가 형광펜으로 표시한 곳을 찾아 빠짐없이 서명하기에도 바쁜 게 대출 때 분위기다.

금융소비자들, 단기대출 불이익-역기능 감수..공급자 위주 금융기관들 각성해야  

결과적으로 기업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1년 만기 대출조건을 수용하곤 한다. 물론 1년 후에 차입금을 갚는 상환 계획은 아예 세울 생각도 못한 채 말이다. 그렇게 이자만 내다보니 빚 부담은 가볍게 느껴지고 마침내 빚 자체를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 만기가 닥치면 대출기일을 연장하든 다른 대출을 받아 돌려 갚으면 되지 하는 생각으로 은행돈을 빌리게 된다. 이게 버릇이 되면 자연히 빚은 갚기 어렵게 된다.

당장 일본의 경우만 하더라도 우리와는 사정이 판이하다. 운전자금 대출이 원칙적으로 3~5년짜리인 중장기대출이다. 상환방식 또한 매월 원리금 분할상환 형태로 이루어진다. 기업 입장에서는 원리금을 매달 상환하다보니 자금부담은 되지만, 매달 소정 금액을 꼬박꼬박 납입해 나가다보면 어느 새 만기가 되고 대출금도 저절로 갚아지게 된다. 빚이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금융회사도 자금지원 회전율이 높아지고 취급비용이 줄어드는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된다. 국내 금융회사처럼 만기가 되어 갑자기 대출원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갚도록 강요하지 않아도 된다.

국내 금융회사들이 외국의 선진 제도들은 그렇게 벤치마킹을 잘하면서 왜 이런 부분들은 배우거나 따르지 않는 것일까. 때리는 금융회사들에게는 사소한 문제일 수 있으나, 맞는 금융소비자는 목숨이 달린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 경영학박사/ 중소기업 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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